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까지 드러낼 것인가

「 글쓰기의 어떤 윤리 」

by 삶예글방

3월 3일 화요일 문장밥


도서관에서 우연히 발견하고 읽게 된 책 중에 아주 흥미롭게 뾰족하면서도 잔잔하게 위안과 힘이 되는 사회 비형 칼럼집이 있습니다. 박권일 작가의 「 우리가 기다린 건 바로 우리다 」 라는 책 인데요.


칼럼 하나당 분량이 길지 않은데에도, 아직 책의 삼분의 일을 넘지 못하고 있습니다. 내용이 어려워서라기 보다는, 안읽혀서라기보다는, 내용이 계속 생각할만한 질문과 사유를 던져주기 때문인것 같아요. 이런 책을 참 좋아합니다. 정말 그러한가? 물음표를 끌어올리게 되고, 나의 생각은 어떻지? 내가 바라본 사회와는 어떻게 다르고 또 비슷하지? 돌아보게 되는 그런 글이 가득합니다.


여러 주제들이 다 관심이 깊게 가는 것들이라 좋지만, 오늘 가져온 것은 '글쓰기의 윤리'에 관한 것입니다. 개인이 글을 팔기 위해 쓸 때, 어디까지 드러내어 쓸 것인가 - 어떤 태도로 써나갈 것인가를 고민하게 하는 그런 비평이었습니다. 저도 사적 삶을 끌어올려 일하며 사는 삶에 대해 연재한 적이 있어 (책방지기 사생활실록)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문채(문체 말고 文彩)를 결정하는 건 기술이 아니라 욕망, 원칙, 태도다. 욕망이 글을 쓰게 하고, 원칙이 윤곽과 밀도를 정하고, 태도가 냄새와 온도를 정한다. 매문을 시작하며 혼자서 다짐한 게 하나 있다. 어떤 일이 있어도 내 사생활을 팔아먹지 말자는 것이다. 그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내밀한 개인 서사를 파먹고 또 파먹다 끝내 몰락한 글쟁이들이 많다. 그들은 실제로 내 반면교사이기도 하다.



어디까지 드러내어 써야 할까요? 여기까지 읽었을 땐, 뜨끔하기도 하고 얼굴이 화끈거리는 기분도 들며 철렁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오랜시간 자신의 삶을 소재로 글을 써온 이들의 책을 애정하며 읽어왔던터라 이런 주장에 놀라고 반감도 들기도 했더랬죠. 침착하고는 마저 읽어내려갔습니다.



⋯⋯ 사적 삶을 착취하는 글과 사적 삶을 공적으로 전유하는 글을 전혀 다른 것이다. 사적 삶은 착취당하면 금세 고갈되어버리지만, 공적으로 번역된 사적 삶은 창작의 원천으로 내면에 보존된다. '사적 삶의 공적 전유'를 글로 적어놓고 보니 너무 쉬워 보이는데 당연히 그 일은 사유와 숙성이, 쉽게 말해 품이 엄청나게 들어가는 일이고, 가성비로 따지면 최악 중의 최악이다. 그럼에도 매문가들은 이 가성비 나쁜 일을 피할 수가 없는데, 사적인 삶 곧 우리의 일상이야말로 지적 영감의 원천이자 정치의 최전선이기 때문이다. ⋯⋯ 그러므로 사적 삶을 공적으로 전유할 때는 '사려 깊게 드러내기'라는 고도의 기예가 발휘되어야 한다.



그렇네요. 사적 삶의 공적 전유라는 표현을 저는 처음 접해보았는데, 그 풀이를 읽어보아도 전혀 쉽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사적인 삶의 일상을 어떻게 공적으로 전유해나갈 것인지 - 그러니까 나의 유일하고 고유한 삶의 이야기가 어떻게 공적인 가치를 지닐 것인가, 그 가운데 읽는 사람과 쓰인 사람 모두가 다치지 않고 새로운 시선과 가능성을 건네줄 수 있을것인가 -하는 그 부분은 제가 쓰기 시작한 이후로 내내 - 줄곧 골몰해왔던 문제였기 때문입니다.


어디까지나 이 주장 또한 작가의 개인 소신을 밝힌 것이므로 법칙으로 생각할 필욘 없을테지요. 하지만 분명 좋은 지침이 하나 되어줄 수 있을것 같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사려 깊게 드러내기'라는 그런 말에 공감하며 끄덕였기도 했구요.


그런 의미에서는 또 한편으로 신기하게 제 자신을 이해하게 되는 도구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간 오래도록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에 저의 개인사를 브이로그나 피드 형태로 손쉽게 기록하고 공유해왔는데, 이상하게도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길고 상세한 글은 꾸준히 쓰게 되는데에 반해, 순간적으로 담아 기록해두는 이미지형식의 기록들은 망설이거나 자제하게 되곤 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유예와 주저함에도 불구하고, 아마도 결국 끊임없이 저는 저의 삶을 계속해서 기록해나갈 것 같습니다. '사적인 삶 곧 우리의 일상이야말로 지적 영감의 원천이자 정치의 최전선이기 때문'입니다. 그 말에 너무나 깊이 공감하기 때문입니다.


더 연단하고 훈련하고 돌이키며 퇴고하면서, 사려깊게 드러낼 수 있는 기예의 수준을 높여갈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라며 - 가능할 지, 영원히 그런 날은 오지 않을지 모르지만요? - 오늘의 문장밥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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