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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원PD Jan 20. 2021

돌아온다는 것, 그 가치에 대하여

K리그, 전설들이 돌아오는 시간

올 겨울, K리그의 상황을 요약한다면, "전설의 귀환"이 이어진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저마다의 다른 방향성과 기획, 형태를 지니고 있지만, 돌아온다는 느낌이 강렬하다는 거.


일단 2002 월드컵의 영웅들이 K리그 무대를 향한 본격적인 귀환을 알렸다.

전 국민에게 사랑받았던 축구의 상징이자 모두의 기억 속에 가장 강렬한 축구의 전설들,

2002년 대표팀에서 우리의 환호와 찬사를 받았던 이름들이 K리그를 향하고 있다.

K리그에 대한 여러 고민의 답으로 언급됐던 2002 전설들의 리그행이 이어지는 2021년.

선수의 시간은 끝났지만, 코칭스태프부터 구단의 대표까지 다양한 자리로 함께 한다.


강원FC의 대표이사로 K리그에 다시 돌아온 이영표, 

3년 만에 현장 복귀를 울산현대 감독으로 정한 홍명보,

그리고 챔피언 전북의 어드바이저로 K리그에 첫 경험을 예고한 박지성까지...

K리그에겐 2002년의 추억이 가득한 또 하나의 시작점이 될 2021년을 예고했다.


리그와의 인연보다는 대표팀의 색이 강한 인물들의 복귀, 그러나 리그 흥행엔 긍정적 신호.

이것들보다 좀 더 구체적이고 확실한 귀환도 이 겨울 축구의 스토브리그엔 함께하고 있다.


시민구단에게 한때 짧았던 시기의 화려함을 담았던 공격수가 베테랑으로 귀환하는 것,

이번 겨울 빼앗기는 일이 더 익숙했던 대구FC에게 들려왔던 반가운 귀환의 소식!

K리그를 대표하는 베테랑, 이근호가 울산을 떠나 이번 시즌 대구 유니폼을 입는다.


월드컵이라는 이슈로 가득했던 전설들의 이야기 사이, 이근호에게도 전설 같은 월드컵 일화는 있다.

때는 바야흐로 2002 월드컵으로부터 12년 뒤, 2014 브리질 월드컵 우리 대표팀의 조별 예선 1차전.

러시아를 상대로 선제골을 기록한 선수는 바로 이근호. 당시 상무 소속이던 그의 주급은 3만 원이었다.

대회에 참가한 최저 연봉 선수, 그리고 우리 대표팀의 첫 득점. 이 추억에는 이근호의 이름이 함께한다.


추억의 이름이라는 따뜻함은 한편에 세월의 무게라는 부담과 우려도 공존하는 요소가 있다.

기량면에서 여전한 이름값에 기대감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부상과 나이의 걱정도 있다.

팀에 부족함이 명확한 대구에게는 분명 더해지는 요소가 많은 영입, 전력 상승도 기대되지만...

무엇보다 팬들에게 이런 익숙한 이름의 귀환이 주는 울림이 얼마나 깊을지, 이 부분이 더 크다.

새 전용구장에서, 새 유니폼을 입은, 과거와 만나는 시간, 그 봄의 가치는 가늠하기 힘들다.


스포츠라는 요소에서 귀환이 주는 힘은 시대와 시대를 이어지고 세대가 새로운 공감대를 만드는 것,

과거부터 한 팀을 취재하고 제작했던 입장에서도 그런 가치에서 다가올 시즌은 분명히 기대된다.


갑작스럽게 진행됐던 영입, 그래서 바빴던 취재의 시간. 하지만 과거의 추억에 소환됐던 하루.

우울함 가득했던 소식이 이어지던 축구단에게 오랜만에 반가운 소식을 전할 수 있었다.

최소한, 이 겨울만큼은 그래도 우울한 분석이나 예측보다는 희망과 기대가 더 어울리는 시간이니깐.


많은 사람들에게 얼마큼 공감을 주었는지 알 수 없지만, 분명 기분 좋은 장면으로 다가왔으리라 믿으며,

K리그에게 이런 흥행의 요소들이 늘어나는 지점이 좀 더 많이, 자주 있길 소망해본다.

전설의 귀환과 옛 추억을 가진 팬들의 흥분은, 최소한 스포츠라는 장르에서 가장 극명한 즐거움이니깐.

더 많은 시간의 층층 사이에 K리그에게도 역사와 전설이 늘어나길, 그래서 더 흥미롭길.


과거와 현재를, 그리고 미래를 떠올리며 웃을 수 있는 연결 고리를 만났던 시간. 전설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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