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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대 Oct 25. 2016

Sink to Rise VS Korn

토종과 본토 헤비니스

저녁 퇴근길. 시원하다못해 쌀쌀해진 강변을 걸으며 나는 내 고막에 지진을 일으킨 헤비메탈 신보 두 장을 들었다. 한 장은 ‘직지’의 도시 청주 출신 하드코어 펑크 밴드 싱크 투 라이즈(Sink to Rise)의 첫 풀렝스 앨범 ‘Paid in Full’이었고, 다른 한 장은 미국 캘리포니아 출신 뉴메탈 영웅 콘(Korn)의 열 두 번째 정규작 ‘The Serenity of Suffering’이었다. 싱크 투 라이즈는 데뷔 10년 만에 발매한 첫 정규 앨범이고 콘은 데뷔한지 22년 만에 내놓은 12번째 결과물이다. 



장르와 커리어에서 그 의미나 온도가 전혀 다를 것 같은 두 장의 앨범은 그러나 신기하게도 비슷한 느낌으로 다가왔는데, 그것은 아마 두 앨범 모두에 담긴 '초심의 열정' 때문이었을 거다. 제대로 된 데뷔를 위해 지난 10년간 이를 갈았을 싱크 투 라이즈와 종교에 심취했다 10년 만 밴드 복귀를 전작 ‘The Paradigm Shift’ 때 이룬 브라이언 “헤드” 웰치(Brian "Head" Welch, 기타)의 과거 지향 송라이팅. 두 밴드가 가고자 한 길은 결국 하나 극강의 헤비니스, 바로 그것이었다.



싱크 투 라이즈의 데뷔작은 듣는 사람이 숨돌릴 틈을 주지 않는다. 그들은 ‘S.A.A’ 같은 곡을 빼면 디스차지(Discharge)의 디비트(D-Beat) 성향보단 헤잇브리드(Hatebreed) 풍 메탈코어 쪽에 좀 더 치우친 스타일을 들려주는데 이는 판테라(Pantera)와 크래쉬(Crash)를 좋아하는 보컬 이창옥의 개인 취향과도 분명 연관이 있을 것이다. 날카롭게 찌르는 대신 휘둘러 뭉게버리는 파괴감이 앨범 속속들이 들끓고 있다. 원시적인 톤으로 80년대를 추억하는 정하영과 박상훈의 트윈 기타, 이 장르의 본고장인 캘리포니아 출신 제이슨 E. 켈러(보컬)와 이창옥의 더블 스크리밍, 곡과 연주의 완급을 책임지는 김영완(베이스)과 김대원(드럼)의 든든한 백킹 플레이. 타이틀 트랙 ‘paid in full’과 ‘healing time’에서 ‘stand up(album ver.)’까지 이어지는 4연타 헤드뱅잉 타임은 헤비메탈 팬이라면 반드시 겪어야 할 순간이다. 이들보다 훨씬 앞서 3집을 발매한 같은 청주 출신 밴드 써틴스텝스(13Steps)도 어딘가에서 이 앨범을 반갑게 맞았으리라. 모르긴해도 두 앨범은 또한 연말의 라이벌로도 맞붙게 될 것이다.



이어서 콘의 신보. 역시 시작부터 무지막지하게 퍼붓는데 강박과 환영에 짓눌린 무서운 뮤직비디오로 이미 팬들을 흥분시킨 ‘insane’이 선두에 섰다. 구역질 하듯 쏟아내는 조나단 데이비스의 광기 어린 스캣이 반가운 다음곡 ‘rotting in vain’도 그렇고 이번 앨범은 세기말부터 4년간, 그러니까 ‘Issues’와 ‘Untouchables’, ‘Take a Look in the Mirror’가 연거푸 나왔던 자신들의 두 번째 전성기를 거의 그대로 재현해내고 있다. 스크릴렉스는 없고 코리 테일러(슬립낫)가 그 자릴 대신 한 것이다. 




평단은 덥스텝으로 조나단이 주도한 콘의 실험(‘The Path of Totality’)에 ‘퓨처 메탈’이라는 그럴 듯한 장르명을 달아주었지만 정작 팬들이 바란 콘의 미래(future)는 역설적이게도 과거를 향한 콘이었다. 콘도 그걸 알고는 있는듯 보였다. 브라이언 없이 시도했다 괜히 머쓱해지기만 한 2010년작 ‘Korn III: Remember Who You Are’는 그 흔적이다. 콘에는 브라이언이 있어야 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몰아붙이는 이 앨범을 들어보면 그 이유를 알게 될 것이다. 수 년 전 음악적 외도가 살짝 묻어나는 ‘die yet another night’ 같은 곡 조차도 훅 만큼은 절대 과거 박진감을 놓치지 않는다. 데이비드 실베리아(드럼)의 부재는 여전히 아쉽지만 필디의 철컹이는 베이스가 그나마 허한 마음을 채워준다. 콘은 진작 이래야 했다. ‘The Serenity of Suffering’은 브라이언이 10년 만에 돌아와 3년 만에 이룬 콘의 쾌작이다. 그야말로 완벽한 부활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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