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명이 함께 글을 브런치에 연재하기 시작한 이유
안녕하세요? 삶예글방 지기 나은이라고 합니다.
오늘은 브런치에서 연재할 '삶예글방'이라는 글쓰기 공동체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해요.
삶예글방은 서로를 기르는 글쓰기 공동체로, 교사 없이 모두가 평등하게 쓰고 합평하면서 자신과 세상에 필요한 글을 빚어가고 있습니다. 글방지기 나은을 포함하여 7명의 친구들이 함께 브런치에서 격주로 글을 연재할 예정이에요!
글방은 이런 고민으로 시작했어요.
분명하게 원하는 삶의 그림이 머릿속과 마음속에 있는데, 현실의 삶은 멀게만 느껴진다.
하고 싶은 일을 언젠가, 나중에 말고 작은 형태라도 지금 시작하고 싶은데 시간은 빠르게 흐르고 좀처럼 기회가 생기지 않는다.
새로운 도전을 해보려 하는데 혼자서 하다 보니 계속 마음이 흐려지고 약해져 몇 번 시도하다 포기하게 된다.
이처럼 오늘도 주어진 삶의 문제와 주변의 시선, 혹은 여러 환경의 제약 속에서도 마음속 세계를 현실로 짓고 있는 사람들이 있죠. 아마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신 분도 분투 중이실 거예요. 글방지기는 스스로도 그렇게 살고 싶어서, 또 그렇게 사는 사람들을 응원하며 함께 길을 걷고 싶어서 작은 작당모의를 시작했어요. 망원동 골목길에서 작은 살롱 공간 '아쳅토(Accepto)'를 차린 거예요. 헤어살롱지기 '수린'이 맡은 비건 미용실을, 그리고 제가 맡은 책방과 창작 커뮤니티를 한 공간에서 같이 꾸려오고 있답니다.
아쳅토는 환영하다, 받아들이다는 뜻을 지니고 있어요. 나이와 성별, 가치관이나 종교 등의 신념으로 차별하지 않고 고유한 아름다운 빛을 지닌 모두를 환영해요. 자신과 자연 모두를 사랑하며 가꾸고 살아갈 수 있게 돕는 활동들, - 읽기, 사유하고 대화하기, 쓰기, 먹기, 운동하기, 가꾸기 - 등의 다양한 활동을 해왔죠.
300명이 넘게 살롱을 찾은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서, 500권이 넘는 책을 읽고 소개하면서, 저마다 모두가 자기 안에 고인 이야기를 품고 살아가고 있다는 걸 느꼈습니다. 그리고 그 고여 있는 이야기를 마주하고 싶고, 또 드러내고 싶어 한다는 것을요. 누군가 들여다봐 주거나, 스스로 발견해 꺼낼 수 있는 기회가 생기면 그 어느 때보다 사람의 눈빛과 얼굴에 생기가 차오르며 이야기를 꺼내는 모습을 보곤 하는데요. 제 일의 가장 큰 기쁜 순간 중 하나입니다.
저는 그렇게 스스로 빛내며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창조해 나가는 이는 모두 '삶의 예술가-Life Artist'라 정의하고 부르기 시작하고 찾아다녔습니다. 발견하게 될 때마다 인터뷰를 요청했고, 묻고 들었습니다. 관찰하고 배웠습니다. 그런 사람들의 공통점 있더군요. '주체성', 그리고 '창조성'이었습니다. 그러한 삶을 지속하기 위해 자기만의 도구들을 갖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뿌리를 깊이 튼튼히 내린 나무가 오래 성장하는 것처럼, 튼튼한 기초를 다지는 활동은 무엇이었을까요? 아래의 문장이 힌트입니다.
글은 삶의 표현이며 창조다.
일과 삶을 가장 깊이 고민하던 때에, 이오덕 선생님이 쓴 '삶을 가꾸는 글쓰기 교육'이라는 책을, 정확히 말하면 한 문장을 만났습니다. 글은 삶의 표현이며 창조라는 말이었죠. 네, 예상하시다시피 글쓰기였습니다. 어떤 방식으로든 삶의 예술가들은 자신의 삶의 길을 만들어나갈 방법을 고민하고 써내며 기초를 구축하고, 단단히 다지며 자신이 쓴 글, 읽은 글로 연결되어 뿌리를 깊이 내리며 자라고 있었습니다.
글은 삶의 표현이며 창조다. 어린이의 글이든 어른의 글이든 다 그러하다. 글이 정직한 삶의 표현이 되고 삶의 창조가 되자면, 그 글을 쓰는 사람의 마음이 자유로워야 한다.
「삶을 가꾸는 글쓰기 교육』 이오덕
살롱 손님으로 만나 ‘삶의 예술가들’ 인터뷰이로 만났던 ‘아키’님의 추천으로 읽게 된 어딘 작가님의 책 ‘활활발발’에서는 제 마음을 파헤쳐 낸 것 같은 문장을 만나기도 했습니다.
