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운동장, 보는 것으로도 충분한 가치는 있다
월드시리즈 우승팀이 LA다저스로 결정된 2020시즌, 꽤 긴 시간 우리에게 익숙한 MLB팀인 LA.
우리 선수들이 뛰며 더욱 인기가 높아진 팀인 LA다저스지만, 우승을 본 기억은 대부분 없다.
AFKN 정도를 통해 가끔 미국 야구를 접하던 시대인 1988년 이후 우승이 없었던 LA다저스,
익숙하게 중계가 이어지던 1990년대 중반, 박찬호의 시대부터 류현진까지 이들의 우승은 귀했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LA다저스를 가장 익숙하게 만났던 류현진의 시간이 끝난 뒤 우승을 하다니...
-물론, 이번 월드시리즈엔 상대인 탬파베이에 최지만이 뛰면서 그래도 관심을 끌었다는.-
어찌 됐던 한 팀의 우승과 함께 야구의 절정에서 미국은 야구가 끝나는 슬픈 날에 접어들게 됐다.
우승, 해마다 반복되지만 그 경험을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사람은 제한될 수밖에 없는 감정.
운동장에서 긴 시즌을 치르며 그 수고와 고생의 대가로 얻을 수 있는 최고의 자리는 대단하다.
모두가 같은 목표를 향해 뛰는 사이, 단 한 자리만이 있다는 희소성은 때론 잔인할 정도,
그럼에도 우승이라는 감정을 경험하는 건 선수부터 팬들까지 모두에게 소중한 기억이다.
LA의 경우,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하게 가까이 있는 팀으로 오랜 시간 함께 했다.
우리나라 선수들의 팀으로 익숙하지만, 본래 인기팀인 LA다저스, 그러나 우승은 참 어려웠다.
매년 우승의 문턱에는 왔지만, 해마다 운동장에서 영광보다 절망과 아쉬움의 눈물을 만났던 팀.
긴 시간을 보내며 우승과는 거리가 멀었던 팀에게 32년 만에 찾아온 우승은 분명 감격적이다.
아쉽다면 그 절정의 감동을 본인들의 홈구장에서 만날 수 없었다는 점이 아닐까?
코로나19로 중립구장 경기로 치러진 월드시리즈, 현장을 직접 찾은 팬들은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
그런 한계에 대한 고민을 거듭했던 LA다저스는 홈구장, 운동장의 시간을 공유하는 기획을 준비,
다저스타디움의 주차장을 개방해 드라이브인 응원을 통해 조금이나 감동을 함께했다.
긴 시즌을 치르며 운동장의 절정은 아마 우승의 순간, 꼭 선수가 아니라 팬으로도 의미는 크다.
미국에서 이뤄진 연구 결과에 따르면 메이저리그 선호팀에서 어린 시절 우승을 본 팀이 많다고 한다.
우승의 순간을 본다는 건 매우 특별하다. 운동장이 주는 또 다른 큰 효과 가운데 하나라 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도 어린 시절, 우승을 봤던 팀에 대해 가진 충성도가 아직까지 이어지는 걸 보면,
-그리고 그 충성도가 끝없이 내 삶에 영향을 주며, 봄엔 기대를 가을엔 실망을 주는 걸 보면.-
분명 어느 정도 이상의 크기로 자리하는 효과이자, 야구와 같은 긴 시즌 종목의 특징이라고 보인다.
LA다저스의 야구가 우리 곁에 익숙했던 박찬호의 시대, 류현진의 시절, LA가 우승했다면?
아마 주위에서 더 쉽게 LA의 팬들을, 특히 우승 당시에 어린이였던 LA팬들 만났을지도 모른다.
운동장이라는 공간을 꼭 가서 뛰고, 달리며, 체험하는 경험이 전부가 아니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어려서부터 운동장에서 뛰고 즐기는 시간을 보내는 것만큼 이런 감정의 공유는 매우 큰 영역이다.
스포츠를 보며, 그 숭고한 가치와 공정한 경쟁의 결과물을 만나는 시간을 보는 건 특별한 경험이다.
최소한, 휴대폰에 빠져 가상의 세계만을 보는 것보다는 진짜 인간들이 땀 흘려 뛰는 걸 보는 것!
그 결과 정상에 설 때 얼마나 기쁨을 모두가 공유하고 그 순간이 얼마나 멋있는지 느낄 수 있다는 것!
어떤 종목이라도 응원의 마음으로 지켜보며, 좋아하는 선수와 팀이 뛰는 운동장을 보고 느낀다는 건...
특별하고 소중한 기억이다. TV를 넘어, 잔디 향과 사람들의 함성을 들으며 경험한다면 더 좋을 것이다.
갈수록 그 접점이 사라지는 운동장, 그 접점을 찾는 노력은 어쩌면 그래서 더 중요할지 모른다.
이미 LA다저스의 우승을 봤고, 이제 곧 또 우리 K리그의 우승팀을 만날 시간이 멀지 않았다.
이어지는 KBO리그 한국시리즈 우승팀의 순간도 곧 만나겠지. 이 모든 시간들은 특별하다.
운동장에서 가장 뜨거운 순간이 이어지는 가을, 한 번쯤 그 경험을 모두가 공유하길 기대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