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 모를 우울감이 덮쳤습니다.
나은 님 안녕하세요. 춘분이 지나고 바람도 한층 더 따뜻해진 걸 느끼며 마음도 함께 너그러워지길 바라는 요즘입니다. 오늘은 왠지 모르게 우울감이 덮친 하루예요. 이유 모를 우울감과 예민함이 겹쳐져서 몸을 짓누르고 있어요. 글을 쓰기 힘든 날은 어쩌면 이런 기분이 저를 감쌀 때, 도저히 글을 쓸 수가 없는 거 같아요. 자주는 아니고 가끔씩 이유 모를 우울감이 저를 덮치고는 하는데, 이유는 모르겠어요. 그저 기분이 어떻게 매일 좋겠는가 – 싶으면서도 우울감을 제대로 맞이하기에도 어려운 오늘입니다.
돌아갈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것 –
[돌아갈 수 있는 곳]이라는 말에는 공간과 사람에 대한 장소성을 모두 포괄하고 있는 듯해요. 돌아갈 수 있는 가족이 될 수 있고, 집이 될 수 있겠죠. 그저 내가 어디론가로 돌아갈 수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생각하고 살아야 하는데 말이죠. 오늘 저에게 덮친 이유 모를 우울감도, 감사가 없어서 그런 건가?라는 생각을 해보게 되어요. 하루 종일 집에 있으면서 ‘돌아갈 수 있는 곳’을 한껏 누리고 있는데도 말이죠. 사람은 왜 이렇게 간사한가 싶기도 해요. 누릴 수 있는 것들을 다 누리면서 왜 감사로, 기쁨으로 하루하루를 견뎌내지 못하는 걸까 – 가끔 우울감이 덮치면 저를 자책하기도 해요.
저는 왠지 모르게 계속해서 ‘돌아갈 수 있는 곳이 없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궁금했어요. 난민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활동을 있어오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겠죠. 디아스포라, 난민, 이주 노동자와도 같이 ‘돌아갈 수 없는 곳’에 온 사람들의 이야기에 늘 관심을 가지고 듣게 되어요. 왜 그들일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되지만, 결국 내가 그 사람들의 집이 되어주고 싶다. 누군가에게 이야기를 해야 한다면, 내가 들어주는 사람이 되어주고 싶다는 마음에서 시작된 거 같아요. 나에게 집과도 같이 느껴지는 한국이라는 나라가 그들에게는 아닐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죠. 그래서 저는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고, 함께 하는 사람이 되고 싶은 꿈을 키우게 된 거 같아요.
앞으로 어떤 삶이 펼쳐질까요?
이유 모를 우울감은 어쩌면 지금 제 삶에 있어서의 만족감을 느끼지 못해서 인 걸까요? 이렇게 쓰다가도, 또 며칠 지나면 웃으며 지낼 수 있는 저이기에 더욱더 우울감을 인생에 초대하지 못하는 듯합니다.
이번 편지는 다소 중구난방 한 거 같네요. 지금 글을 쓰고 있는 와중에도 눈 위로 쏟아지는 피로감을 애써 참으며 쓰고 있어요. 글이라서 저의 상태를 더 직면할 수 있는 거 같기도 해요. 그저 내일은 다시 하나의 기쁨과 감사를 찾으며 나아가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느슨하게 서로의 마음을 돌보는 공동체가 있으면 참 좋을 거 같아요. 이런 저의 모습마저도 받아들일 수 있는 공동체 말이죠.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는 왜 이렇게 한층 저의 날 선 모습들만 보이게 되는 걸까요? 오늘도 다시 한번 더 다정해지기를 다짐하며 하루를 마무리해보아요.
보다 느슨해진 마음이 들어서길 바라며
시원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