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ㅈ] 낮잠은 잘못이 없다
쓰기 위해 쓰는 휴가는 독립출판물을 만들기 위해 떠난 집필 여행의 기록입니다. [J]와 [ㅈ]가 함께 쓰는 글이라, 같은 제목의 글이 두 편씩 업로드됩니다. 에피소드 제목은 그날을 가장 잘 담은 노래이니 들으며 읽으시길 권합니다. - ㅈ
"Sherl.."
셔..
"You need to get it out."
말해야 돼요.
"My best friend, Sherlock Holmes... is dead."
내 가장 친한 친구, 셜록 홈즈가... 죽었어요.
와구와구. 시리얼로 늦은 아침을 먹을 때까지만 하더라도 하루를 이렇게 보낼 줄 몰랐다. 아침부터 셜록 홈즈를 보는 게 아니었다. 시작하자마자 나온 대사 한 마디에 낚여 하루 종일 셜록앓이를 했다. 덕분에 글은 하나도 못 썼고. 이게 다 셜록 때문이다. 왓슨을 속이고 허드슨 부인을 속이고 나까지 속인 셜록 때문이다. 셜록이 잘몬했다.
J도 잘몬했다. 이미 셜록 정주행을 마친 J가 중요한 포인트마다 "헤에~~~ 셜록 죽었대.", "진짜 죽었을까?" "진짜 죽었어!"라고 뽐뿌를 잔뜩 넣는 바람에 셜록을 끝까지 볼 수밖에 없었다. 모두를 속인 셜록 잘못이 제일 크고, J가 그다음이다.
셜록과 J의 농간에 넘어간 순진한 나는, 셜록 정주행을 마치고 지칠 대로 지쳐 잠들고 말았다.
...
그렇다. 어제에 이어 또 낮잠을 잤다. 이제 와서 말하려니 조금 변명 같긴 하지만, 사실 나는 처음부터 여행 계획에 낮잠 시간을 넣었었다. 그건 J가 보증해줄 수 있다. 나는 오래전부터 주말에 15분가량 낮잠을 잤었다. 15분이 1시간, 3시간으로 불어나는 것이 문제긴 하지만. 처음 내가 낮잠을 잔다고 했을 때, 낮잠 시간은 유치원에서나 주는 거 아니냐며 나를 놀리던 J가 모를 리가 없다.
그러니까, 내 낮잠은 잘못이 없다.
아침 먹고 셜록 보고 자고, 점심 먹고 셜록 보고 자고, 저녁 시켜 먹고 셜록 완주를 끝낸 우리는, 밤늦게 광화문 산책을 나갔다. 예상대로 일요일 밤 광화문은 고요했다. 실컷 자다 나온 우리는 잠들러 가는 사람들을 드문드문 마주쳤다.
J는 좋은 목욕탕을 알아뒀다며 모두가 출근했을 시간에 꼭 가보겠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내일부터는 평일이니 휴가가 실감 나겠구나. 나는 평일에 고요한 서점에 가보고 싶다고 했다. 이렇게 여유 있게 광화문을 돌아다니는 것도 참 오랜만이었다. 출근 안 할 수 있다는 게 이렇다 좋다는 이야기를 하다, J의 회사일이 남았다는 게 떠올랐다. 모처럼의 외출도 금방 끝났다.
내가 독립출판물의 표지와 판형을 고민하는 사이, J는 회사일과 씨름했다. 금방 끝날 것 같지 않았다. 다른 사람에게 피해 끼치는 걸 끔찍하게 싫어하는 J다. 사무실 어지렵히는 걸 싫어하는 팀장 때문에 뜨거운 물이 넘치는데도 텀블러를 내던지지 않고 끝까지 들고 있다가 화상을 입었을 만큼 미련한 구석이 있다. 울상이 되어서도 도와달라는 말을 않는 J를 돕기로 했다.
간단한 이미지 작업이 내 앞에 떨어졌다. 포토샵은 야메로도 배워본 적이 없는 나다. 혼자 이런저런 버튼을 눌러가며 익힌 실력으로 J의 일을 도왔다. 정확하게는, 도우려 했으나 돕지 못했다. 얼른 끝내고 다른 일도 후딱 해치우려고 했던 계획이 보기 좋게 틀어졌다.
요령 없이 마우스 앞에서 끙끙대던 나도, 울상으로 회사일을 하던 J도 밤늦게 지쳐 잠들었다. 낮잠을 자두길 잘했다.
그런 날이 오기 전에 아직은 좀 더 자두렴
사탕보다 더 달콤한 젤리보다 더 말랑한 낮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