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논쟁이 되는 이야기를 다뤄보려 합니다.
손가락을 들어 올려도 될까요? 안 될까요?
답부터 이야기하자면 둘 다 Yes입니다.
왜 그런지 얘기를 풀어보기 전에 제 과거 이야기를 잠깐 해보려 합니다.
지금부터 딱 10년 전, 피아노 테크닉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곳을 찾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체계를 갖추고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곳을 2군데 발견했고, 양쪽의 이야기를 하나하나 찾아봤습니다. 대체로 손가락의 움직임과 근육의 상태에 대해서는 유사한 맥락을 가졌습니다. 손가락의 움직임이 민첩하기 위해서는 근육의 힘이 풀어져 유연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유독 하나가 걸렸습니다. 한 곳은 '손가락을 최대한 높게 들어서 쳐야 한다'라고 말하는데, 그 이유는 손가락을 최대한 들어 올릴 수 있어야 손가락의 힘이 생기고, 그 힘 덕분에 건반 바닥까지 내려갈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다른 곳은 '손가락을 들어서 치면 안 된다'라고 말했는데 그 이유는 손가락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야 팔의 무게가 손가락 끝까지 막힘없이 전달될 수 있기 때문이라 했습니다.
양쪽 모두 나름 합리적인 이유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둘 중 어느 곳의 말이 맞는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사례를 찾아봤습니다. 우리나라의 대표 피아니스트 손열음의 경우, 어릴 때 피아노 연습할 때 손가락을 높게 들어 올렸다가 치는 연습을 많이 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한편 낭만 시대의 대표 작곡가 슈만이 손가락을 들어 올리면서 치다가 손가락을 다친 일화가 있었습니다. 이 2개의 일화를 접하면서 도대체 무엇이 정답인지 혼란스러웠습니다.
그래서 도저히 답을 알 수가 없었습니다. 전제를 제대로 알기 전까지 말입니다.
이전 글에서 피아노를 치는 데 필요한 전제를 언급한 바가 있습니다. 그 글은 아래에 있습니다.
https://brunch.co.kr/@acceptyourlimit/60
여기서 중요한 전제를 다루면서 손가락의 움직임에 대한 답을 말씀드립니다.
1) 피아노 건반 바닥을 ‘딛고!’ 원위치로 올라온다.
: 이럴 경우에는 손가락을 들어 올려도 됩니다.
: 이를 이해하려면 걸을 때를 생각해 보면 됩니다. 걸을 때에 다리가 어떻게 움직일까요? 땅바닥과 밀착되었던 발을 떼기 위해, 땅바닥을 디딥니다. 그러면서 다리를 올라가면서 골반과 다리의 관절이 접힙니다.
: 피아노에 한 번 적용해 볼까요? 건반 바닥에 닿아 있는 상태에서, 바닥에서 딛고 올라오기 위해서 손가락을 들어 올리는 것입니다. 동시에 손등관절에서 접혀 올라가는 것이지요.
2) 피아노 건반이 부드럽게 가볍게 올라와 원위치로 되돌아온다.
: 이럴 경우에는 손가락을 들어 올리지 않아도 됩니다.
: 앞서 내용과는 다르게, 건반이 위아래로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해 보세요. 누른 건반을 원위치시키기 위해서 손끝만 부드럽게 떼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것입니다. 걷는 것과는 다르게 건반이 위아래로 움직일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지요. 만일 잘 이해가 안 가면 한 손으로 건반을 누르고 힘을 푼 후, 다른 손으로 건반을 올려보세요.
결국 어떤 전제를 가지고 접근하느냐에 따라 답이 달라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1) 강제적인 움직임으로 인한 에너지 낭비가 되기 때문입니다.
2) 너무 높이 들어올리면 손등관절을 혹사시킬 수도 있습니다.
3) 손가락을 들어 올리는 것만으로도 앞팔 근육이 긴장합니다.
4) 음색이 맑은 대신 음과 음 사이의 공간이 비어 있을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음이 깊고 풍부하게 울리는 것을 선호합니다)
그래서 손가락을 들어 올리며 치는 대신, 알렉산더 테크닉의 5가지 디렉션을 되뇌며 팔 전체로 치는 감각에 집중합니다. 그러나 다시 한번 말씀드리자면, 어떤 전제를 활용하느냐에 따라 손가락의 움직임은 달라진다는 것! 이를 이해하셨으면 합니다.
여러분은 손가락을 어떻게 하고 싶으신가요?
P.S. 내용을 좀 더 제대로 이해하고 싶으시면 알렉산더 테크닉의 '걷기'에 대해 찾아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