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TM 'Evil Empire'

by 김성대


뉴 메탈 밴드 레이지 어겐스트 더 머신Rage Against the Machine, RATM은 두 번째 앨범 《Evil Empire》를 내면서 앨범 이해를 위한 추천 도서 목록도 함께 제공했다. 거기엔 마르크스와 엥겔스, 말콤 엑스와 체 게바라, 사르트르와 촘스키 같은 학자/정치사상가를 비롯해 마일스 데이비스와 밥 말리, 살바도르 달리와 앤디 워홀, 아서 쾨슬러와 제임스 조이스, 존 스타인벡과 헨리 밀러, 윌리엄 S. 버로스 등 음악가, 미술가, 작가가 망라돼 있었다. '혁명의 도서관' 쯤으로 요약될 그것은 록 비평가 조엘 매카이버의 말마따나 그 자체 사회정치적 교육이 될 "좌파와 진보적 사고에 대한 포괄적인 라이브러리"였다.


기타리스트 톰 모렐로는 그중에서도 『촘스키 리더The Chomsky Reader』라는 책을 따로 꼽았는데, 저자 노암 촘스키는 여기서 미디어와 정부, 교육 시스템이 어떤 고리로 연결돼 서로를 지탱하는지를 펼쳐 보인다. 모렐로는 사회 내부에서 실제로 작동하는 것, 즉 권력이 어디에 있고 기업 권력의 피라미드 구조가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시야를 길러준다는 것에서 이 책의 의미를 찾았다.



1집에 이어 반미/반자본주의를 총론으로 취하는 《Evil Empire》에서 우린 멕시코 남부 치아파스Chiapas 주를 근거지로 삼은 아나키즘 무장단체 사파티스타Zapatista라는 각론을 만나게 된다. 1994년 1월 1일, 치아파스 주 5개 마을을 점령한 사파티스타는 멕시코 정부와 짧은 전쟁을 치르는데, 그날은 다름 아닌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이 정식 발효된 날이었다. 사파티스타 무장봉기의 목적은 단 하나, 자치권. 그러니까 자신들의 공동체 외 모든 멕시코인들의 자율성, 정의, 자유를 지킨다는 것이 저들 반란Zapatista Uprising의 명분이었던 것이다. 톰의 단순하고 신경질적인 기타 리프가 곡을 주도하는 오프닝 트랙 <People of the Sun>은 그런 사파티스타의 애국가로 쓰였고, 멕시코의 값싼 노동력 위에서 성립한 NAFTA를 한탄하는 <Wind Below>는 사파티스타의 대변인 마르코스Subcomandante Marcos의 책 속에서 제목을 가져왔다.


RATM 2집의 첫 세 곡은 앨범을 대표했다. 완벽한 힙합 그루브를 뿌리고 사라진 <People of the Sun>에 이어 그르렁거리는 기타/베이스 리프와 이글거리는 사운드로 군중의 분노를 표현한 <Bulls on Parade>는 파괴적인 군사적 사고방식의 해체를 논했고, 레드 제플린의 <Wanton Song> 기타 리프를 쏙 빼닮은 <Vietnow>는 문제를 알리는 척 문제의 원인이 되곤 하는 미디어와 저들의 의제를 겨냥했다. 또 역동적인 구성을 앞세운 <Revolver>는 가정 폭력을, 1997년 그래미 '베스트 메탈 퍼포먼스' 상을 받은 <Tire Me>는 미국에 억압받는 소수민족을 다루고 있다. 아울러 FBI의 함정에 빠져 살해된 것으로 알려진 블랙 팬서 활동가 프레드 햄튼Fred Hampton을 추모한 <Down Rodeo>와 페루 공산당 '빛나는 길Shining Path'을 곡에 녹인 <Without a Face> 등 2집은 1집에 비해 분명 "더 비관적이고 덜 역동적"인 양상을 띠었다. 그에 맞게 사운드 역시 스튜디오 기술을 깊이 활용한 데뷔작보다 라이브 느낌을 강조한 느낌인데, 이는 앨범 속지에도 나와 있듯 밴드가 자체 연습실에서 앨범을 녹음했기 때문인 걸로 보인다.


냉전이 끝날 무렵 레이건 행정부는 소련을 '악의 제국Evil Empire'이라 부르며 미국 대중이 레드 콤플렉스를 늦추지 않길 바랐다. 하지만 RATM은 20세기 후반 전 세계에 걸친 잔학 행위에 대한 책임이 미국에 있다는 결론을 내리며 소련을 가리켰던 그 멸칭을 자국으로 돌렸다. 톰은 2026년 1월 11일 현재도 'Destroy American Fascism'이 적힌 티셔츠를 입은 사진을 본인 SNS에 올리며 활동가를 자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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