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ㅈ]꾹꾹 눌러 캐리어를 채우다
쓰기 위해 쓰는 휴가는 독립출판물을 만들기 위해 떠난 집필 여행의 기록입니다. [J]와 [ㅈ]가 함께 쓰는 글이라, 같은 제목의 글이 두 편씩 업로드됩니다. 에피소드 제목은 그날을 가장 잘 담은 노래이니 들으며 읽으시길 권합니다. - ㅈ
우리의 여행 계획은, 일주일간 같이 지내며 글을 마음껏 쓰자는 것 딱 하나였다.
"어디로 갈까?"
일주일 내내 집에서 보낼 계획이었으므로 장소는 그리 중요치 않았지만, 나는 내심 색다른 곳을 생각하고 있었다. 집필 여행이라면 모름지기 조용하고 외진 소도시로 가야 한다는, 어디서 주입되었는지 모를 개감성이 튀어나온 것이다.
금방 몇 가지 생각이 떠올랐으나 말을 아꼈다. 언제나 자기주장보다 상대방 의견에 무게를 실어주는 J에게 가벼운 생각을 내놓을 수 없었다.
"글쎄, 어디가 좋을까?"
라고 말하면서도 머릿속에는 이미 서울 근교의 작은 도시들이 아른거리고 있었다. '작은 도시가 좋겠어. 가평이나 춘천은 어떨까? 펜션으로 가야겠지? 강이나 호수가 보이면 좋겠다. 어, 산장! 코난에 나올법한 산장도 괜찮겠다! 막 사건도 일어나고 추리ㄹ..' 잠깐 목줄을 푼 사이에 마구 날뛰던 생각을 다잡았다.
J와 나는 밥 먹을 곳이 많으면 좋겠다, 산책도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나눈 뒤, 광화문 주변으로 여행지를 결정했다. 자주 다녀 익숙하기도 하고 글 쓰다 새벽 2시에 나가도 위험하지 않은 곳이라 딱이었다. 가격이 조금 걸리긴 했지만, 일주일 여행치곤 그 마저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광화문으로 소도시의 개감성을 깔끔하게 잊을 수 있었던 건 그곳이 우리에게, 특히 나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처음으로 광화문 주변 구석구석으로 이끌었던 게 J였고, 처음 J의 손을 잡은 곳도 광화문이었다. 지금도 하루 중 가장 행복한 시간을 꼽으라면 퇴근 후 손 잡고 광화문까지 걸어가서 돌아다니는 걸 꼽을 정도. 싸구려 감성이 생생한 감정을 앞설 리가 없지.
짧고도 긴 시간이 흐르는 동안 에어비앤비로 숙소를 예약하고 준비물 리스트도 썼다. 여행기록을 브런치에 남기기로 해서 엉겁결에 둘 다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쓰기 위해 쓰는 휴가'라는 쌈박한 이름의 매거진도 만들었다.
모든 것이 순조로운 듯 보였으나, 일주일을 같이 '살아야' 한다는 불안감도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일주일이라면 보여주고 싶지 않았던 모습도 자연스레 드러날 수밖에 없는 시간이다. 물론 멀쩡한 모습만 보여줬던 건 아니지만, 아니 그전에 원래 멀쩡한 사람인지 물어보는 게 먼저겠지만, 되도록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내 모습을 보고 실망하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 말이다. 물론 그야 J도 마찬가지겠지만.
일상을 공유한다는 불안감까지 캐리어에 꾹꾹 눌러 담아, 모든 준비를 마쳤다.
그대가 아는 것만큼 난 좋은 애가 아니에요
나쁜 생각도 잘하고 속으로 욕도 가끔 해요
웃는 내 모습이 좋다면 슬픈 나도 좋아해줘요
난 그대 우는 모습도 좋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