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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대 Aug 12. 2016

음악 넓고 '약게' 듣는 방법

이 글은 음악(정확히는 대중음악)을 ‘제대로’ 듣기 위한 사람과 음악을 ‘더 많이’ 듣기 위한 사람 모두를 위한 것이다. 여기서 제시한 방법들이 조금은 뻔해 보일 수도 있겠지만, 사실 이 길만 제대로 따라 가도 누구나 어디 가서 ‘음악 좀 들었다’ 말할 수 있다. 물론 좋아하는 소수의 장르, 뮤지션만 죽을 때까지 듣겠다는 사람들은 이 글을 외면해도 좋다. 그들은 이런 길라잡이 따위 없이도 이미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음악을 들을 줄 알기 때문이다. 나는 그 애정 어린 고집도 충분히 이해하고 지지한다.



‘명반 리스트’를 활용하자

세상에는 장르와 연도, 나라를 나누지 않거나 그것들을 철저하게 나누어 뽑아낸 ‘명반 리스트’들이 온오프라인에 걸쳐 수두룩하다. 인터넷 세상이 오기 전 그 자료들은 음악에 특별한 관심을 둔 사람들의 전유물 같은 것이었지만, 마우스 클릭 몇 번으로 누구나 위키피디아에 이를 수 있는 지금, 그 리스트들은 음악을 더 듣길 원하는 모든 이의 것이 되었다. 다만, 카테고리별로 나뉜 해당 리스트들은 모래알처럼 많지만 나는 그런 구분이 없는 ‘종합 리스트’부터 소화한 뒤 개인취향을 조금씩 챙기라 권하고 싶다. 즉, <재즈피플>의 ‘재즈 역사를 빛낸 100장의 명반’이나 <음악취향Y>의 ‘80년대 국내 베스트 명반’ 보다 <롤링스톤>의 ‘위대한 앨범 500’, <경향신문>과 <가슴네트워크>가 함께 진행한 ‘한국대중음악 100대 명반’들을 먼저 들어보라는 것이다. 그래야만 ‘faith’가 림프 비즈킷이 아닌 조지 마이클의 원곡임을 자연스레 알고 넘어갈 수 있다.



라이너노트와 잡지 글 꼼꼼히 읽기

“앨범을 대표하는 싱글 'Teardrop'은 미국 소울 재즈 피아니스트 레스 맥캔(Les McCann)의 'Sometimes I Cry'를 응용한 것으로, 서걱대는 림숏(Rimshot) 비트에 근육을 입힌 것 외엔 원곡의 서정성을 그대로 가져와 사랑이라는 "상냥한 충동"을 노래한다. 매시브 어택은 마치 한국의 공일오비(015B)처럼 객원 보컬을 주로 썼는데, 이 곡은 에브리씽 벗 더 걸(Everything but the Girl)의 트레이시 손(Tracey Thorn)에 이어 러브콜을 받은 콕토 트윈스(Cocteau Twin)의 엘리자베스 프레이저(Elizabeth Fraser)가 직접 가사까지 쓰고 불렀다. 하지만 이 곡이 비극인 이유는 만들어진 시점이 엘리자베스의 친구였던 제프 버클리(Jeff Buckley)가 익사해 목숨을 잃었을 때와 일치하기 때문이다. 이 슬픈 우연 덕분에 'Teardrop'은 본의 아니게 제프에 대한 반 추모곡이 되어버렸고, 매닉 스트릿 프리처스(Manic Street Preachers)와 모비(Moby), 페이스 노 모어(Faith No More), 인엑시스(INXS), 마돈나(Madonna) 같은 거물급들과 작업한 월터 스턴(Walter Stern)의 뮤직비디오 속 태아 역시 좀 더 많은 해석의 여지를 남기게 되었다. ‘Teardrop’은 앨범을 넘어 매시브 어택의 대표곡인 만큼 뉴튼 포크너(Newton Faulkner)나 엘보우(Elbow), 심지어 레드 핫 칠리 페퍼스(Red Hot Chili Peppers) 같은 팀도 커버했을 정도로 인기가 있었다.”