아주 오랫동안 박완서 작가는 그 이야기를 쓰고 싶었을 것이다. 밥을 하다, 아이의 머리를 땋아주다, 장을 보다, 문득문득 문장이 떠올랐을 것이다. (...) 마음속에는 이야기가 소용돌이쳤을 것이다. 헛구역질처럼 문장이 쏟아져 나와 참을 수 없을 때 마침내 펜을 들어 액체 상태의 이야기를 어떤 '형태'로 만들었을 것이다.
글쓰기는 보이지 않지만 느끼고 품던 세계를 보이는 세계로 끌어내 건축해 내는 과정과도 같습니다. 그렇게 삶의 주체성을 찾고, 원하는 삶을 만들어가는 도구로 글쓰기를 마음껏 다뤄보고 싶었어요.
글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았다고 생각했던 저도 돌아보니 13년간 회사생활을 하는 동안 마케터로, 광고 기획자로, 프리랜서 에디터 등의 직업을 거치면서 지식노동자로 꾸준히 글밥을 쌓아왔다는 것을 돌아보게 됐죠. 물론 자신을 담은 글은 아니었기에 갈증이 컸습니다. 목마름을 달래려 무수히 읽어온 문장들과 흘려보낼 수 없어 따라 쓰고 읊조리던 문장들이 제 안에 쌓이고 삶의 지난한 순간들과 마주쳐 그 파도가 넘치기 시작했어요. 쓰지 않으면 버틸 수 없는 마음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아쳅토라는 공간도 그때 시작하게 됐고요.
그렇게 이야기가 넘치던 시절, 좋아하는 작가이자 아쳅토 살롱 손님이셨던 '하정'님이 아쳅토에 오셔서 공간 자체가 특이하고 재미있으니, 손님들이 궁금해하고 물어볼만한 이야기를 모아 책으로 써보면 어떻겠냐고 제안해 주셨어요. 그때 그 제안이 계기가 되어 아쳅토의 이야기로 '다름다움'이라는 독립 출판물을 쓰고 엮어 퍼블리셔스 테이블에 나가 선보이고 오기도 했답니다.
그런데 그렇게 목표와 마감이 있을 땐 부지런히 썼는데, 홀로 지속하려다 보니 이 핑계 저 핑계로 쓰다 말게 되고, 쌓이는 글은 메모장이나 노트를 벗어나질 않게 되더라고요. 홀로 쓰는 글만 쌓여 갔습니다.
어떻게 하면 지속할 수 있을까?
조금 더 힘을 내어
오래, 잘해볼 수 있을까?
좋은 이야기를 필요한 곳에
닿게 할 수 있을까?
고민했어요.
답은 '함께 했던 경험'에서 찾게 되었어요.
1년 반 동안 책 친구들과 함께 읽고, 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쌓아오면서 절실히 느꼈습니다. 혼자라면 쉬이 멈추거나 포기할 순간들을, 함께여서 더 질기고 깊게, 유연하고 다채롭게 사유하며 지속해 올 수 있었다는 것을요. 글쓰기는 얼마나 더 그러할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스물다섯 명 모두 예외 없이 책을 지독하게 사랑했다. 도서관과 서점은 그들에게 또 다른 집이자 학교였다. (...) 평생을 쓰거나 읽으면서 살았다. 여성 작가들은 하나같이 오랫동안 좋은 독자였다가 어느 날 멋진 작가가 되었다.
『쓰고, 싸우고, 살아남다』 장영은
그렇게 지난겨울부터 서로를 길러내어, 쓰는 행위로 우리의 일과 삶을 튼튼히 창조해 가도록 함께 쓸 글 친구를 찾고 모았습니다.
'삶의 예술가들을 위한 글쓰기 모임, 삶예글방'의 시작입니다. 그렇게 첫 모집에 7명이 모여 올 초 1월부터 3월까지 치열하게 매주 글을 썼어요. 공통 글감이 있는 주엔 한 주에 두 편씩도 써서 제출하는 강행군이었어요. 그러다 3개월의 치열한 쓰기 훈련을 마치고 모인 글들을 보며 생각했죠.
아, 이 소중한 기록들을
세상에 흘려보내고 싶다!
그렇게 브런치에 미뤄온 작가신청을 삶예글방으로 해보게 되었고, 감사하게도 기회가 바로 주어져, 이곳에서 연재해 보게 되었습니다. 이번에 삶예글방 친구들과 함께 쓰고 연재하는 글은 아마 각자 자신에게 깊이 침잠하며, 발견하고 앓기도 하며 끌어올린 것들일 겁니다. 직업도 나이도 상황도 꿈도 다른 이들의 개인의 이야기일 테지만, 읽고 계신 당신의 어딘가에 켜켜이 숨겨두거나 묻어둔 감정이나 꿈, 간절한 소망을 건드릴 수도 있을 거예요. 이미 이곳에 글을 쓰고 있다면 서로의 글과 연결되어 갈 수도 있겠죠? 서로를 지키고, 살리고, 키우면서요.
