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CHEEZE - 퇴근시간

[J] 예민했던 나의 오랜 도피처

by Jay
쓰기 위해 쓰는 휴가는 독립출판물을 만들기 위해 떠난 집필 여행의 기록입니다. [J]와 [ㅈ]가 함께 쓰는 글이라, 같은 제목의 글이 두 편씩 업로드됩니다. 에피소드 제목은 그날을 가장 잘 담은 노래이니 들으며 읽으시길 권합니다. - J



첫 번째 대학교를 자퇴했다. 여러모로 나와는 맞지 않는 곳이었다.


친구들이 재수학원에서 다시 마음을 다잡거나 캠퍼스 생활에 적응해가는 동안 나는 학교를 잘 다니는 척했다. 일부러 늦게 도착해 수업을 빼먹고 나면, 갈 곳이 없었다. 봄 캠퍼스 분위기가 잔뜩 묻은 신촌에 나는 어울리지 않거나, 가끔은 내가 동참할 수 없는 그 공기에서 숨쉬기가 힘들었다. 그럴 때면 광화문으로 도망가곤 했다. 더 있다가는 질식할 것 같은 신촌의 공기가 무거울수록 빠른 방법으로 광화문에 도착했다. 그래서 가끔은 택시를 타고 왔다.


사원증을 건 회사원들 사이에 서투르게 화장을 한 스무 살짜리 나. 어울렸을 리 없다. 신촌의 풋풋한 캠퍼스에 있을 때보다 더 어색한 공존. 그래도 나는 매일 광화문에 갔다. 지나치는 사람들 사이에 고민들을 조금씩 떨궈도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빠르게 움직이는 거대한 사람들의 무리 속에서는 혼자 있어도 혼자가 아닌 듯 혼자일 수 있었다.


재작년, 가출이란 말이 전혀 어울리지 않을 나이로 가출을 했을 때 도망쳐온 곳 역시 광화문이었다. ㅈ은 서울 근교 작은 도시와 서울 전체를 후보로 생각하는 듯했으나, 미안하게도 나는 처음부터 광화문으로 갈 생각이었다. ㅈ이 집필 여행 장소를 부지런히 알아보는 동안 나는 영혼 없이 거기도 좋겠구나-라고 말하면서 조용히 광화문 오피스텔을 물색했다.


내가 고른 몇 개의 광화문 오피스텔을 훑어보던 ㅈ은 해맑게 한 곳을 선택하며 역시 광화문만 한 곳이 없다고 했지만, 애초부터 본인에게는 결정권이 없었다는 건 몰랐던 듯하다. 해맑은 ㅈ과 함께 7일에 약 64만 원, 숙소 예약을 끝냈다. 휴가 준비물 리스트를 완성하고, 기록을 남기기 위해 브런치 매거진도 만들었다.


휴가가 빨리 시작되기를 바랐다. 브런치 작가 신청 결과를 기다리거나 큰 캐리어를 열고 준비물 리스트에 체크해가며 짐을 싸는 것보다 설레는 건 휴가 장소, 그 자체였다. 얼마 후면, 내 오랜 도피처로 떠난다. 가출을 했던 3일 간 지내던 곳과 거의 같은 구조의 오피스텔로 2년 만에 돌아간다. 어느 곳에도 어울리지 않던 나를 그냥 조용히 걷게 해주던 그 분주한 동네. 금방이라도 터질 듯이 예민했던 나를 3일 간 푹 재워주던 그 암막 커튼이 있던 곳.


벌써 그곳으로 달려가고 싶은 나를 다독이며, 그저 시간이 빨리 가주길 기다렸다.



지금이 그렇다면 내게 모두 말해주세요
그대를 내 어깨에 기대 찬 바람에 얘길 떠나보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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