음반과 잡지 산업이 사양길로 접어든 요즘 세대에겐 생소할지 몰라도, 8090 세대에게 음반 해설지(라이너노트)와 음악 잡지는 그 자체 다양한 음악을 듣기 위한 좋은, 거의 절대적인 참고서였다. 언젠가 글쓴이가 썼던 매시브 어택의 ‘Mezzanine’ 라이너노트 일부(위 인용글)를 예로 들었을 때, 만약 이 글을 읽은 사람이 영미 팝을 갓 접한 경우라면 그는 해설지 문단 하나에서 무려 10 여 명(팀)의 뮤지션(밴드)를 건지게 되는 것이다. 물론 서 말의 구슬이라도 꿰지 않으면 무용지물. 이름을 알았다면 다음은 그들 앨범들을 한 장, 두 장 찾아 들어야 ‘음악 가이드’로서 해설지가 제 힘을 발휘할 수 있다. 기억하자. 음반 라이너노트와 잡지 기사에서 언급한 뮤지션과 음반들만 꼼꼼히 익히고 찾아 들어도 평론가 못지않은 ‘헤비리스너’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뮤지션이 영향 받은 뮤지션

네이버뮤직에는 ‘명예의 전당’이라는 카테고리가 있다. 그 안은 다시 다양한 주제로 음반들을 추천한 세부 범주들로 나뉘는데 그 첫 번째가 바로 ‘유희열의 숨은 음악 찾기’이다. 어떤날과 낯선사람들이 함께 소속됐던 '하나음악' 레이블 특집을 시작으로 유재하, 가을방학, 바비빌, 나미까지 두루 다룬 이 10장에 걸친 리스트는, 뮤지션 유희열의 음악 성향과 유전자를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꾸며져 음악을 찾아들으려는 이들, 무엇보다 유희열의 팬들에게 좋은 선물이 된다. 이러한 ‘뮤지션이 영향 받은 뮤지션’ 목록을 챙기는 일도 더 많은 음악을 듣기 위한 좋은 방법이다. 주로 뮤지션들의 인터뷰에서 폭로되곤 하는 이 흥미로운 ‘팩트’들만 잘 모아도 당신의 듣는 귀는 더 야무져 질 것이다.




베스트 앨범은 사지 않아?

사실 음악 넓게 듣는 데 컴필레이션 앨범만큼 좋은 건 없다. 흔히 ‘various artists’나 영화 ‘OST’로 분류되곤 하는 이 쪽 시장에서 최고는 단연 ‘Now that's what I call music!’ 시리즈로, 1983년 필 콜린스와 보니 타일러 등이 이름을 올린 1집부터 지난 2016년 7월22일 발매된 근작까지, 무려 33년 동안 94장의 앨범으로 팝 신을 정리해왔다. 그 시대 인기 뮤지션을 그 사람을 대표하는 곡으로 만날 수 있다는 매력, 그것도 한 두 팀이 아닌 수 십 팀을 한꺼번에 듣는다는 장점 때문이라도 컴필레이션 앨범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퀸과 스콜피온스, 아바로 대표되는 뮤지션의 자체 베스트 앨범은 물론, 영화의 감동을 추억으로 간직케 해주는 오리지널 사운드트랙들 역시 '입문자'들에겐 훌륭한 안내자로서 변함 없을 게다. 물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컴필레이션 앨범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밤새 선곡하고 편집한, 세상에서 하나 뿐인 바로 ‘그’ 앨범이겠지만.


역시 '책'이 답이다


작가와 간접 대화, 이야기의 간접 체험, 그리고 지식 습득이 독서의 세 가지 목적이자 가치라면 ‘책’은 이 글에서도 반드시 언급해야 할 매체이다. 예컨대 얼마 전 읽은 엘튼 존 평전과 스팅의 자서전은 60, 70년대 영미 쪽 대중음악을 다시 감상하고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을 나에게 주었었다. 또한 재즈라는 장르 속 수많은 명반과 명인들을 만나기 위해 나는 마크 그리들리의 <재즈총론>을 집어 들었고, <힙합, 우리시대의 클래식>을 통해선 올드스쿨 힙합의 마스터피스들과 한 자리에서 '브라더'가 되었다. 그러다 나중에는 아예 음악과 음반을 얘기한 책들을 다룬 장정일의 <악서총람> 같은 책까지 사 요즘 활발히 서점가를 수놓고 있는 대중음악 서적들을 정리했는데, 래리 스타와 크리스토퍼 워터먼이 함께 쓴 <미국 대중음악:민스트럴부터 힙합까지, 200년의 연대기>는 거기에는 없었던, 내 ‘읽는 음악’의 화룡점정이었다. 대부분의 예술이 그렇듯 음악 역시 지식과 경험이다. 많은 음악을 알기 위해 독서를 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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