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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원PD Dec 18. 2020

2020년, 2번째 첫 출근

세상은 운동장, 운동장을 향한 또 하나의 시작.

짧았던, 혹은 길었던 안식년을 마쳤다.

약 반년 간의 시간을 집에서 보냈다는 것, 직장 생활을 시작한 뒤 매우 낯선 경험의 시간이었다.

한편으로는 더 놀지 못한 아쉬움이 남는 인상적이었던 2020년 안식년...


일단 계획은 많이 틀어졌다. 코로나19로 모두의 삶이 꼬여버린 것처럼 나의 안식년도 마찬가지.

MLB 경기만 5게임 이상 보는 한 달간의 미국 서부 일주는 산산조각, 안식년 메인 계획이 무너졌다.

-아직까지도 아들은 이 부분에 대한 깊은 아쉬움을 지우지 못한 듯하다.-

가족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며, 여기저기 다니려 노력했지만, 갈 수 있는 공간의 한계는 컸다.

코로나19라는 사상 초유의 시간을 이렇게 보냈다는 것을 기념할지, 아쉬워할지 모를 지경이니깐.

어찌 됐던 많은 것들을 포기했고, 못했지만.. 그렇다고 마냥 아쉬움만 남는 건 아니다.


일단, 논문 마무리.


석사과정을 하며 꼭 논문으로 끝내겠다는 목표는 6개월간의 출근 없는 날들도 완성이 이르렀다.

기본적 과정은 미리 잡아둔 것들이 있었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출근했다면 쉽지 않았을 작업!

더위 가득했던 여름날, 집에서 끙끙거리며 썼던 자구들은 아직까지 둥실둥실 떠다니고 있다.

부족함이 많기에 부끄러움도 있는 결과물이지만, 그래도 정말 애쓴 흔적이 담긴 결과라 자부한다.


일단은 공부의 진화에는 더 의지가 없다만.. 혹시 모르지, 이 흔적이 또 다른 시작이 될는지.

어찌 됐던 논문을 마무리하며 석사과정을 끝낸 것, 운동장을 담은 결과물은 안식년의 상징이 됐다.


매일 달렸다.


최소한 일주일에 5일 이상은 달렸던 날들. 아마 반년 넘는 시간 동안 10번도 쉬지 않았던 거 같다.

비가 와도, 날이 추워도 매일 3km 이상, 평균 5km 정도를 매일 달리며 보냈다.

대회라도 있었다면 더 잘 뛰었을지 모르겠지만, 다행히(?) 언텍트 대회들이 가득했기에 많이 뛴 날들.


스스로에게 가장 뿌듯한 대목이라 할 지점 역시 아마 매일 달린 꾸준함이 아닐까?

주변 세상을 모두 운동장으로 만든 마법 같았던 반년, 이 시간을 추억할 때 달리던 시간이 될 것 같다.


그 외의 규칙적 시간.


매일, 다짐했던 것. 한주에 하려고 했던 것. 한 달 동안 마음먹었던 것들을 대부분 규칙적으로 이뤄냈다.

청소를 같은 시간에 하고, 아이들을 거의 매일 픽업하며, 이런저런 글까지 쓰며 보낸 반년.

결과물들이 보이지 않지만, 스스로의 시간에 자부심을 가질 수 있다면 그래도 나쁘지 않았다고 여길 수 있을 터.

안식년이라는 시간에 적응까지 좀 시간이 걸렸지만, 탄력이 생긴 이후로는 너무나 평온했다.

다시 돌이켜봐도 지금의 시간에 대한 후회보단 만족이 남은 반년, 안식년은 끝났다.


자. 오늘부터 시작된 2020년 2번째 출근. 다시 달려보자. 세상은 운동장이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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