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와 싸우다.
진절머리 나게 실패를 많이 했다. 정말로. 특히 내가 원하는 것들에 대해서.
물론 20대에 수도 없이 많이 실패하면서 30대에 날아오를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고, 한 살이라도 젊을 때 많이 실패하는 것이 좋다는 생각은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실패에 찌들면서 나머지 무기력감이 휩싸였다.
자존감이 하락되어서 ‘왜 사나?’란 생각을 매일 하고, 좋은 일조차도 ‘이건 나한테 나쁜 일이야’라고 왜곡해 바라보고, 사람들은 나를 가까이하지 못할뿐더러 나 또한 사람들과 만남 자체를 끊어버리고, 작고 소중한 것들에 대해서 전혀 감사해하지 못하는 것까지.
20대 때 실패한 목록을 한 번 나열해보면 못해도 5가지 이상은 떠오른다.
1) 반수 대 실패. 한의학 입학을 꿈꿨지만 실패했다.
2) 피아노 실패. 훈련하면서 매일 팔 아프고, 손가락은 빠르게 움직이지 않고 어떻게 하면 좋을지 매일 고민했다.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서 제대로 방법을 찾아서 다행이었다.
3) 대학교 적응 실패. 점수 맞춰서 온 것이 좋지만 도저히 전공이 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반수 실패 후 첫 학기에만 노력하고 나머지 학기 때 공부하려고 할 때마다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내가 좋아하는 것에만 빠져 있으니 말이다.
4) 자립 실패. 부모님을 볼 때마다 독립해서 살겠다고 매번 얘기하곤 정작 아무것도 못했다.
5) 연애 실패. 이성이랑 한 번도 사귀어 본 적 없다.
생각해보면 20대에 했던 거의 대부분이 실패로 점철되었다. 게다가 많은 잘못도 저질렀고, 부끄러운 일들도 했다. 정말 뭘 해도 안 되는 시기였다. 그래서 20대로 다시 돌아갈 거냐고 물어보면 ‘죽었다 깨어나도 절대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다른 사람들은 20대가 너무나 좋은 추억들이 있고 그때가 여유 있다고 했다. 대다수는 그때가 가장 휘황찬란한 시기였을 수 있었다. 하지만 나한테는 반대다. 지금에 와서야 좋은 기억들이 떠오르는 여유가 생겼지만, 2020년까지만 해도 정말 떠오르기 싫었다. 정말 알고 싶은 것이 있었기에 죽기 살기로 노력했고, 그때마다 너무 고통스러웠다. 또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무너질 때마다 어떻게든 더는 무너지지 않게 악착같이 버텼다.
실패로 점철된 나머지 무기력감에 있었던 상황에서 할 수 있었던 일은, 그저 내가 원한다고 생각한 것들에 대해서 발악을 하면서 하는 것뿐이었다. 자기기만한 영역들도 많지만, 정말 끝까지 내가 원하는 것이 있으면 어떻게든 해내기 위해 방법을 찾았다. 정말 힘들게 찾아내고 시행착오를 많이 하면서 갔다. ‘왜 이렇게나 힘들어야 해?’라고 원망하면서 말이다.
지금은 무언가 실패했을 때 여전히 화가 나고, 짜증 난다. 하지만 20대와 지금을 비교해보면 ‘뭐, 이런 것이 당연한 것이지. 내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 정상이거늘’하고 웃으면서 넘길 여유 정도는 생겼다. 올바른 실패와 시행착오를 하면 올바른 노하우가 생기고, 그것이 타인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으리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