오늘 밤 언어로 고정시켜보자. 두드려서 강철 반지로 만들어보자.
2월 3일 화요일 문장밥
삶에 예상치 못한 파도가 밀려오면, 내 안의 생각과 언어들이 모두 떠올라 춤을 추고 혼란의 축제가 시작 됩니다. 그 가운데 같이 길을 마음껏 잃을 책을 만나면 오히려 그 파도 위에 몸을 맡기고 올라탈 수 있게 되는 것 같아요.
버지니아 울프의 「 파도 」 라는 책이 그렇습니다.
그저 펼쳐서 눈으로 훑다가 머무는 곳에서 다시 목소리를 내어 낭독하다보면, 소리로 부른 글자들이 마음으로 들어와 가만히 감싸안는 기분을 느낍니다. 그런 부드러운 힘을 가진 문장들이 가득 넘실대는 책이에요.
이제, 풀과 나무들은 허공을 날다가 얼마 안 되어 다시 돌아오고, 나뭇잎을 흔들다 다시 내버려두는 바람, 그리고 양팔로 무릎을 안고 빙 둘러 앉아 있는 우리는 어떤 다른 질서를, 영원한 대의명분을 만들어내는 더 나은 질서를 암시한다. 이것을 한순간 마음의 눈으로 보고 오늘 밤 언어로 고정시켜보자. 두드려서 강철 반지로 만들어보자.
어쩜 이런 문장들을 썼을까요? 새롭게 자꾸만 감탄하게 됩니다.
이해하지 못해도 사랑하는 마음으로 읽을 수 있는 책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아침에 주는 이 마음을 밤의 언어로 고정시켜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