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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대 Aug 24. 2016

강백수 - 설은

문학과 현실의 경계에 선 뮤지션

강백수의 ‘서툰 말’은 강백수의 자기 소개였다. 그것은 청년실업시대를 살아가는 한 청년의 구체적인 망연자실이었고, 자조 섞인 블랙유머였다. 친구 꼬임에 넘어가 딴따라가 되어 여자 친구의 순결주의에 좌절하고, 아픈 어머니 뒤통수에 마음 아파하며 돈만 생기면 술을 마실 거라던 그는 마치 '청춘이어서 아픈' 이 시대 청년들의 자화상 같았다. 프로 시인 겸 뮤지션인 그는 때문에 첫인상부터 많은 해석을 불렀다. 시인인가 싱어인가, 글을 위한 노래인가 그를 위한 노래인가, '백수'는 본명인가 가명인가. 씨 없는 수박 김대중과 강산에의 중간에 선 그의 음악 세상은 그렇게 3년 뒤 나에서 우리로, ‘자아’에서 ‘주위’로 방향을 틀었다. 물론 ‘삼겹살에 소주’와 ‘가르시아’, 그리고 ‘울산’이 아직 덜 토해낸 강백수의 자기 고백으로 남아는 있지만 ‘24시 코인 빨래방’과 ‘오피스’에선 분명 1인칭과 3인칭을 오가는 입체적 화자의 입을 빌어 이 사회를 노래하고 있다. “마음이 아리랑 가슴이 쓰리랑”(‘일회용 라이터’ 중). 시인다운 재치있는 라임은 그 안에서 속절없이 흐르고 또 흐른다.

개인에서 사회로 시선을 옮긴 덕에 강백수 2집은 1집보다 대중의 공감을 아마도 더 얻을 것이다. 1집이 워밍업이었다면 2집은 본궤도다. 그는 스물 일곱 살 때부터 서른이 되기까지 바라본 세상 여기저기, 마음 이 곳 저곳을 이야기한다. 사연 모를 코인 빨래방의 슬픈 군상들에 자신을 포개어도 보고(‘24시 코인 빨래방’), 쳇바퀴에 갇힌 회사원들의 허무한 삶의 무게를 대신 반추도 해준다.(‘오피스’) 밤이 되면 스멀스멀 피어나는 사내들의 어둔 욕망에 대해서도 잠시 논했다가(‘와일드 사파리’) 절룩거리던 달빛요정 역전만루홈런을 등에 업은 채 2할5푼 인생의 역전 드라마를 꿈꾸기도 하고(‘가르시아’), 세상을 뒤엎으려는 김태춘 만큼은 아니어도 마지막 곡 ‘거지폴카’에선 채울 수 없는 배를 채우려는 다수의 욕망에 일갈도 끼얹는다. 이것이 사사로운 데뷔작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두 번째 앨범의 공공연함이다. 강백수 2집의 방점은 여기에서 찍힌다.

음악도 더 내세울 만 해졌다. 가령 기타 톤과 리프, 비트에서 똑같이 세련미가 느껴지는 ‘24시 코인 빨래방’을 강백수가 괜히 앨범 머리에 배치하진 않았을 거라 나는 믿는다. ‘타임머신’에 버금갈 감동을 안길 ‘오피스’에서 영리한 리듬 운용, ‘일회용 라이터’의 깊은 템포 체인지, 보드랍거나 힘찬 어쿠스틱 보단 하드한 일렉트릭 사운드에 큰 자리를 내어준 ‘와일드 사파리’와 ‘가르시아’, 그리고 보컬리스트 강백수의 거침없는 노래 실력이 이 모든 좋은 곡들을 좋은 곡들일 수 있게 해주었다.

자신의 애달픈 속내는 물론 세상의 치부와 풍경까지 녹여내는 음악과 글엔 필연적으로 진심, 그리고 연민이 따르게 마련. 음악과 글에 똑같이 최선을 다하는 강백수의 곡들에서 진심어린 위로를 받는 건 그래서이다. 그냥 느낀 대로, 있는 그대로를 써서만은 확보할 수 없을 어떤 치열한 ‘디테일’이 그의 작품들 속엔 있다. 감정과 감성과 감각이 하나 되어 녹았다. 바로 그가 꿈꾸는 ‘문학적인 음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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