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운동장, 하지만 이 가을의 야구장은 왜 폭넓지 않을까
11월의 야구는 어쩌면 거의 겨울 야구일지도 모를 만큼 날씨가 쌀쌀해졌다.
꿈의 무대라 할 포스트시즌, 가을야구가 성큼 추워진 날씨 사이 이어진다.
야구팬들은 그래도 즐겁다. 아직 야구가 끝나지 않았음에 감사하며 야구와 함께한다.
앞으로도 길게는 20여 일 더 이어질 가을(겨울?) 야구에 시간을 소중히 즐길 것이다.
그런데. 공교롭게도(의도가 없었겠지만), 올 시즌의 포스트시즌은 모두 "서울"에만 허락됐다.
와일드카드와 함께 출발한 포스트시즌, 4위 팀 LG의 홈구장 잠실에서 가을야구는 시작했다.
이어지는 오늘부터의 준플레이오프? 잠실을 같이 쓰는 한 지붕 두 가족, 두산과 LG가 만났다.
1위부터 5위, 절반의 팀에게 허락된 포스트시즌. 살펴보면 서울 연고 3팀은 모두 진출했다.
심지어, 그 범위를 수도권으로 확장하면 수원 연고, kt도 있다. 1위 NC만 빼면 모두 수도권팀.
사실, 프로야구 순위표를 살펴보면 서울팀이 무려 3팀에 수도권 팀으로 범위를 넓히면 절반이나 된다.
앞서서 언급했던 수원의 kt와 함께 인천을 홈으로 둔 SK까지. 절반의 팀들이 서울 주변에 몰려있다.
충청권과 호남이 각 한 팀, 영남권에 3팀이 나머지 팀들도 남쪽(?) 리그를 책임지고 있는 상황,
인구 자체가 많은 지역이다 보니 팀이 많은 건 당연하겠지만, 그래도 이건 너무 쏠려 있지 않은가?
그나마, 올 시즌의 가을야구를 가장 높은 곳에서 기다리는 정규시즌 우승팀, NC가 유일한 비수도권이다.
NC의 경우, 예전 마산구장을 쓰다 지난해부터 가장 최신 구장이라 할 창원NC파크를 홈으로 쓴다.
하지만, 올 시즌의 특수한 상황은 창원의 새 야구장에 첫 가을야구를 허락하지 않았다.
코로나19로 밀려버린 시즌 탓에, 너무 추운 날씨 속에 진행되는 2020 프로야구의 포스트시즌.
결국 플레이오프부터는 모두 고척돔에서 펼쳐질 예정이다. -이건 뭐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긴 하다.-
어쩔 수 없는 요소가 많은 2020 포스트시즌 일정표와 개최지.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 사회의 여러 문제 가운데 하나인 수도권 편중 현상이 이런 곳까지 있는 건 우울하다.
그깟 공놀이라 해도 무방할 야구지만, 야구조차 수도권에 팀과 선수가 많다는 건 분명 자연스럽진 못하다.
서울의 야구가 이어지는 가을, 그리고 겨울의 입구.
오늘 그리고 내일 잠실의 날씨는 맑은 가운데 최저 -3도에서 최고 16도 사이를 오간다.
가을야구에 진출한 팀을 품지 못한 창원NC파크는 이틀간 최저 2도에서 17도, 분명 서울보단 따뜻하더라는.
-심지어, 야구를 못해 초대받지 못한 광주와 부산, 대구와 대전 모두 창원보다 더 따뜻한 이틀을 보낼 듯.-
추위만큼이나 어쩔 수 없는 일들이다. 하지만, 이렇게 어쩔 없는 상황 사이에 한 곳에 몰려 있음은 불편하다.
전국적인 종목, 지역 연고의 프로스포츠, 야구. 올 가을은 유독 서울에 가득하다. 왠지 서울이 멀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