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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원PD Nov 04. 2020

서울만 허락된 가을야구

세상은 운동장, 하지만 이 가을의 야구장은 왜 폭넓지 않을까

11월의 야구는 어쩌면 거의 겨울 야구일지도 모를 만큼 날씨가 쌀쌀해졌다.

꿈의 무대라 할 포스트시즌, 가을야구가 성큼 추워진 날씨 사이 이어진다.

야구팬들은 그래도 즐겁다. 아직 야구가 끝나지 않았음에 감사하며 야구와 함께한다.

앞으로도 길게는 20여 일 더 이어질 가을(겨울?) 야구에 시간을 소중히 즐길 것이다.


그런데. 공교롭게도(의도가 없었겠지만), 올 시즌의 포스트시즌은 모두 "서울"에만 허락됐다.

와일드카드와 함께 출발한 포스트시즌, 4위 팀 LG의 홈구장 잠실에서 가을야구는 시작했다.

이어지는 오늘부터의 준플레이오프? 잠실을 같이 쓰는 한 지붕 두 가족, 두산과 LG가 만났다.


1위부터 5위, 절반의 팀에게 허락된 포스트시즌. 살펴보면 서울 연고 3팀은 모두 진출했다.

심지어, 그 범위를 수도권으로 확장하면 수원 연고, kt도 있다. 1위 NC만 빼면 모두 수도권팀.   

포스트시즌 일정표. 출처:연합뉴스

사실, 프로야구 순위표를 살펴보면 서울팀이 무려 3팀에 수도권 팀으로 범위를 넓히면 절반이나 된다.

앞서서 언급했던 수원의 kt와 함께 인천을 홈으로 둔 SK까지. 절반의 팀들이 서울 주변에 몰려있다.

충청권과 호남이 각 한 팀, 영남권에 3팀이 나머지 팀들도 남쪽(?) 리그를 책임지고 있는 상황,

인구 자체가 많은 지역이다 보니 팀이 많은 건 당연하겠지만, 그래도 이건 너무 쏠려 있지 않은가?


그나마, 올 시즌의 가을야구를 가장 높은 곳에서 기다리는 정규시즌 우승팀, NC가 유일한 비수도권이다.

NC의 경우, 예전 마산구장을 쓰다 지난해부터 가장 최신 구장이라 할 창원NC파크를 홈으로 쓴다.

하지만, 올 시즌의 특수한 상황은 창원의 새 야구장에 첫 가을야구를 허락하지 않았다.

코로나19로 밀려버린 시즌 탓에, 너무 추운 날씨 속에 진행되는 2020 프로야구의 포스트시즌.

결국 플레이오프부터는 모두 고척돔에서 펼쳐질 예정이다. -이건 뭐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긴 하다.-

어쩔 수 없는 요소가 많은 2020 포스트시즌 일정표와 개최지.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 사회의 여러 문제 가운데 하나인 수도권 편중 현상이 이런 곳까지 있는 건 우울하다.

그깟 공놀이라 해도 무방할 야구지만, 야구조차 수도권에 팀과 선수가 많다는 건 분명 자연스럽진 못하다.


서울의 야구가 이어지는 가을, 그리고 겨울의 입구.

오늘 그리고 내일 잠실의 날씨는 맑은 가운데 최저 -3도에서 최고 16도 사이를 오간다.

가을야구에 진출한 팀을 품지 못한 창원NC파크는 이틀간 최저 2도에서 17도, 분명 서울보단 따뜻하더라는.

-심지어, 야구를 못해 초대받지 못한 광주와 부산, 대구와 대전 모두 창원보다 더 따뜻한 이틀을 보낼 듯.-

추위만큼이나 어쩔 수 없는 일들이다. 하지만, 이렇게 어쩔 없는 상황 사이에 한 곳에 몰려 있음은 불편하다.


전국적인 종목, 지역 연고의 프로스포츠, 야구. 올 가을은 유독 서울에 가득하다. 왠지 서울이 멀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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