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8일

분명 이 또한 지나가리라.

by 삶예글방

1028일.


2019년 말 COVID-19가 전 세계를 휩쓸면서 대응조치로 대중교통 마스크 착용 의무화가 이루어진 날들이다.

버스에서 마스크를 제대로 쓰지 않으면 1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는 정부 방침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2년 10개월 동안 과태료를 내는 승객은 본 적이 없다.


처음에는 전염이 무서워서 모두 잘 쓰고 타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피로도가 누적되면서 코스크, 입스크 등등 버스 내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버스 기사는 당연히 안내를 해야 했다. 다른 승객에게 불편함을 주지 않고 전염병이 전파되지 않도록 승차할 때 마스크를 올바르게 착용해 달라고 말씀드렸다. 초반에는 마을버스를 운행하고 있을 때였다. 어르신들은 신종 전염병이 무서워서 착용을 잘하시는 편이었는데 문제는 자주 깜빡하신다는 거였다. 항상 여분의 마스크를 챙겨 다니며 마스크 착용을 잊고 타신 어르신들에게 나눠드리고 꼭 착용하셔야 한다고 안내했다. 어르신들은 안 쓰면 큰일이 난다는 기사의 말이 무서웠는지 연신 고맙다고 하며 바로 마스크를 쓰고 이내 자리에 앉으셨다.


문제는 시내버스를 운행하면서부터다. 처음에는 실내외 마스크 착용 의무화였기 때문에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면서도 모두가 마스크를 잘 썼었다. 시간이 흐르고 실외 마스크 의무화 해제가 되면서 정류장에서 쓰지 않고 있다가 버스를 타기 위해 허겁지겁 마스크를 찾는 모습이 잦아졌다. 마스크를 올바르게 착용하고 타면 그나마 양반이다. 코만 내놓거나 코와 입을 다 덮어서 착용하지 않는 승객을 보면 속으로 화가 났다. 회사의 특성상 시청에 민원이 올라오면 바로 통보가 되고 기사는 경위서도 작성하고 인사 평가에서 불이익을 받는다. 마스크를 제대로 써달라고 하면 잔소리한다고 안 쓰는 승객을 가만히 내버려 두면 다른 승객이 기사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고 민원을 넣을까 봐 겁이 났다.


승객이 많아지는 출퇴근 시간은 그야말로 전쟁이다. 정류장에 들어서면서부터 마스크를 제대로 안 쓰고 있는 승객이 보이면 신경질부터 났다. “선생님, 마스크 제대로 착용해 주세요.”라고 얘기해도 그 순간뿐이다. 자리에 앉으면 다시 마스크를 슬그머니 내리는 걸 보면서 도대체 왜 그러시는지 묻고 싶었던 적이 많았다. 마스크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승객을 확인하기 위해 뒤를 쳐다보면서 안전운전도 위협을 받았다. 마스크 하나 제대로 안 쓴 한 사람 때문에 다른 많은 사람의 생명이 위험할 수도 있는 문제였다.


특히 취객은 더 심했다. 영업 제한을 할 때도 그렇고 풀렸을 때도 마찬가지로 밤만 되면 그렇게 취객이 마스크를 제대로 안 쓰고 탔다. 취객은 말도 잘 듣지 않는다. 여러 번 말을 해야 하고 그렇게 신경을 쓰다 보면 운전에 집중하지 못할 때도 많았다. 그래도 말을 듣지 않으면 차를 세우고 경찰에 신고했다. 다른 승객이 오히려 버스가 운행을 못 하게 되니까 어서 마스크를 쓰라고 말을 하지만 취객이 들을 리가 있겠는가. 경찰이 도착해서야 마스크를 주섬주섬 쓴다. 처음에는 경찰이 과태료 부과를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앞서 얘기했지만 1028일 동안 과태료 내는 걸 본 적도 없고 냈다는 얘기를 들은 적도 없다. 내가 예민한 편인가 싶었는데 다른 기사들도 같은 얘기를 했다. 마스크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그로 인해 운행에 지장을 받는다는 얘기였다.


최근 대중교통 마스크 의무 착용 해제가 되었다. 정말 기뻤다. 더 이상 마스크를 제대로 써달라고 얘기하지 않아도 되었다. 한 사람 때문에 다른 여러 사람의 안전이 위협받는 일도 사라졌다. 긴 시간 동안 마스크 착용 때문에 힘들었던 모든 사람과 마음고생했을 전국의 버스 기사님들께도 수고 많으셨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다시는 COVID-19와 같은 전염병이 없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덧붙이는 말


이 글을 쓰고 나서 버스 안 풍경이 많이 달라졌다. 의무 착용이 해제된 초반에는 쓰는 사람 반, 안 쓰는 사람 반이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다들 안 쓰는 분위기로 변해갔다. 최근 독감이 유행하면서 다시 마스크를 쓰기는 하지만 전처럼 모두가 마스크를 쓰지는 않는다. 끝나지 않을 것 같던 시간이었지만 끝이 났다. 언제나 그렇듯 지나고 나면 별 것 아닌 일이지만 그 순간에는 왜 그리도 힘들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덕분에 무언가 배운 것이 있다. 지금 이 순간이 힘들다면 언젠가는 ‘힘들었었지..’하며 기억할 날도 올 것이라고. 이 또한 지나갈 것이라고.









차반 작가소개 최종.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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