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사람들끼리는 그 지독한 반쪽의 슬픔과

허기증에서 어떻게 하나가 되는 벅찬 기쁨을 얻는 것일까

by 삶예글방


3월 29일 일요일 문장밥


박완서 작가의 「 나목 」의 이 문장을 읽을 땐 언제여도 마음이 아릿해옵니다.



사랑하는 사람들끼리는 그 지독한 반쪽의 슬픔과 허기증에서 어떻게 하나가 되는 환희와 포만을 얻는 것일까고. 어떡하면 가끔가끔 엄마의 딸이 되기를 그만둘 수 있을까고.

어머니한테 의치를 다시 끼우게 할 수는 없을까고. 그렇지, 의치를 끼우게 해야지,

강제로라도 내가 어머니의 딸인 게 아무리 거북해도 못 면하듯이, 엄마도 거북한 의치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는 없으리라.
의치를 끼우게 해야지. 강제로라도, 애원을 해서라도.

그러고는 죽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곧이어 살고 싶다로 고쳤다. 죽고 싶다, 살고 싶다, 죽고 싶다, 살고 싶다. 두 상반된 바람이 똑같이 치열해서 어느 쪽으로도 나를 처리할 수 없다.


화자인 이경은 전쟁으로 아들들을 잃은 상심에 회색빛 삶을 살아갑니다. 그저 육체만 살아 겨우 보존하는 정도로 사는 거죠. 그런 빛을 잃은 어머니를 바라보며 자신은 아직 살아있다고, 자기에게도 아직 사랑과 삶은 필요하다고 갈망하며 애원하듯 이런저런 어머니의 마음을 움직일 행동들을 해보곤 하는데요, 그 모습이 참 애처로우면서도 쓸쓸합니다.


화가 옥희도를 향한 사랑의 마음도 어쩌면 삶에의 욕망에 충실하며 그늘과 회색빛 도시에서도 자신만의 색을 찾으려는 그의 예술가적 창조성을 사랑하고 그의 빛을 사랑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마음껏 살아있고 싶은 마음.


경아도, 그녀의 엄마도 어딘가에선 선명한 색으로 빛을 발하며 살아 움직이는 삶을 상상해 보면서 또 그런 맘으로 삶을 살고 있는 이들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책을 덮습니다. 몇 년 뒤 이 책을 다시 읽으면 또 다른 마음을 느끼게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