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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대 Jul 02. 2016

Primal Fear - Rulebreaker

다시 날아오른 '독일의 주다스 프리스트'

카이 한센이 헬로윈을 떠나 만든 파워 메탈 밴드 감마 레이에는 ‘독일의 롭 핼포드’ 랄프 쉬퍼스가 있었다. 그는 감마 레이의 데뷔작부터 93년작 [Insanity and Genius]까지 함께 한 인물로, 롭 핼포드의 트레이드 마크인 하이 피치 스크리밍과 근육질 바이브레이션을 동경하며 자신의 미래를 그려나간 천생 메탈 보컬리스트였다.

1997년, [Painkiller] 이후 7년 만 신작이었던 [Jugulator] 앞에서 랄프는 핼포드를 이어 주다스 프리스트의 마이크를 잡게 될 절호의 기회를 팀 “리퍼” 오웬스에게 빼앗기고 독일 하드록 밴드 시너(Sinner)의 맷 시너(베이스)와 새로운 밴드를 결성하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프라이멀 피어였다.


프라이멀 피어는 기타 리프에서 감지되는 스래쉬 메탈 성향과 70년대 하드록 냄새(이들은 데뷔 앨범에서 딥 퍼플의 ‘Speed King’을 커버하기도 했다)를 빼고 나면 머리부터 발끝까지 주다스 프리스트를 추구하며 세상에 나왔다. 랄프 쉬퍼스의 날렵한 고음은 영락없는 롭 핼포드의 그것이었고, ‘Jawbreaker’를 닮은 ‘Chainbreaker’ 같은 곡에서 톰 노만의 기타와 클라우스 스펄링의 드러밍은 글렌 팁튼과 스캇 트래비스의 기교 못지 않았다. 주다스 프리스트에 들어가지 못해 한 맺힌 한 고음역대 보컬리스트가 아예 자신만의 주다스 프리스트를 만들어 버린 순간이다.

국가 정부와 종교, 그리고 [Black Sun]이 대표하는 SF 스토리를 주메뉴로 삼아온 프라이멀 피어는 2014년작 [Delivering the Black]까지 평균 2년 주기로 앨범을 발표해왔는데 신작 [Rulebreaker]역시 그 ‘룰’을 어기지 않았다. 한때 헤비메탈 밴드 앙그라에 몸담았고 지금은 파워 메탈 밴드 행거(Hangar)에 적을 두고 있는 브라질 드러머 아킬레스 프리스터 대신 우도(U.D.O.) 출신의 프란세스코 조비노가 새 드러머로 들어온 이번 라인업에는 있다 없다를 반복한 원년 멤버 톰 노만도 2005년작 [Seven Seals] 이후 처음으로 프라이멀 피어 앨범에 자신의 이름을 실었다. 밴드는 이로써 알렉스 베이로트, 매그너스 칼슨과 더불어 트리플 기타 시스템을 갖추게 되었다.

[Delivering the Black] 투어를 끝낸 2015년 봄. 프라이멀 피어는 신곡들을 준비해 덴마크에 있는 한센 스튜디오(Hansen Studios)에서 그 곡들을 녹음했다. 프로듀서는 볼비트(Volbeat), 프리티 메이즈(Pretty Maids)와 작업한 엔지니어 야콥 한센(Jacob Hansen)이 맷 시너와 공동으로 맡았다. 맷은 [Delivering the Black]에서 겪은 시행착오와 얻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이번 앨범을 더 견고하게 다질 수 있었다고 말했는데 러닝타임 11분에 가까운 프로그레시브 메탈 트랙 ‘We walk without fear’는 아마도 그 대표격일 것이다. 더불어 마지막 곡 ‘Raving mad’와 함께 앨범에 무게감(heaviness)을 더해주는 스래쉬 메탈 넘버 ‘The end is near’에선 프란세스코의 경쾌하고 현란한 드러밍을 감상할 수 있고, 박진감 있는 ‘Constant heart’는 파워 메탈 밴드들이 흔히 쓰는 싱코페이션 기타 리프로 요리한 신작의 날렵한 뒷심이다.      

어쩌면 거기서 거기, 항상 같은 스타일로 정규작 10장을 채운 밴드로 곡해될 수도 있다. 사람에 따라서는 개성이라곤 없는 ‘주다스 프리스트 따라하기’ 밴드로 프라이멀 피어를 가볍게 여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Rulebreaker]로 이들은 스멀스멀 기어나오는 그 오해의 가능성들을 어렵잖게 진압해낼 것이라 믿는다. 곡들의 미모가 하나같이 준수하고 리듬과 리프에는 곧은 힘이 있다. “넘치는 에너지, 환상적인 멜로디, 끝내주는 드럼 그루브, 그리고 무드 있는 오케스트라”를 이유로 팬들이 절대 지지할 것이라던 랄프 쉬퍼스의 장담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 이 글은 대중음악 매거진 <파라노이드>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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