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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CCI Nov 27. 2022

가기 전에 스는 법 먼저!




왜 스는 법을 먼저 배워야 하느냐!


언제든지 자유자재로 스스로를 멈춰 세워 주변을 살필 줄 알아야 안전하고 재밌는 여정이 될 수 있기 때문이지.


물 위에는 생각지 못한 장애물, 다른 많은 사람들, 다양한 크기의 배가 함께 떠있기 때문에 그들과 부딪히지 않고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게 정말 중요해.


이걸 잘하지 못하면 한적한 호수에서 혼자 스는 연습을 좀 많이 하고 큰 물에 가야 한단다. 자신과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 말이야.


나는 처음 패들보드를 시작했을 때, 물 위에서의 '정지'가 땅과는 다르다는 걸 알고 너무 신기했던 기억이 나. 물은 땅과 다르게 항상 움직이고 있다는 걸 생각해 본 적이 별로 없었거든.


땅은 가만있으니까 우리도 그냥 가만있으면 서지지만, 물은 끊임없이 움직이니까 나도 끊임없이 반대로 움직여야 그 자리에 멈춰 서 있을 수가 있는 거야! 그게 물 위에서 서 있다는 것의 의미인 거지.


너무 재밌지 않아?

같은 결과를 위해 땅에서는 이렇게 하고

물에서는 저렇게 한다는 게.


그때부터 나는 어떤 행동을 취하기 전에 환경을 먼저 유심히 살펴보는 버릇이 생겼어. 그래야 내가 원하는 결과를 이끌어낼 수가 있거든. 환경은 주변 사람이 될 수도 있고, 학교 같은 조직이 될 수도 있고, 우리 주변을 둘러싼 모든 거야.


그렇게 물의 속성을 알고, 다양한 물을 경험할수록 더 세밀하게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갈 수가 있어.


한 번은 캘리포니아 북쪽으로 간 적이 있는데 인공호수와 바다가 연결되어있는 곳에서 패들링을 한 적이 있거든? 패들링의 느낌이 뭔가 평소랑 달라서 물을 쳐다봤는데 글쎄 주먹만 한 해파리가 촘촘하게 들어앉아있는 거야! 마치 개구리알로 꽉 찬 연못에서 노를 젓는 느낌이랄까? 안 해봤지만 왠지 알 것 같지?


그런 상황은 또 처음이었는데 내가 평소에 하던 식으로 패들링을 할 수가 없었어. 일단 해파리들이 내 패들에 맞을까 봐 심기가 매우 불편한 데다(하필 너무 하얗고 소듕하게 생겼었음!) 물에 빠지기라도 하면 해파리들에게 집단 쏘임을 당할 몹쓸 상상을 해버렸거든.


그래서 나는 서서 패들링을 하던 것을 멈추고 살포시 앉았어. 그리곤 패들의 길이를 조정해서 짧게 잡고 살살 노를 저어가며 겨우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었지.


해파리가 노는 물에서는 물의 점성이 높아진 느낌이라 가는 것도 멈추는 것도 더 어려웠던 기억이 나. 그래도 이런 물에서는 스탠딩 말고 앉아서 노를 짧게 쥐고 조심조심 패들링을 해야 한다는 걸 배워서 기뻤지.


그날 내가 만약 물에서 가만히 서있는 법을 몰랐다면 조류에 몸을 맡기고 떠다니는 해파리들처럼 이리저리 쓸려 다녔을 거야.

으으 생각만 해도 아찔해!




패들보드 주변에 해파리를 발견하고 살포시 앉아보는 아찌. 절대 물에 빠지지 않겠다는 결의를 눈빛에서 볼 수 있다. 이야금 그림 YAGEUMEE ILLUSTR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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