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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대 Nov 23. 2016

Bruno Mars - XXIVK Magic

90년대 레트로를 향한 24캐럿급 돌진


“팝의 현재는 동시 복고의 십자포화에 갇혔고, 다양한 과거의 파편들은 때를 가리지 않고 우리 귓가를 스쳤다.” – 사이먼 레이놀즈 <레트로마니아>에서 

샤이니도 카세트 테잎을 내는 시대에 뮤지션들의 레트로를 향한 사랑 고백은 이제 더는 낯설지 않다. 과거를 통해 배우려 과거를 되부르는 일은 사실 예술하는 자들의 운명과 같아서 이것이 복고다 아니다, 따라하기에 불과하다는 지적 자체가 어쩌면 넌센스일지 모른다. 참조는 때를 묻지 않고 모방과 창조 그 미묘한 긴장 사이에서 끊임없이 분열해왔고 2000년대 팝은 그 숱한 과거 흔적들 속에서 어떻게든 새로워보이는 것을 하나라도 건지려 지금도 고군분투하고 있다.

자신의 세 번째 앨범을 영화처럼 만들고 싶어한 브루노 마스 역시 그 마성의 복고 굴레를 벗어날 생각이 없어 보인다. 그는 레트로 소울 프로듀서 마크 론슨과 작업해 대박을 터뜨린 ‘uptown funk’의 정서를 내려놓기는 커녕 새 앨범에서 더욱 구체화시키고 체계화시켰다. 그의 표현대로라면 이는 “90년대의 정신”을 따르겠다는 선전포고였고 실제 앨범 속에는 지미 잼과 테리 루이스 같은 전설의 알앤비 프로듀서 팀을 비롯 조데시, 뉴 에디션, 베이비페이스 등 80~90년대 슈퍼스타들, 그리고 뉴잭스윙의 창시자 테디 라일리와 바비 브라운까지 녹아 있어 이것이 정말 2010년대에 나온 앨범이 맞는지 또는 2010년대에 나올 수 있는 앨범인 것인지조차 헷갈릴 정도로 철저하게 옛 스타일을 탐닉하고 있다. 창법과 무드에서 단박에 보이즈 투 멘이 떠오르는 ‘too good to say goodbye’를 들어보면 이 말이 무슨 말인지 금새 알 수 있다.


의식한 것이라기 보단 그냥 몸 따라 가니 거기에 그루브가 있더라 식 브루노의 몸놀림(어머니가 훌라 댄서였다는 것을 기억하자)에 배경이 되어주는 신스 훵크 트랙 ‘24K Magic’을 사뿐히 즈려밟고 나면 지난 앨범의 ‘runaway baby’와 제임스 브라운의 비린 리듬 세계를 공유하는 ‘perm’이 앨범의 초입을 뒤흔든다. 90년대에 트랩이 유행했다면 이런 음악일 것 같은 ‘that’s what I like’가 그 뒤를 잇고 과거 지향 사운드로 미래를 지향하는 슬로우잼 트랙 ‘versace on the floor’가 신보의 중간에서 신보의 정점을 자처한다. 쥐어짜는 창법과 안개 같은 코러스가 영락없는 90년대 유산인 ‘straight up & down’도 그렇고 브루노 마스는 이번 앨범으로 자신의 어린 시절을 지배한 알앤비, 훵크 뮤직에 쉬지 않고 감사와 존경의 인사를 건넨다. 템테이션과 마이클 잭슨을 따라할 때부터 다져지기 시작했을 가창력은 ‘calling all my lovelies’에서 한 번 더 발휘되고 ‘perm’이 바람을 잡은 깡마른 훵크 그루브는 ‘finesse’에서 미처 못다한 회포를 푼다.


레트로가 유행한다는 형용 모순은 어쨌든 지금 대중음악의 전반적 경향임에 틀림없다. 이것은 상업적 추억팔이라는 보편적 냉대보다는 개인 향수에 기댄 (재)창조적 시도라는 점에서 되레 환대 받아야 할 일일지 모른다. 사실 모든 창작이라는 것이 과거 그 사람이 접하고 좋아해서 모방했던 것들의 연장임을 감안해본다면 레트로 경향을 놓고 왈가왈부 하는 것 자체가 이미 공허할 수 있다. 혹자의 말처럼 새로움이라는 것이 정말로 과대평가된 가치라면 브루노 마스의 신보가 가진 가치는 이제 제대로 평가받을 일만 남은 셈이다. 그는 자신의 과거로 돌아가 자신의 과거를 고백했다. 온전히 음악 하나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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