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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대 Dec 12. 2016

Rolling Stones - Blue&Lonesome

블루스키드들의 블루스 헌정


예술가는 앞서 업적을 이룬 사람을 흠모, 모방하며 자신의 고유 영역을 개척해나간다. 뮤지션도 마찬가지다. 에미넴은 비스티 보이스에서 ‘백인 랩’의 희망을 보았고 레이디 가가는 데이빗 보위와 프레디 머큐리에서 자신의 미래를 보았다. 물론 미스피츠와 아이언 메이든이 없었다면 지금의 메탈리카도 없었을 것이다. 이렇듯 앞서 형성된 장르와 스타일은 특정 뮤지션, 그룹을 규정 짓는데 결정적인 요소로 작용한다. 노장 밴드 롤링 스톤스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모던 시카고 블루스의 아버지 머디 워터스를 미치도록 동경해 머디 워터스의 곡 ‘Rolling Stone’을 그대로 팀 이름으로 썼다. 믹 재거와 키스 리차드가 머디를 얼마만큼 좋아했는지는 영화 <캐딜락 레코드>에서도 잘 묘사된 바 있으니 사실 롤링 스톤스의 음악 뿌리가 블루스라는 건 공공연한 상식에 가깝다.

롤링 스톤스의 23번째(미국에서 치면 25번째) 앨범 [Blue & Lonesome]은 이들 역사에 처음으로 기록될 커버 앨범이다. “시카고 블루스가 많이 실릴 것”이라고 이미 키스 리차드가 큰소리를 쳐놓은 만큼 이 앨범은 하울링 울프와 리틀 월터, 멤피스 슬림과 윌리 딕슨 같은 시카고 블루스 거장들은 물론 지미 리드 같은 일렉트릭 블루스 전설들까지 두루 소환하고 있다. 믹 재거는 86년작 [Dirty Work] 이후 처음으로 기타를 내려놓은 채 하모니카만 물었고 키스 리차드도 처음으로 기타 치며 노래까지 불렀다. 걸쭉하고 진지한 이 검푸른 블루스의 파상 공세는 영원한 블루스 키드인 롤링 스톤스 멤버들이 평생을 벼렸을 일. 앨범은 그야말로 우울하고(Blue) 외로운(Lonesome) 장르의 본질에 흥이라는 형식적 미덕을 더해 듣는 사람을 처연히 들뜨게 만든다.


롤링 스톤스의 이번 블루스 프로젝트에는 한때 올맨 브라더스 밴드의 멤버였고 가버먼트 뮬(Gov’t Mule)의 투어 멤버이기도 한 척 레벨(키보드)과 마일즈 데이비스, 스팅과 함께 연주했던 대릴 존스(베이스), 라이 쿠더와 오랜 친분이 있는 드러머 짐 켈트너(퍼쿠션), 그리고 천하의 에릭 클랩튼이 지원 사격을 해주어 더 느슨하면서도 더 단단한 앨범을 만들 수 있었다. 특히 레드 제플린 버전으로 유명한 ‘I Can't Quit You Baby’에서 클랩튼의 솔로는 역시 명불허전. 그 역시 열혈 블루스 키드로서 이 앨범에 참여한 감회야 두 말이 필요 없을 일이겠다. 단 3일 만에 녹음된 이 작품에 그가 참여했던 때가 지난해 12월이었으니 말초신경병증으로 에릭이 기타를 놓을지도 모른다는 비보가 날아오기 정확히 6개월 전이었다.

헌정(Tribute) 앨범에는 크게 두 가지 종류가 있다. 여러 뮤지션(그룹)들이 한 뮤지션에게 바치는 모양새가 첫 번째라면 한 뮤지션이 여러 뮤지션을 기리는 형식이 두 번째이다. 롤링 스톤스의 이번 앨범은 후자이고 이는 전자보다 좀 더 적극적인 헌정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여럿이 하나에게 헌정하는 것과 하나가 여럿에게 헌정하는 차이는 싱글과 앨범의 차이와 같다. 들이는 공에서 차이가 나고 만드는 과정도 판이하다. AC/DC, 블랙 사바스, 아이언 메이든, 키스 같은 하드록/헤비메탈 전설들에게 헌정 앨범을 바친 아이스드 얼스(Iced Earth)의 2002년작 [Tribute to the Gods]를 떠올려보면 이해가 쉽겠다. 심지어 이 푸르고 섹시한 혓바닥(롤링 스톤스의 정통 로고)의 주인은 자신의 영웅들을 넘어 시카고 블루스라는 장르에 바친다는 점에서 그 헌정의 의미가 더 깊고 넓다. 구체적인 뮤지션과 구체적인 장르가 망라된 진심어린 헌정. 그야말로 최고의 트리뷰트 앨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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