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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CCI Dec 31. 2022

가다가 걸려서 꼼짝 못 할 때




가끔씩 호수의 가장자리나 습지의 얕은 곳을 지나가다 보면 핀이 진흙이나 바닥에 걸리는 경우가 있어. 


그럴 때는 아무리 천천히 가다가 걸렸을지라도 넘어지기 십상이지.

쿵! 하면서 어디 벽면에 받은 것 같은 느낌이 들거든.  


이럴 때는 초기 대응이 중요해. 

어딘가에 걸렸다는 느낌이 드는 순간 바로 그 반대 방향으로 빠져나가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면 핀이 내 체중에 의해 계속 더 깊이 박히게 될 거야. 


그렇게 되기 전에 조심조심 핀이 있는 곳에서 최대한 멀리 앞쪽으로 걸어가서 핀을 바라보고 앉은 다음에(무게 중심이 앞쪽으로 쏠려서 핀이 있는 뒤쪽이 살짝 들어 올려지게 됨) 패들로 강바닥을 쿡 찍으면서 후진 탈출하면 돼!




가끔은 이렇게 해도 안될 때가 있는데 

그때는 할 수 없이 패들보드에서 내려서 뒷부분의 후크를 잡고 핀이 땅에 박혀버린 보드를 힘으로 들어 올리는 수밖에 없지. 


이때 귀찮아도 꼭 신발을 신고 해야 해. 우리 발바닥은 강바닥을 상대하기엔 너무 부드럽고, 가끔은 조개껍질 같은 것들도 얼마나 날카로운지 몰라. 그래서 항상! 처음에 말했듯이 패들보드 앞부분에 신발을 끼워놓고 다녀야 하는 거야. 


아찌는 패들보드를 타다가 핀에 걸리는 것 같은 상황을 살면서도 몇 번 (아니, 자주) 겪어봤는데, 그때는 그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짜증내기보다는 바로바로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일단 빠져나와보는 연습을 많이 했던 것 같아. 


그리고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툭툭 털고 일어나 가다 보면 또다시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지곤 했거든!




결국 내려서 뒷부분을 들어 올리려는 아찌. 아찌는 얕은 물 패들링을 더 좋아하는데 물안이 훤히 잘 보여서 속도감이 더 잘 느껴지기 때문. 이야금 그림 YAGEUMEE ILLUSTR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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