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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CCI Dec 18. 2022

지구에 나만 홀로 있어




아주 가끔씩 바람소리도 물소리도 없이 그저 고요~할 때가 있는데

정말 드물게 일어나는 선물 같은 일이지.


우리 집에서 요세미티 가는 길에 맘모스레이크(Mammoth Lakes)라고 정말 아름다운 호수들이 모여있는 곳이 있는데 거기서 한번 그런 적이 있었고, 또 한 번은 고속도로를 타고 가다가 고목이 많이 보이는 호수가 있었는데 거기서도 한번 그랬었어. 


그럴 때면 나는 노젓기를 잠시 멈추고 패들보드에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 그리고 패들은 양쪽 무릎 근처에 살포시 걸쳐두고 팔로 살 짝 쥔 채 눈을 감지.


한참을 그렇게 눈을 감은 채 편안한 호흡으로 물 위에 둥둥 떠 있으면 등에 느껴지는 따스한 햇살이 오직 나만을 위한 햇살처럼 느껴지는 날도 있고, 지구에 나만 존재하는 것 같은 느낌에 사로잡힐 때도 있지.


나만 존재하지만 외롭지는 않은, 오히려 자연으로부터 받는 지극한 사랑에 혼자라서 더 충만해지는 그런 느낌 말이야.


패들보드는 역동적인 스포츠지만 때에 따라 이렇게 정적인 매력도 있어서 참 좋아.


패들보드로 할 수 있는 정적인 운동이 또 있는데 바로 요가야. 아찌 동네에는 패들보드 위에서 요가하는 사람들도 많거든. 평지보다 균형 잡기가 힘들어서 보통 상급 요기(Yogi, 요가 수행자)들이 많이들 하는데, 나도 한번 시도해 봤지만 너무 어려워서 포기했어.


물 위에 둥둥 떠서 가만히 누워만 있어도 행복해. 

물 위에서 흐르는 시간은 땅 위에서의 것과는 확실히 다른 것 같아. 

시간이 다르게 흐른다는 것의 의미를 알고 싶으면 꼭 조용한 곳에서 혼자 패들보드를 타봤으면 해!




캘리포니아의 유명한 알파인 레이크 중 하나인 맘모스레이크. 산등성이를 멍하니 바라보며 대자연과의 합일 상태에 있는 아찌. 이야금 그림 YAGEUMEE ILLUSTR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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