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달리기에 대한 소소하고 지루한 기록
이른 아침, 아직은 해가 뜨기 전. 선뜻 일어나서 밖으로 나가긴 쉽지 않은 시간이다.
하물며 추위가 함께하는 겨울 아침의 난이도는 분명 갑절로 늘어나기 마련,
한파주의보 같은 이야기라도 함께하는 아침에는 포기에 가까워진 자신과 만난다.
어렵사리 길을 나서더라도 쉽지 않다.
옷을 두껍게 입더라도 추위는 빈틈을 너무 쉽게 파고든다. 후회와 포기를 교차한다.
어렵게 걸음을 내딛더라도 여러 가지 어려움은 달리는 내내 함께 한다.
추위 때문에 두껍게 입은 옷으로 몸은 무겁다. 땀이 흐르기도 하지만, 이내 식어버린다.
무엇을 위해 이 걸음을 시작했는지, 내가 왜 달리는지에 대해서도 모호해지기 쉽다.
주위 풍경은 처량하고 썰렁하다. 같이 뛰는 사람들도 참 찾기 힘든 계절, 바로 겨울이다.
그 겨울의 아침, 새벽 기운 가득한 시간에 달리기는 그래서 쉽지 않다. 때때로 우울하다.
어려움으로 가득한 취미, 즐거움을 쉽게 말하기 힘든 날씨의 저항과 계절의 한계.
그렇지만 매일 아침, 거의 습관처럼 다시 그 길에 서는 힘과 이유는 분명히 있을 터.
스스로에게 한 번씩 묻는다. "왜 이 쉽지 않은 시간의 달리기에 난 빠져들었는가?"
물론 그 질문에 대한 답은 아직 정확히 만나지 못했다. 그 답을 향해 뛰는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정녕 힘겨움이 모두가 아니다. 뭔가 말로 설명하기 힘든 쾌감은 있다.
흔히 말하는 "러너스 하이"까지는 모르겠다만. 그 비슷한 감정의 만족감은 분명하다.
소소한 즐거움과 지루한 불편함 사이에 조금 더 큰 자리는 그래도 즐거움, 그래서 달린다.
추위 덕분(?)에 얻을 수 있는 효과도 분명하다. 아니 상당하다.
체감하기는 힘들지만 일단 다이어트적 측면에서 겨울 달리기의 효과는 분명하다고 한다.
-이왕 어렵게 뛰러 나온 것, 그렇다고 믿고 싶다. 안 그렇다면 더욱 나오기 힘들 테니.-
코스에는 사람들이 적고, 추워서라도 빨리 운동을 마쳐야 하기에 속도감도 절로 상승한다.
즐거움이라는 가치에, 취미라는 틀에서 이어지는 "달리기".
하지만 그것만으로 모든 걸 설명하기엔 아직도 그 깊이의 끝을 알 수 없는 "달리기"의 힘.
오늘 아침, 한파주의보 앞에서 새해 들어 한 번도 쉬지 않았던 달리기를 하루 쉰 아쉬움...
그 아쉬움은 내일 아침의 추위에도 내가 나서는 힘과 의지, 의미가 될 것이다.
그렇기에. 난 또 달린다. 힘겨운 겨울 사이로.
새해 들어 첫 10k를 마쳤던 아침의 즐거움, 짜릿함은 역시 이 취미를 가지기 잘했단 위안으로 돌아왔다.
겨울이라서 힘들지만, 힘든 만큼 뿌듯하고, 힘들수록 더 달리는 의미가 함께한다는 것!
비록 하루쯤 쉬더라도 한 달에 25일을 넘게 뛰는 날들을 이어온지도 이제 1년이 다돼가는 시점에서,
열심히 달리리라 한번 더 다짐해본다. 더 빠르진 않더라도, 더 열심히 꾸준하게 뚜벅뚜벅, 말이다.
어찌 됐던 가장 힘든 달리기의 시간은 "지금 이 순간", 겨울. 아니겠는가?
이 계절의 달리기. 그 고통(?)과 힘겨움 나태함까지도 어쩌면 달리기의 맛, 이 아닐까?
아. 물론, 빨리 봄이 오면 좋겠다. 최소한 지금의 계절보다는 뛰기 좋은 시간들이 펼쳐질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