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맛이 촌스러운 편이다.
정구지 찌짐을 구워 연희가 손수 만든 간장에 찍어 먹는다. 벅찬 맛이 난다. 엄마가 보고 싶어서 라기보단 그냥 너무 맛있어서. 오랜만에 내 몸과 영혼이 함께 무언가를 먹었다.
연희 간장은 여타 경상도 집간장에 비해 하드코어다. 만들 때 드롭킥머피(dropkick murphys, 캐나다 밴드. 시끄럽고 좋음)를 틀어놓고, 부엌에서 혼자 헤드뱅잉하며 만들었을 것 같은 맛인데, 젓갈을 달여 넣는 것이 특징이다. 액젓 말고 통통한 멸치가 항그득 들어있는, 안 그래도 찐득한 그것을 장시간 달여 넣다 보니 드롭킥머피 맛이 날 수밖에.
갓 부쳐 낸 부추전을 살짝 찍어 입에 넣자 강제로 눈이 감기며 무지개색 만다라가 펼쳐진다. 감칠맛이라는 자성自性이 액체에서 입자까지 내려가다 공空으로 수렴되는 맛이라고 현란하게 표현해 본다만, 이 마저도 축소 묘사에 가깝다.
연희가 음식을 대하는 하드코어적 특성은 다양하게 관찰된다: 김장할 때 청각 들이 붓기, 계란 후라이 돌돌 말아 한 입에 넣기, 다 된 음식에 깨 쏟기 등 ‘과함’이 키워드. 계란 후라이는 최근에 발견된 특성이다.
"헤헤이...! 계란을 몇 번을 쪼개 먹노... 엄마 묵는 거 봐봐!"
(젓가락으로 계란 한쪽 끝을 접은 다음 돌돌말아 입에 쏙)
"... 엄마 진짜 평생 계란 그렇게 먹었나?"
"어. 엄마는 이래 묵는기 맛있어. 사람들 앞에서는 안 한다. 아빠 딸 아니라 칼까봐 묵는 것도 부녀가 똑같노...(절레절레)"
촌스러운 맛에는 진한 생명력이 깃들어 있고 연희의 음식들은 하나같이 촌스러웠다. 그 덕에 지금도 내 몸은 촌스러운 맛을 '맛있음'으로 인식한다.
그런 맛을 내려면 제철 재료와 시간과 정성이 들었는데, 연희는 사는 게 고되고 바쁜 와중에 우리 입맛을 촌스럽게 해 놓느라 수고가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