'쓰기'가 통증을 줄여준다는 것, 그 이상의 이유가 필요하지 않았다. (...) 쓰면 나아졌다. (...) '믿는 구석'이 있는 인간은 버틸 수 있다. 그게 나한테는 글쓰기였다. 나는 여전히 '마음을 붙잡기 위해' 쓴다. (...) 내 주변의 사람들을 덜 다치게 하고 싶다.
『어떻게 쓰지 않을 수 있겠어요』 이윤주
주체적으로 자신의 삶을 살려는 이에게 영감을 줄 이야기를 펼쳐내고, 글쓰기가 그 창조 과정에 도구가 되길 기대하며 쓰고 있습니다. 버스기사의 직업 단면을 담은 에세이부터 좋은 사람이 되고픈 트레이너의 운동 쓰기, 개인과 사회를 아우르는 단상집, 애정이 담긴 오지랖으로 쓰인 아포리즘, 초보 보호자의 임보 일기, 환상 같은 일상을 그린 소설과 서간문까지,, 글방에서 함께 쓰고 있는 글들을 격주 요일별로 연재해보려고 합니다.
월요일 - 김차반의 슬기로운 기사생활 | 김차반
우당탕탕 덜컹거리는 버스 안 풍경을 7년 차 버스기사의 시선과 생각으로 들여다봅니다. 때로는 재밌고 때로는 슬프기도 한 것이 버스와 삶이 많이 닮아있는 것 같습니다. 매번 똑같은 길을 달리지만 매번 다른 생각이 드는 버스기사의 일상을 공유합니다.
화요일 - 트레이너의 운동 쓰기(Writing) | 정수연 트레이너
운동을 합니다. 운동을 가르칩니다. 이제는 운동에서 마주치는 것들을 써보려고 합니다. 운동을 하고, 가르치는 순간에 마주하는 단어들을 지식, 경험, 생각을 버무려 써나가는 정수연 트레이너의 글쓰기를 응원해 주세요.
수요일 - 원의 자리 | 윤우
상실의 아픔을 봉합된 사랑으로 치유할 수 있는가?
사회 변혁 운동에 앞섰던 원, 그의 연인 영, 원을 통해 삶을 획득한 한. 세 사람의 삶이 얽힌 양상으로 상실과, 상실의 지속, 그리고 봉합의 과정까지 들여다봅니다. 공통된 상실이 각기 다른 존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남은 이들이 서로를 끌어 안아 삶을 살아내는 과정을 그리며 '끝이 아닌 지속'을 담은 이야기로 초대합니다.
목요일 - 책방지기의 사생활실록(實錄) | 나은
평생 하고 싶은 읽고 쓰는 일로 삶을 일구어내고 싶어 삶예글방을 시작한, 아쳅토 책방지기 나은의 생존과 일상 사실을 있는 그대로 적은 기록입니다. 빠지기 쉬운 구덩이를 마주하거나 넘기 힘든 벽을 만나는 날엔 공상을 섞어서 기꺼이 즐겁게 넘겨버리는 장면을 그린 소설 같은 기록을 담아낼 수도 있습니다.
금요일 - 우당탕탕! 초보 보호자의 3개월 임보 일기 | 도라
임보는 처음이라 우당탕탕, 하루하루가 새로웠던 초보 보호자 부부의 좌충우돌 임보 일기. 3개월이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마음만큼은 오래오래 남아있는 그때의 이야기를 담았어요.
토요일 - 전하지 못한, 끄적임 | 시원
소소한 끄적임 들을 전해요. 전하지 못할 말들과 마음들이 모여서 결국 끄적임으로 이어지는 모든 날들의 기록. 그 속에 담긴 끄적임의 세계에 초대하고자 합니다. 때로는 여과 없이 날 것의 글들이 담길 때도 있지만 그마저도 '나'의 끄적임이라는 것을 받아들이기 위해, 기꺼이 끄적임의 세계에 동참하실 분들을 위해, 오늘도 소소하게 끄적입니다.
일요일 - 재영의 주간 편지 | 재영
일상에서 길어 올린 생각들을 뾰족하게 포착해 담백하게 전합니다
이제 시작합니다.
삶예글방은 여러분을 환영합니다. 삶의 예술가로서, 고마운 독자로서, 언젠가 함께 글을 쓸 수 있게 될 동료로서도 환영해요!
글이 주는 위안이란 서로 다른 여러 세계가 교차하고 충돌하고 비껴가고 엇갈리며 만들어내는 우주에 자신이 속해 있음을 발견하는 것이다. 누추하고 남루할 줄 알았던 내 존재가 맙소사, 다른 수많은 별들과 함께 반짝반짝 빛나고 있구나, 목격할 때다. 내 후회가 누군가의 희망이 되고 내 절망이 누군가의 징검다리가 되고 내 뜨거운 눈물에 춥고 쓸쓸한 누군가가 밥을 말아먹는다는 걸 아는 것, 글이 주는 위안일 것이다.
『활활발발』 어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