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운동장, 운동장을 잃어버린 시대
"운동장으로 집합!", 혹은 "운동장으로 가자~", 또는 "운동장으로 따라와."
어린 시절의 운동장에는 여러 감정이 교차했다. 교사의 엄격한 훈육과 서로의 다툼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운동장"은 즐거운 곳이었고, 짧은 점심시간으로도 엄청난 매치업이 가능했던 공간이었다.
운동회라는 이름의 단체 행사 준비나 월요일마다 펼쳐지던 아침 조회에서는 피로함이 넘쳤던 곳,
학창 시절의 추억이 다양한 느낌으로 교차하는 곳, 학교의 가장 큰 공간이 바로 "운동장"이다.
'어린 시절의 운동장을 좋아했는가?'
이 질문에 대해서는 저마다 더 강한 추억이 무엇인지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다.
즐거웠던 기억이 많은 사람도 있겠지만, 잊고 싶은 시절로 그 시대가 남겨진 이들도 있을 테니깐.
하지만.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 운동장을 즐기고, 맘껏 이용할 수 있던 건 특별한 경험이다.
어쩌면 이 세대가 운동장을 운동장답게, 또 자유롭게, 누렸던 마지막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당시에는 너무 하기 싫었던 운동회조차, 최근에는 그 느낌부터 모든 것들이 달라진 시대가 열렸으니깐.
자발적으로 공을 들고 뛰어나가던 어린 시절의 운동장, 방과 후부터 주말까지 땀 내음이 가득했던 곳.
최근 들어 그런 풍경은 보기 힘들고, 주말 운동장에는 과거 운동장을 누비던 어른들이 더 많다.
운동장의 주인이라 할 어린 친구들은 그 시간, 학원과 휴대폰을 오가는 삶에 묶여 있는 경우가 대부분...
몸을 격하게 움직이며, 땀을 흘리고, 친구들과 같이 뛰어노는 시간은 과연 얼마나 허락되고 있을까?
과거의 운동장을 그저 아름답게만 추억하긴 힘든 지점도 많다. 폭력적이고 강압적인 일들도 많았다.
그럼에도 그 운동장에서 나름의 의미 있는 시간을 보냈던 기억들은 누구에게나 각자의 크기로 있을 터.
운동장이라는 이름에 어울리는, 운동의 시간이 허락되지 않은 시대. 지금 이 순간, 운동장을 다시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