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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원PD Jan 05. 2021

길고 지루한 달리기의 시작,
K리그 축구단의 전지훈련

남의 달리기를 보는 순간, 대구FC 동계훈련 출발

일반적으로 팬들이 느끼는 프로선수들의 힘겨움은 길고 긴 시즌과 함께한다.

덥고, 또 경기가 이어지고, 때론 다치고 지치는 시간들 사이에서 선수들의 피로는 깊어진다.

성적이 따라준다면 그나마 다행,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시즌엔 더욱 지쳐있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과연 이 리그의 시간이 선수들에게 진짜 힘겨운 시간일까?

쉽지 않은 시간이며, 심리적 압박감과 정신적 고통, 체력적인 한계에 대한 지점은 분명 공감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프로 선수들에게 진짜 힘겨운 시작의 순간은 리그를 준비하는 겨울의 출발,

바로 전지훈련의 시작점이 그 힘겨움의 진짜 시작이 아닐까, 길고 긴 지루한 힘겨움이 펼쳐진다.


선수단에게 있어 겨울의 동계훈련, -다양한 이름이 있다. 스프링캠프, 혹은 프리시즌 캠프 등..-

이 시간은 마치 긴 리그를 위한 일종의 투자와도 같은 중요한 시점이다.


눈에 보이는 경기가 아닌 스스로의 기량을 올려야 하는 시간들, 목표의식이 뚜렷하긴 쉽지 않다.

경기라는 직접적 경쟁도 가끔 있지만 대부분은 자기와의 싸움에서 극복을 목표로 한다.

이 기간에 있어 초반 중점을 맞춰 진행하는 체력훈련은 특히 가장 힘들고 지루한 시간들...

매일 아침마다 펼쳐지는 러닝부터 힘들고 지루한 몸만들기의 날들은 선수들을 지치게 한다.

전지훈련에서 선수단을 만나보면 차라리 "경기일"을 더 선호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는 대목,

긴 시간을 뚜렷하게 눈에 보이지 않는 성과를 향해 뛰는 시간에는 힘겨움이 분명하다.


운동량에서도 시즌과는 완전히 다른 무게감이 선수들에게 주어진다.

체력적인 소진량이 큰 "축구"의 경우, 리그의 개막 이후에는 잘 아끼며 늘려가야겠지만...

시즌을 준비하는 전지훈련의 날들만큼은 그 체력의 깊이를 늘려야 하는 만큼 더욱 힘겹다.

부상 자체를 막기 위해서, 시즌 중후반의 체력을 지켜내기 위해서, 시즌을 앞둔 훈련은 냉혹하다.

공감을 하지만, 힘겨움을 피할 수는 없는 훈련의 시간, 축구단의 훈련은 그 농밀함도 크다.


보통 오전과 오후, 2번에 나눠 진행하는 훈련의 시간. 한 번의 훈련은 2~3시간 정도 펼쳐진다.

축구선수들에게 하루 4~6시간의 훈련은 매우 큰 부담이다. 그 사이사이 대부분 잠을 청할 정도.

전지훈련의 날들은 그런 매일의 반복이 이어지는 말 그대로 "지루함"과 "피로"의 시간이다.

기후면에서 우리나라의 추위를 피해 거의 매년 해외로 향했던 전지훈련의 작은 장점은 새로움,

그나마 지루한 날들 사이에서 이국 땅에서 펼쳐지는 훈련은 그 반복적 일상의 피로를 조금이나마 덜어준다.

-다른 한편으로는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음식과 기후에 대한 힘겨움으로 자리하는 경우도 있긴 하다.-

또 다양한 팀들이 서로 어우러지는 유명 전지훈련지에선 매치업도 다양하기에 훈련 과정도 덜 반복되기 마련.


하지만. 올 겨울의 전지훈련에는 이런 소소한 변화조차 허락되지 못한다는 점에서 더욱 힘들다.

코로나 19 때문에 모든 K리그 구단들이 국내 전지훈련을 택한 2021 시즌을 앞둔 시간들, 선수단은 힘겹다.


지루함으로 이어질 시간 사이에 체력적인 부담의 깊이는 커졌고, 거기에 추위라는 요소도 이겨내야 할 겨울.

봄의 이름이 어울렸던 "스프링 캠프"는 최소한 올 겨울, 그 어느 축구단에도 허락되지 않는다.

그만큼 모두가 더 위험한 부상의 가능성과 적은 훈련 성과를 바탕에 두고 리그 개막을 준비한다는 것!


과연. 이 겨울의 지루함 사이 승자는 누가 될 것인가. 멀고 긴 길을 떠난 우리들의 축구단에게 그저 응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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