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2

희망을 가져본다. 오늘 같은 일이 일어나고는 있으니 말이다.

by 삶예글방

SNS에서 흥미로운 글을 봤다.

버스 기사 이야기라서 그런지 더 눈길이 간다.


내용은 이렇다.


승객이 상황을 목격하고 올린 글이다. 정류장에 버스가 들어왔고 승객이 버스에 올라탄다. 좌석은 이미 가득 찼고 서 있는 사람도 꽤 있다. 타야 할 사람이 다 탄 것 같은데 버스가 출발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두리번거린다. 그제야 한 승객이 일어나 임산부에게 자리를 양보한다. 버스 기사는 룸미러를 쓱 한 번 보더니 출발한다. 보자마자 기사가 센스 있다고 생각했다. 댓글도 대부분 그런 반응이다. 나중에 나도 같은 상황에서 센스를 발휘해보자고 기억해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운행하는데 정류장에 임산부가 버스를 기다린다. 마침 버스 안 좌석은 빈자리가 없고 몇몇은 서서 가는 중이다. 앞문을 여니 임산부가 탄다. 뒤이어 다른 승객도 타는 사이 앉아있던 승객이 임산부에게 자리를 양보한다.


속으로 ‘이야..빠르시네..’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고맙다고 인사한다. 아직은 정이 넘치는구나 싶다. 이런 광경을 못 본 것은 아니다. 종종 일어나는 상황이지만 SNS에서 봤던 글이 생각나서 더 그렇게 느껴졌다.




또 얼마 뒤에 비슷한 상황이 펼쳐진다. 이번엔 센스 있는 승객이 없어서 내가 센스를 발휘해 본다.


“죄송한데 임산부 승객이 타셔서 배려 부탁드립니다.” 그제야 부지런하게 사람들이 서로 자리를 비켜주기 위해 애를 쓴다. 난 이마저도 고마운 마음이 든다. 사실 기사가 무슨 얘기를 하든 안 들어도 그만일 수 있는 것 아닌가. 언제부터인가 내 마음이 먼저고 내가 힘든 것이 먼저인 세상이 되버린 것 같다고 생각한다. 정이라고 불렀던 감정은 어디론가 숨어버리고 나 하나쯤 이기적이어도 괜찮아진 듯하다. 안타깝지만 어쩌겠나 세상이 그리 변해가는 것을. 아니, 나 혼자만의 생각이 변했을 수도 있지 않을까. 일하면서 워낙 다양하고 이기적인 사람을 만나다 보니 그렇게 보일 수도 있을 테다. 그래도, 그렇지만, 희망을 가져본다. 오늘 같은 일이 일어나고는 있으니 말이다.




한 번은 출근 시간대에 임산부 승객이 탔는데 워낙 만원 버스라 임산부 승객을 배려해달라고 말을 할지 말지 스스로 굉장히 망설여졌다. 자리는 없고 움직이기도 불편한 상황이라 더 그랬던 것 같다. 그렇게 망설이기만 하다가 임산부 승객이 내렸다. 참으로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 말 한마디 하는 데 돈이 드는 것도 아니고 아무리 사람이 많다고 한들 그거 한 번 비켜줄 사람이 없는 것도 아닐 텐데..그 날은 일하는 내내 물에 젖은 솜처럼 마음이 무겁고 무거웠다.




그 마음이 조금이나마 가벼워진 건 어제의 일이다. 늦은 오후, 버스 안은 서 있는 사람이 여러 명일 정도였다. 항상 같은 시간에 병원 정류장에서 버스를 타시는 요양보호사 어머님들이 뒷문 근처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때마침 임산부 승객이 탔는데 그 근처에 서 있는 것이 아닌가. 눈치를 보다가 뒤를 보며 외쳤다.


“죄송한데 임산부 승객이 타셔서 배려 부탁드립니다.” “아이고, 애기엄마 미안해요, 미안해. 우리가 얘기하다 보니 못 봤어요.” 서로 나서서 자리를 비켜주는 모습을 보며 그래, 이렇게 말하는 것이 한결 마음이 가벼워지는 일이구나 싶었다.




지금은 소폭 반등했지만, 우리나라의 출산율이 가장 낮았던 숫자가 0.72명이다. 1명이 채 되지 않는 숫자가 믿어지지 않는다. 사회 시간에 국가의 3요소는 영토, 국민(사람), 주권이라고 배웠다. 그 중 국민이 부족해진다. 국가의 존재 이유가 흔들릴 수도 있는 일이다. 해마다 수십조가 넘는 예산을 쏟아붓고 있는데도 숫자는 늘어나지 않는다. 물론 나도 반성하고 있다. 출산은커녕 결혼도 하지 않고 이런 걱정을 하고 있으니 입만 살았다. 노력을 안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괜스레 죄인이 된 기분이다. 그래서 임산부 승객이 정류장에 기다리고 있으면 어떻게든 앉아서 편하게 갈 수 있도록 도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 자리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도움일 것이다. 출근 시간의 일처럼 더는 미안한 마음이 들지 않도록 더 노력해야겠다고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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