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너무나도 몰랐다: 첫 번째 20대 이야기
20대의 시행착오.
by moonterry Jul 20. 2022
돌이켜보면, 참 멍청했다는 생각이 든다. 정말로. 인생을 수월하게 살려면 정말 필요한 것들을 분명히 알고 세상 속으로 뛰어들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서 저항을 엄청나게 많이 받았다. 그 중 가장 강력했던 저항은 바로 ‘자기 자신을 모름’이다.
[도구]에 소개된 ‘인간 메커니즘 (휴먼 디자인)’에 따르면 필자는 프로젝터의 타입이다. 이 타입의 경우 본성을 꿰뚫는 아우라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프로젝터의 경우에는 비에너지 타입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경우에는 일관되게 에너지를 쓸 수 없다고 설명된다. 하루에 4~5시간 이상 육체 활동을 할 경우 감당하기 매우 어렵고 탈진을 겪는다고 말한다.
만일 이것을 알았다면 20대에 자기계발 서적에서 제시하는 전략들을 절대로 따르지 않았을 것이다. 18시간 몰입, 3~4시간 수면, 강력한 의지의 발휘 등을 요하는 자기 계발의 경우에는 프로젝터에게는 최악에 가까운 전략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전략을 쓸 때 초반에는 잘 되는 듯 하다가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정신을 차릴 수 없이 너무 힘들기도 했고, 몸이 극도로 아파서 응급실에 간 적도 있다.
이래도 못 믿겠는가? 하지만 적어도 내 입장에서 봤을 때는 이것이 맞다. 20대 때 대형사고가 3번 정도 있었는데, 모든 사고의 시작점에는 항상 ‘의지를 불태워서 남들보다 더 많은 일을 한다.’ 는 마음가짐이 있었다.
[휴먼 디자인]에서는 9개의 에너지 센터가 있다고 말하는데, 의지력을 주관하는 곳은 심장 센터다. 심장 센터가 정의된 사람은 의지력을 일정하게 낼 수 있지만, 심장 센터가 미정/오픈된 사람은 의지력을 일정하게 낼 수 없는 디자인이라 한다.
그런데 나의 경우 심장 센터가 ‘오픈’ 되었다. 다시 말해, 의지력을 일관되게 발휘하려고 노력한 그 자체가 완전히 잘못된 전략이었다. 나란 사람이 누구인지 ‘정확히’ 알지 못했기 때문에 나 스스로를 잘못 사용했고, 그것이 쌓여서 치명적인 결과가 왔다.
하지만 [인간 메커니즘]에 대해 알지 못한다고 한들, 다른 도구를 활용하지 못한 경우가 너무나 많다. 대표적으로 ‘타인의 얘기를 귀담아듣기’. 20대 때 타인의 이야기를 듣는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듣는 척’만 했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했던 말이 하나 있는데, 너무나 고집이 세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서 물건 하나를 살 때, 잘 아는 사람한테 물어서 ‘어떤 게 가격대도 적당하면서 튼튼한 것을 살 수 있나?’라고 물어보면 되는데, 이것을 정말 진절머리 날 정도로 싫어했다. 왜냐하면 내가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것을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다른 사람들한테 물어보는 것 자체가 내가 그 결정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는 것과 같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리고 타인에게 물어보는 것만으로도 주도권을 넘긴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아무한테도 물어보지 않고 그냥 보이는 물건을 사는 고집을 부렸다. 그 후에는 거의 100% 핀잔을 들었다. 더 좋은 물건이 있는데, 왜 그걸 사냐고 말이다. 돌이켜보면 나의 고집으로 인해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한 셈이다.
피터 드러커의 ‘자기경영노트’를 보면 ‘우리 모두는 타인에 대해 전문가다’라는 말이 나온다. 이 문장을 달리 해석하자면 ‘다른 사람들이 내가 원하는 것을 빠르게 파악하고, 필요한 것을 제시해 줄 수 있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하지만 고집을 부리며 타인의 도움을 받지 않는 순간, 수많은 행운을 완전히 걷어찬 셈이었다. 내가 아는 것이 없다는 상태를 인정하고, 부탁하면 그만인 것을 말이다. 덤으로 다른 사람이 나를 접근하기 부담스러워하는 결과를 만들었다.
그래도 20대 때 괜찮게 했다고 생각한 것은 ‘과거에 대한 반성’이다. 현재의 어려움은 과거에 했던 행동들에 대한 결과라는 것을 배운 덕분이다. 예를 들어 3박 4일 동안 게임에만 빠져서 살았던 적이 있는데, 이러면 안 되겠다고 생각해서 과거를 들춰보고 나름대로 해결 방안을 모색했다.
‘3박 4일 간 게임함 → 게임하기 결정한 시점에서 당시에 기분/감정이 좋지 않았음 → 기분/감정이 좋지 않았던 이유는 독서를 목표로 삼았는데, 처음부터 무리한 목표 (하루에 1권 읽기)를 세웠기 때문 → 이런 무리한 목표를 세운 이유는 내가 잘났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어서임’
이 순환 고리를 깨긴 위해서는 독서에 대한 목표를 재설정했고, 그 결과 게임 시간을 줄이면서 독서도 같이 하는 긍정적인 결과가 나올 수 있었따.
이런 식으로 하나하나 원인을 파악해가는 작업을 20대 내내 꾸준히 했다. 과거를 계속 들추면 순환 고리를 타게 되기 때문에, 하루 종일 생각할 때가 많았다. 그리고 정작 아무것도 하지 않도록 합리화를 할 때도 있었다. 원인이 꼬리를 물며 계속 나오고, 근본적으로 해결은 하고 싶은데 진짜 원인을 모르니까 어떻게 할 수 없다고 한 것이다. 하지만 원인을 파악해서 문제를 개선하려고 시도해도 고집 때문에 개선이 안 된 경우가 정말 많았다. 나라는 사람이 누구인지 알았다면 정확한 원인을 알고, 바로 해결책을 꺼낼 수 있었을 것인데 말이다.
그래도 ‘과거에 대한 반성’이 익숙해지면서 문제를 대처하는 능력이 좋아졌다. 문제의 원인을 파악하고, 그 당시에 했던 행동과 ‘반대로’ 하면 반은 먹고 들어가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한 그 원인의 중심점에는 결국 내가 존재하기 때문에, 나를 파악하면 할수록 이 과정이 더 원활하게 이뤄진다고 느꼈다.
‘자신에 대해서 정확히’ 아는 것만큼이나 인생의 저항을 낮출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생각한다. 만일 이러한 것들을 정확히 알았더라면 20대 때 그렇게나 겉과 속이 망가지지 않고, 망가졌더라도 빠르게 회복할 수 있었으리라 본다. 30대인 지금도 이 과정은 지속적으로 하고 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