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성대 Nov 15. 2015

ELO - Alone in the Universe

어쩌면 14년 전 앨범 [Zoom]에서 제프 린과 일렉트릭 라이트 오케스트라(Electric Light Orchestra, 이하 '이엘오')의 오랜 공백은 예견된 것일지 모른다. 'A Long Time Gone'. 정말 오랜 시간이 지났다. 14년이면 2002년 월드컵도 열리기 한 해 전이다. 물론 이엘오의 주인 제프 린은 3년 전 커버 앨범 [Long Wave]를 따로 내놓긴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제프 린의 '솔로' 앨범이었고, 창작이 아닌 남의 곡들을 '재해석' 한 작품이었으므로 이엘오의 복귀라 부를 일은 아니었다.

이엘오의 복귀는 2014년 가을 영국 하이드 파크에서 밴드의 오랜 키보디스트 리차드 탠디(Richard Tandy)와 제프 린이 함께 공연을 펼치며 가시화 되었다. 오랜 기간 활동을 쉰 뮤지션에게 가장 필요한 건 아마도 다시 일어설 계기일 것이다. 재능은 이미 주어졌고 펼쳐졌던 것이니 재론할 일이 아닐 터. 제프에게 중요했던 건 새 앨범을 만들 의지와 그것을 발매할 타이밍이었을 텐데, 리차드와의 공연이 "술을 좋아하고, 아이디어가 바닥 난" 제프에게 그 모든 걸 감당할 자신감을 주었던 것이다. 

그리고 1년 뒤인 2015년 가을, 제프 린의 이엘오(Jeff Lynne's ELO, 이 표현은 이엘오를 함께 만든 로이 우드에 대한 예우로 보인다)는 14년 만의 신작 [Alone in the Universe]를 발표하였다. 샤를 아즈나부르의 'She'를 닮은 첫 싱글 'When I was a Boy'가 흘러나오며, 공백의 허상은 무너지고 현실의 모든 것은 재편 된다. 쉐이커와 탬버린, 엔지니어링(얀코빅과 작업한 기타리스트이자 베이시스트 스티브 제이가 담당)을 뺀 모든 것을 제프 린 혼자 해낸, 말 그대로 "제프 린의 이엘오"가 다시 색동 UFO를 검은 밤하늘에 띄우는 순간이다.


로이 우드와 이엘오를 만들 무렵, 아니 그 후로도 제프 린은 심포닉과 프로그레시브 록에 심취해있었다. 근엄한 관현악을 살가운 팝과 리듬앤블루스, 디스코에 덧대기 시작한 것은 수 년 뒤인 70년대 후반부터였다. 물론 대중은 아트록을 하던 이엘오 보다는 'Midnight Blue'를 연주했던 70년대 후반 이후 이엘오를 더 좋아하고 기억한다. 그런 면에서 이번 신보는 후자의 이엘오이다. 'One Step at a Time'은 2015년판 'Shine a Little Love'이고, 'Dirty to the Bone'과 'Ain't It a Drag'은 척 베리와 로이 오비슨을 좋아하는 제프 린이 새 밀레니엄에 내놓은 'Hold on Tight'이다. 비틀즈와 비치 보이스 부럽지 않은 보컬 화음, 은하수를 닮은 'I'm Leaving You'의 스트링, 무엇보다 트래비스의 '3 Times and You Lose'를 닮은 'The Sun Will Shine on You'는 그저 온 마음으로 끌어안고 싶은 곡이다. 

마지막에 있는 타이틀 트랙 'Alone in the Universe'를 들으며 나는 '우주'와 '혼자'라는 단어를 생각했다. 그리고 그 발음은 '우리'는 '혼자'라는 말로 구체화 되었다. 우주 속에 혼자 남은 제프의 그 가늠할 길 없는 쓸쓸함은 대체 어디서 오는 것일까. 자신이 우주 최고의 뮤지션인데 폴 맥카트니 보다 대접을 받지 못 하는 서운함에서 오는 걸까 아니면, 송라이팅과 연주와 노래와 프로듀싱을 모조리 혼자 해내면서 생긴 피곤함과 자부심(또는 자만심)의 중첩에서 오는 것일까. 알 길은 없지만, 그래서 난 이 앨범을 마냥 아름답다고만 할 수가 없다. 아름답기 전에 아픈 앨범이다. 황홀하기보다 외롭고, 슬프면서도 그립다. 우린 어차피, 결국엔 혼자이기 때문에.

매거진의 이전글 Noizegarden - 1992-1999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