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울고, 웃고, 또 위로 받기 위해서 말이죠.
나은님 모처럼 깊은 잠을 청하셨다니 너무 다행이에요. 바쁜 나날들을 보내고 계시지만 잠은 푹 주무셔야 해요. (정말로요) 마치 나은님이 이전에 제가 너무 바쁜 일상들을 보내고 있는 와중에 보내주신 편지의 답신이 생각 나는 밤이네요. 너무 바빠도 밥은 챙겨 먹고, 잠은 꼭 자야 한다는 나은님의 당부를 다시 편지로 돌려 드릴게요.
저는 세상과 멀찍이 떨어져 살다 보니 오히려 저의 모습들을 더 발견하는 일상을 살고 있어요. 내가 이런 생각들까지도 하는 사람이었나 싶기도 하고, 저에게 숨겨진 지적 열망들과 욕구들도 새로이 발견하고 있어요. 나은님께 보냈던 편지 속에 적었던 ‘인간이란 무엇인가’ 에 대한 답들도 책을 통해서 하나씩 발견하고 있고요.
나은님이 아기를 돌보면서 발견한 인간의 특징인 ‘사회 의존적’ 이고 ‘돌봄’을 필요로 하는 특성들처럼 저도 나름의 답들을 발견했답니다. 저는 인간이란 ‘이야기’를 계속해서 만들어가는 존재라고 생각해요. 인간은 자기만의 ‘서사’를 가지고 끊임없이 이야기 하고, 또 이야기를 통해 위로 받고, 감동 받으면서 살아가는 존재이지 않을까요? 그래서 소설을 읽으며 감탄을 하기도 하고, 누군가의 삶을 바라보며 위로를 얻기도 하는 것처럼 말이죠. 글을 쓰는 이유도 삶 속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들을 놓치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쓰고, 이야기를 짓는 듯 해요. 나의 이야기가 누군가한테는 위로가 되길 바라는 마음을 품고 말이죠. 함께 웃고, 울고 그리고 위로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감사한지 몰라요.
요즘 ‘왕과 사는 남자’가 흥행 하는 이유도 ‘이야기’에 있다고 생각해요. 사람들이 단종이라는 인물 속에 숨겨진 ‘이야기’들을 발견하면서 울고, 웃고, 화내고 하는 이 모든 것들이 ‘인간’이기 때문에 가능한 게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야기의 힘을 믿어요.
이번 글에서는 상실에 대해서 다루었답니다. 최근에 시각 예술가 박혜수가 쓴 ‘묻지 않은 질문, 듣지 못한 대답’ 를 읽으며 상실과 애도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박혜수는 일상에서의 발견과 질문들을 놓치지 않고 사람의 이야기를 작품으로 만들어내는 예술가인데요. 그의 질문을 따라가다 보면 가만히 멈춰 서서 사람들의 꿈, 사랑, 상실에 대한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듣게 되어요. 마지막 장인 ‘애도일기’ 속에는 코로나19로 인해 가족을 잃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전염병이라는 이유로 제대로 된 장례식도 하지 못한 채 바로 화장을 해야만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와 xx번 확진자라는 이름 뒤에 사람의 이야기가 있다는 것도 다시 알려준 예술가이죠. 예술이 삶 속에 필요한 이유는 우리가 놓치고 있던 이야기들을 다시 비춰주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더더욱 상실과 애도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답니다.
누구를 떠나 보내는 연습은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요?
아직도 저에게 상실과 애도는 어렵게만 다가옵니다.
제 안에 있는 질문들을 마구 털어 놓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참 위로가 되어요. 편지로도 저의 고민들과 생각들을 담을 수 있다는 사실도요. 나은님이어서 참 감사합니다.
부디 이번 한 주는 안온하게 보내길 바라면서, 잠도 푹 주무시길 바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