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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CCI Dec 20. 2022

요세미티, 재밌지만 무서워

Feat. 엄마 잃은 새끼 곰

요세미티에 여러 번 와 봤지만 이런 눈은 처음이다.  


준비성 철저한 남편이 웬일로 체인을 깜빡한 바람에 평소 이동시에 수면하던 내 습관은 잠시 접어두고, 운전자의 심정으로 도로를 함께 주시했다. 도로 곳곳이 얼어있어 내리막길 구간에선 나도 모르게 몸에 힘이 들어갔다.


"길이 곳곳에 얼었어요! 멀쩡해 보여도 살짝씩 얼어있는 구간이 많아서 조심해야 됩니다. 어제도 벌써 몇 대나 날아갔어요!"  


공원 입구에서 관리인이 몇 대나 "날아갔다"고(flew off the road) 해서 공포감에 휩싸였으나 남편은 원래 의사들이 병의 예후에 대해서 안 좋게 말하듯이 레인저들도 그런 성향이 있다며 나를 진정시키려 했다.

별 소용은 없었다.


남편은 조심성이 별로 없는 데다 걱정도 잘 안 해서 잘 다치는 편이기 때문이다. 나는 모험심은 있는 편이지만 매사 조심하는 편이라 그런 남편의 성향과 부딪힐 때가 많다.


그럼에도 남편의 운전 실력은 탁월한 편이라 체인 없이도 체인 감은 차처럼 어찌저찌 도착을 했다.   


약간의 목숨 건 우여곡절 끝에 도착해서 마주한 요세미티의 일출은 내 입을 또 한동안 꾸~욱 다물게 만들었다.  



왼쪽 돌산이 하프돔. 컴퓨터 바탕화면인데 매일 아침 스크린으로 보다 실제로 보니 반갑고도 익숙한 기분!




일출 감상 후 우리는 좋아하는 코스 중 하나인 요세미티 폭포 꼭대기에 갔다가 방금 내려왔다. 8시간 정도 눈 속에서 오르막길 내리막길을 반복하다 차에 타니 이곳이야 말로 천국이다. 천국은 요세미티가 아니라 히터 나오는 차 안이다. 자연이 아니라 문명이다. 8시간 눈밭에서 구르다 온 현재의 내 심경은 그렇다.


8시간 동안 서른 번 정도 미끄러질 뻔했고, 고드름 맞아 죽을 뻔했고, 무릎과 발톱이 빠질 뻔했던 이야기를 쓰기엔 현재 심신이 고장 난 상태이므로 정신이 돌아오면 써 볼 예정이다.


눈밭을 구르다 하프돔(Half Dome) 쳐다보며 잠시 휴식  




아참! 아침에 곰도 만났다.

엄마 없이 떠돌던 작은 새끼곰이라 잡혀먹지는 않았음에 감사하며(엄마 나타날까  조마조마. 작은데 일어서니까 커서 깜짝 놀램!) 요세미티 폭포 꼭대기에서 찍은 사진을 보여드리는 것으로 여정을 마무리해 본다.


어제의 요세미티 계곡 사진보다 깊이감을 살려보려 용을  보았다. 사진 중앙부 낮은 곳에 눈과 나무들을 보다  꼭대기로 시선을 이동해 보시길 추천드리고 싶다.


사진엔 잘 안 보이지만 중앙부 눈과 나무가 섞여있는 모습이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웠다. 이 장면을 본 것으로 모든 육신의 고통은 퉁쳐짐.





#요세미티 #미국여행 #로드트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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