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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대 Jul 21. 2016

Inxs - Kick

나에게 [Kick]은 청춘의 다른 이름이다. 아파서 청춘이 아니라 인엑시스이기 때문에 청춘이었던 시절이 내게 있었다. 스케이트 보드, 선글라스와 권총 혁대, 반항적인 눈빛으로 웅크려 앉은 줄무늬 티셔츠 남성, 그리고 언뜻 발 킬머를 닮은 금발의 마이클 허친스. 작품에 뿌려질 평단의 찬사를 예상이라도 한 듯 별 네 개를 사이에 둔 밴드 이름과 앨범 제목까지. [Kick]의 첫인상은 꽤 복합적이었다. 과연 어떤 음악일까? CD를 플레이어에 걸고 몇 초 뒤 나는 내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직감했다. 이미지는 곧 음악이었다. 갱 오브 포와 조지 마이클이 만난 듯한 “Guns in the Sky”의 그 강렬함 앞에서 내가 더 이상 무슨 의심을 했을 것이며 무얼 더 가늠하려 들었겠는가. 물론 이 앨범의 진정한 충격과 시작은 다음 곡부터였다.

그야말로 '센세이션'이었던 'New Sensation'

쟁글대며 손짓하는 펑키 기타와 존 패리스의 딴딴한 드럼 비트가 모든 걸 집어삼키는 순간, “New Sensation”은 시작됐다. 공식적으론 누가 들어도 흥청망청 파티 송이지만 밴드의 메인 송라이터인 앤드류 패리스의 환상적인 건반 운용과 브라스로 포인트를 준 커크 펭길리의 감각, 그리고 카일리 미노그의 연인이었던 마이클 허친스의 가사는 이 곡과 이 음반을 음악으로서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이해하게 만들었다. 이런 완벽한 그루브, 확실히 살면서 흔하게 만날 수 있는 건 아니다.


백만 달러를 더 줄 테니 호주로 돌아가 다른 앨범을 만들어오라고 한 아틀란틱 레코드가 ‘흑인들이 좋아할 만한 앨범’이라고 말한 이유가 있는 “Devil Inside”는 한 술 더 떴다. “What You Need”로 톡톡히 재미를 봤던 전작 [Listen Like Thieves]로 자신감을 얻은 커크가 “모든 곡을 싱글 컷 할 수 있는 앨범”이라는 바람을 현실로 빚어낸 지점에 이 곡과 빌보드 싱글차트 넘버원 트랙 “Need You Tonight”이 있었다. 그러고 보면 한 앨범에 수록된 잇단 3곡에서 80년대 최고의 기타 리프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온 셈인데 당시 그걸 처음 들은 내가 느낀 당혹스러움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혹자가 “Need You Tonight”를 듣고 프린스와 키스 리처즈를 떠올린 건 지금 생각해보면 당연한 얘기였다. Funk와 로큰롤은 정말 이 밴드의 심장이고 숨통이기 때문이다.

"흑인들이 좋아할 만한 이유"가 담긴 싱글 'Devil Inside'
빌보드 싱글 차트 넘버원을 안겨준 'Need You Tonight'

모국의 선배 밴드 러브드 원스(The Loved Ones)의 곡을 커버(“The Loved One”)한 모습도 장관이었다. 까랑까랑한 록 기타가 곡을 리드하곤 있지만 느슨한 슬로우 록 리듬으로 여유로운 알앤비 스타일을 지향한 이 곡에서 조니 로튼처럼 노래하는 마이클의 퍼포먼스는 꽤 인상적이었다. 이 느낌은 히트곡 “Never Tear Us Apart”에서 자신들의 오리지널로 다시 한 번 재연된다. 부기 피아노와 스냅핑거로 흥을 돋우는 “Mystify”, 모타운 사운드라 해도 무리 없을 “Kick”, 다시 Funk 리프를 날름대는 “Calling All Nations”까지 ‘흑인 음악’의 기운이 이어진 뒤 내가 가장 좋아하는 “Tiny Daggers”의 키보드 리프가 나오면 앨범은 슬슬 뒷정리를 시작한다. 시작된 마감은 결국 인엑시스가 AC/DC와 함께 호주를 대표하는 ‘록밴드’라는 암시요 증명이다. 버릴 곡이 없어야 하고 마지막 곡까지 긴장을 늦추게 하지 말아야 한다는 전제가 명반의 전제로서 통용될 수 있다면 이 앨범도 때문에 명반이다. 모든 수록곡들의 싱글화. 커크의 바람은 바람에서 그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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