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지 않기 위해 애쓰기보다는

흔들린 채로 견디는 일에 대해.

by 삶예글방

26년 2월 4일 문장밥



좀처럼 원하는 생활을 바로잡아가는 일이 마음대로 되지 않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깊이 들여다보면 자신에게 실망할까 봐 자세히 살피지도 못한 채 하루하루를 보낸다는 느낌이 드는 요즘이네요.


매주 연재 중인 소설을 이어 쓰기로 한 저녁, 참고하려고 빌려둔 책들을 살피다 빠져들어 소설과 상관없는 글을 쓰고 있는가 하면, 가만히 글을 쓰며 보내야지 - 하던 밤엔 짝꿍과 신나게 이다음에 어떤 집에 살고 싶은지 건축 다큐멘터리를 보며 신나게 수다를 떨면서 보내기도 하고요. 늦은 밤에서 새벽으로 넘어가는 시간, 이젠 정말 집중해서 이야기를 펼치자 하고 앉아서 한 바닥쯤 써가다가는 어느새 책을 펼쳐 읽고 있고요.


전쟁이 나거나 재난이 일어나는 등의 커다란 위기 상황이나, 심신이 고달파지는 상실이나 아픔 등의 생의 고비가 찾아오지 않아도, 삶을 오롯이 계획한 대로 살아가는 일은 무척이나 어렵습니다. 아니 어쩌면 아무 일도 일어나고 있지 않을 때 더욱 늘어지고 방황하곤 하게 되는 것일까요? 답답한 마음에 김로로의 「 계절 인사 」 를 저에게 처방합니다.



길가의 풀꽃들이 고개를 낮춘 채 바람을 통과시키는 모습을 보며 나는 자주 배운다. 흔들리지 않기 위해 애쓰기보다는 흔들린 채로 견디는 일에 대해. 피고 지는 걸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는 작고 고요한 존재처럼 그렇게 오늘을 지나고 있다. 고독하지만 다정한 마음으로, 흔들리되 꺾이지 않는 몸으로.




피고 지는 걸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는 작고 고요한 존재 - 라는 문장에 마음을 빼앗깁니다. 어떻게 길가의 풀꽃들을 바라보며 이런 마음을 익히고 배울까요. 그리고 이렇게 계절의 인사말로 아름다운 언어를 새겨두었을까요. 이런 글을 써준 김로로 작가님도, 이 책을 발견하고 선물해 준 수린도 고마운 사람들입니다.


흔들리지 않기보다는 흔들린 채로 견디는 것, 얼마나 중요한지 생각합니다. 얼마나 쉬이 마음도 몸도, 상황도 다짐도, 일상의 규칙들도 흔들리고 바뀌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런 때에 특히 내가 홀로 결정하고 바로잡을 수 있는 바람이라면 그나마 쉽지만, 밖에서 불어오는 바람으로 흔들릴 때, 그때에도 그저 흔들리는 자체에 몸을 맡기되 그런 상태로 고독하지만 다정한 마음을 지키며 그 바람을 보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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