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ㅈ] 이건 참 근사한 일이야
쓰기 위해 쓰는 휴가는 독립출판물을 만들기 위해 떠난 집필 여행의 기록입니다. [J]와 [ㅈ]가 함께 쓰는 글이라, 같은 제목의 글이 두 편씩 업로드됩니다. 에피소드 제목은 그날을 가장 잘 담은 노래이니 들으며 읽으시길 권합니다. - ㅈ
여행의 첫날, 우리는 전혀 예상치 못한 즐거움에 들떴다. 바로 하루 전날, 조악하고 괴상하고 망측하고 끔찍하기 그지없는, 끝나지 않을 것 같던 연극이 끝났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목소리를 듣기 전까지는 실감하지 못했었다. 숙소에 도착한 우리는 짐만 홀랑 던져두고 굶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쌀국수를 먹으러 갔다. 배를 채운 다음엔 집필 여행의 첫 공식 일정으로 내일의 굶주림(?)을 해결하기 위해 마트에 들러 이것저것 먹을 것을 샀다. 다시 숙소로 돌아온 우리는 집필 여행의 원대한 계획을 실행하기에 앞서 낮잠(...)을 잤다.
J는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 낮잠이 집필에 앞서 사회의 묵은 때를 벗겨내는 의식이자 피폐해진 영혼과 체력을 위로하는 시간이었다고 본다...고 하기에는 너무 푹 잤다. 개꿀잠이었다. 몇 시간이나 잤을까. 눈을 뜨니, 다시 태어난 것 같이 상쾌했다.
정신을 차리고 짐 정리를 시작했다. 인테리어 소품 몇 개와 책장을 치우고 가져온 물건을 채워 넣었다. 낯선 공간을 우리의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서였다. 이곳저곳에 손때를 묻히길 잠시, 멀지 않은 곳에서 희미한 함성소리가 들려왔다. 연극이 끝난 걸 축하하는 사람들이 광장으로 모일 시간이었다. 아참, 오늘 축제가 있는 날이지. 어깃어깃 짐 정리를 마친 우리는 저녁을 먹고 산책 겸 광화문 광장에 들렀다.
경복궁 사거리와 광화문 분위기는 이미 무르익어 있었다. 곳곳에서 경쾌한 노래가 들려왔고, 운동회를 방불케 하는 노점상 행렬이 축제의 흥을 돋웠다. 밝은 표정의 사람들이 맑은 목소리로 구호를 외치고 있었다. 이렇게 많이 달라지는 구나. 우리도 하야송에 맞춰 발걸음을 총총총 옮기며 축제를 즐겼다.
사람들 사이사이를 걸어 다니다 나는, 이 연극은 애초에 시작하지 말았어야 할 연극이라고 생각했다. 엄한 사람이 대통령 자리에 앉아 본인도, 사람들도 얼마나 고생이 많은지. 그 배우는 마지막 국무회의 중 이런 명언을 남겼다고 한다.
"피눈물이 난다는 게 무슨 말인가 했는데 이제 어떤 말인지 알겠다."
하긴, 전두환에게 받은 거금으로 조용히 살았으면 느끼지 못했을 아픔일지도 모른다. 그러게 왜 고생을 사서 했을까. 그 배우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그 감정에 좀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 앞으로 피눈물 날 일이 더 많을 테니까.
J의 손을 잡고 광화문을 걸으며 나는, 새삼 우리가 같은 성향을 가지고 있다는 게 참 근사한 일이라는 생각을 했다.
우리는 무대 조명이 꺼진 지금 배우는 뭘 하고 있을지(아마도 드라마를 보고 있겠지?), 감독은 무슨 기분일지(멍청한 배우 탓을 하지 않을까?), 조연들은 어떤 마음일지(우병우는 어디서 뭘 할까?) 등 끔찍했던 연극 후기를 늦게까지 나눴다. 집필 여행은 잊은 지 오래였다.
연극이 끝나고 난 뒤 혼자서 객석에 남아
조명이 꺼진 무대를 본적이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