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여는 감각

이를 닦는다, 그것도 아주 길게.

by 삶예글방



이를 닦는다. 그것도 아주 길게.
아침을 맞이하는 첫 번째 자세다.
이를 닦는 행위는 나에게 아침을 맞이하기 위한 준비 자세이기도 하다.

아직 아침을 맞이할 준비가 안 된 나의 눈과
정신들을 이를 닦으며 하나 둘 일깨우기 시작한다.

거울에도 섰다가, 소파에도 앉았다가,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이를 닦는다.
3분이 아니라 5분을 넘을 때도 있다.

마치 이 닦기를 하나의 의식과도 같이 진행하다 보면

뽀득뽀득 소리가 들린다.
너무 이를 닦는 바람에 이가 매끈해지는 소리가 들리면
이 닦기를 중단한다.
아침을 맞이하는 의식 중단하기.

모처럼 여유로운 아침을 맞이할 때는
기상 시간이 30분 앞 당겨졌을 때다.

일어나야지를 수백 번 다짐하다가 모든 알람이 울리고 난 뒤 맞이하는
늦은 아침은 몸도 마음도 개운하지 않다.



이 닦기 의식도 단축되고,
정신을 깨우지도 못한 채 분주한 마음으로 집 밖을 나선다.

비교적 이를 닦는 시간을 늘릴 수 있는 아침은
하루를 시작도 하지 않았지만,
마치 하루를 이긴 듯한 기분이 든다.

거창한 승리는 아니다.
그저, 하루의 시작을 내가 선택했다는 감각을 느끼며 시작한다.

하루를 시작하는 단추를 조용히 꿰매고,
이를 닦으며 하루를 시작한다.

요란하지 않고 고요하게
작은 실천의 연속으로 하루를 맞이한다.

이를 다 닦고 나서 정신이 반쯤 깨어져 있는 상태에서 휴대폰을 확인한다.
사랑하는 이의 아침 안부를 나누며
비로소 하루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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