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은 [21C 뉴 헤어] 이후 14년 만, 수록된 곡들은 2010년에 완성되어 4년 만에 세상 빛을 보았다. 쇼케이스격으로 치러진 동명의 음악극에서 백현진의 가사와 장영규의 음악은 여전히 눅진한 긴장을 머금어 때때로 광기에 적셔진다. 오랜만에 그것을 알고 싶어 하는 문성근의 나레이션이 "유재석과 강호동의 쇼 프로를 잠깐 보다 연쇄 살인범의 뉴스를" 보게 되는 우리의 살벌한 일상에 겹치며 앨범은 비로소 길고 노곤한 헤엄을 시작하는 것이다. 그리고 꿍짝대는 칩튠 트랙 '도파민'의 가사처럼 부엌칼로 지구본을 썰어내려는 '을'들의 의지가 작품 곳곳에서 감지된다. 가령 록킹하거나 펑키한 '역지사지'와 '슈퍼컷아웃', '실시간'과 '대리알바'에 녹아든 가냘픈 상업성(?)이 어어부가 취향이 아닌 이들을 달래는 동안 두 멤버는 증세 없는 복지를 약속한 그녀가 복지 없는 증세를 감행하는 현실, 그러니까 백현진의 말을 빌면 "병신 같은 정부"와 "거지 같은 기업"들이 "징그럽게 여전히 불라불라"대는 막장 신자유주의를 어쩔 수 없이 살아내는 사람들에게 은근한 연민을 바친다.이 앨범의 반전은 결국 빵과 우유로 끼니를 때우며 신물나도록 남의 사생활을 엿보고 '나그네'처럼 대리알바 생활을 하는 주인공이 바로 당신과 나 자신이라는 지점에서 터진다. 난무하는 단문 속 대구법, '마음과 뇌'에서 들려오는 일본 스릴러 영화 사운드트랙 같은 피아노 연주. 아, 모든 것이 매섭고 서글프다. 뻐끔거리는 상처, 삭힌 분노에선 쉰내가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