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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옷 만드는 여자 Sep 21. 2023

빈둥지가 되다


입시가 끝났다로 시작했던 지난번 글은 끝도 못냈는데 다음주 화요일 아이가 떠난다. 

방학때 마다 돌아올것이고 맘 내키면 한 시간 거리 후딱 가서 보고 와도 되는데 가슴속에 무언가 찰랑찰랑 넘칠듯 마음이 이상하다. 남편은 벌써 몇달째 아이가 집 떠나는 얘기만 나오면 눈가가 벌게진다. 떠나는 당사자는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고 스트레스 하나 없는 세상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데 혼자 헤쳐나가야할 아이 생각에 준비하고 신경써야할게 챙겨도 챙겨도 새로운 리스트가 자꾸 늘어난다. 

캠퍼스 도착후 짐 옮기기

마음 졸이고 힘들었던 입시 기간동안 이 시간만 지나면 더없이 행복할것 같았다. 아이가 하나라 이 힘듦을 다시 겪어도 되지않음에 감사했다. 다행히도 응시한 많은 학교에서 합격 소식이 왔을 때는  순간 순간 합격의 짜릿함을 아이와 난리부르스를 떨며 즐길수 있었다. 갈 학교가 정해지고 마음이 편안해졌을즈음엔 아이가 혼자 해나가야할 일들이 걱정되었다. 결혼해 독립해 나가는 자식을 준비 시키듯 기본적인 요리를 가르치고 빨래 하는법 개는법등 살아가는 기본적인 기술을 가르쳐주었다.  서툰 아이를 보며 조금 더 독립적으로 키울걸 그랬다 후회도 되었다. 기나긴 여름 방학 동안 유럽으로 가족여행을 다녀 오기도 하고 아이가 좋아하는 음식들을 퍼레이드로 여름 내내 요리도 했다. 

이게 마지막이 아닌데 뭐든 아이와 했던 좋은 추억이 있는 일들은 한번은 다시 해야할듯한 조급한 마음이 들었다. 

처음으로 여자 친구가 생긴 아이는 핸드폰이 몸의 일부가 된듯 함께함을 갈구하는 우리에게 그렇게 많은 시간을 할애해주지 못했다. 옆에 있어도 그리운 아드님이다. 

하지만 알고 있다. 아이는 그 나이에 해야 할 경험들을 하며 건강하게 인생의 다음 단계로 넘어가고 있고 그런 아이를 응원하며 나 또한 가슴이 뚫린것 같은 상실감과 쓸쓸함을 소화해내어 내 인생의 다음 장으로 넘어가야한다는걸 알고 있다. 

며칠 전부터 냉장고를 열었다 이 간식은 아들 먹으라고 사둔건데 아이가 떠나고 나면 누가 먹을까 이걸 볼때 마다 마음이 힘들겠지 벌써부터 목에 커다란 알맹이가 걸린듯 뻐근해진다. 최근에 담근 김치가 맛있어질때 쯤이면 아이는 그 맛을 못보겠구나 또 가슴속에 파도가 일렁인다. 

남편과 나 아이 이렇게 셋이서 십 팔년을 같이 살았는데 이제 남편과 나 둘로 다시 돌아간다. 

앞으로 어떤 그림이 펼쳐질진 모르겠지만 아주 오랜만에 걸릴것 없이 나에게로 오는 모든 일들을 시도해보기로 한다. 새로운 자격증도 따보고 생각해보지도 않은 분야에 새로 지원도 해보았다. 하나의 일이 또 다른 일로 연결되고 그렇게 마음을 뺏기고 바쁘게 살다 보면 어느새 나도 다음 챕터로 넘어가 있길 바란다. 

* 이 글은 아이가 떠나기전 주말에 쓴것입니다. 기숙사 입주하던 날 짐 정리해주고 식당에서 밥도 잘 먹인 다음 다시 기숙사로 아이를 데려다주고 결국 남편과 저는 차안에서 한바탕 울고 왔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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