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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대 Dec 24. 2016

기타 도사, 한국 온다

Joe Satriani 첫 내한공연


그는 외계인으로 불린다. 마블 코믹스 캐릭터 실버 서퍼(Silver Surfer)를 재킷에 쓴 [Surfing With The Alien]의 ‘Alien’이라는 단어와 시원한 민머리, 번쩍거리는 은빛 아이바네즈 기타 바디라는 [Crystal Planet]의 재킷 이미지 때문만은 아니다. 그가 외계인이라 불리는 이유는 지구인이라 하기엔 기타를 너무 잘 치기 때문이다. 지미 헨드릭스 사망 소식을 듣고 풋볼 선수를 그만 두며 잡은 기타를 그는 46년 동안 놓지 않았고 그렇게 쌓은 자신의 노하우를 여러 기타 키드들에게 나누어주었다. 기타 과학자 스티브 바이와 메탈리카의 커크 해밋, 헤비메탈과 재즈를 넘나드는 알렉스 스콜닉(테스타먼트)은 조의 유명한 제자들이다.


74년 쿨 재즈 기타리스트 빌리 바우어에게 기타를 배우기 시작한 조 새트리아니는 훌륭한 테크니션이면서 탁월한 멜로디 메이커다. 특정 악기를 연주하는 훌륭한 작곡자가 반드시 갖추어야 하는 두 특징은 그대로 조 새트리아니 기타의 두 장점이 되었다. 자신의 평생 우상인 지미 헨드릭스에서 시작해 이후 ‘세계 3대 기타리스트’라는 범주로 과대 표현되는 야드버즈 출신 3인방(지미 페이지, 제프 벡, 에릭 클랩튼), 퀸의 브라이언 메이, 딥 퍼플의 리치 블랙모어, 그리고 에디 밴 해일런에게 큰 영향을 준 앨런 홀스워스를 좋아한 그는 자신의 곡 ‘I Just Wanna Rock’처럼 기본적으로 록 기타, 그 중에서도 하드록 기타를 즐기고 거기에 레니 트리스타노 풍 재즈와 블루스를 덧입히는 퓨전 음악을 들려준다. 가령 헤비한 메인 기타 리프를 깔고 그 위를 종횡무진 누비는 멜로딕 즉흥 연주의 홍수는 그의 전매특허로 ‘Ice 9’이나 ‘Luminous Flesh Giants’는 그 좋은 예들이다.

조의 기타 테크닉에는 시원하고 정확한 얼터네이트 피킹과 빠르고 매끄러운 스윕 피킹을 바탕으로 몇 가지 자주 쓰는 패턴이 있다. 많은 기타 테크니션들의 우상인 앨런 홀스워스가 잘 쓰는 고난도 레가토 주법(둘 이상 음 사이가 끊어지지 않도록 부드럽게 이어서 연주하는 것)이 그 첫 번째로 새트리아니는 데뷔작의 ‘Not of This Earth’부터 근작의 ‘If There is No Heaven’까지 손가락으로 눌러 찍는 해머 온(Hammer-On)과 누른 것을 뜯어내는 풀링 오프(Pulling Off), 그리고 피크와 손가락을 번갈아 쓰는 투 핸드 및 아르페지오 태핑을 통한 이 주법을 자신의 연주 방식에 끊임없이 대입, 응용해왔다.


레가토와 더불어 조 새트리아니 기타 연주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주법이 바로 와미 바(Whammy Bar) 테크닉이다. 음에 과장을 주어 음을 왜곡하는 아밍(Arming)에 비해 아예 음을 비명처럼 만들어버리는 이 주법은 ‘Cool #9’을 비롯 그의 곡 곳곳에서 쉼표와 전환 역할을 하며 곡들을 살아 숨 쉬게 한다. 이는 얼티미트 옥타브(Ultimate Octave) 페달에서 뽑아낸 새트리아니표 디지털 톤과 맞먹는 존재감이라 할 수 있다. 그 외 ‘Butterfly and Zebra’에서 들려준 볼륨 스웰(Volume Swell) 주법, 앨범 [The Extremist]의 ‘Summer Song’에서 날카롭게 쪼개는 피킹 하모닉스도 조의 연주에서 자주 들을 수 있는 주요 주법들이다. 물론 기계적인 주법이 음악의 전부를 대신할 순 없는 것이어서 자신을 기타리스트 길로 인도한 지미 헨드릭스 스타일은 ‘God is Crying’ 같은 곡에서 간접으로 들을 수 있다.

그리고 멜로디. 조 새트리아니를 좋아하고 존경하는 기타리스트 강인오는 언젠가 글쓴이와 인터뷰에서 새트리아니가 대단한 이유를 독창성과 실험성, 연주력 그리고 멜로디라 말한 바 있다. 그의 말대로라면 멜로디는 작곡력 이전에 표현력의 바탕이었고 결국 조 새트리아니는 자신의 음악으로 자신을 매우 잘 표현하는 기타리스트라는 얘기였다. ‘Friends’를 들으며 옛 친구를 떠올릴 수 있는 것도, ‘Always With Me Always With You’에서 사랑하는 사람이 생각나는 것도, ‘If I Could Fly’를 들으며 희망을 되새겨보는 일도, ‘10 Words’에서 위안을 얻게 되는 것도 다 그런 표현력이 바탕 되었기에 가능했을 느낌들이다. 테크닉과 멜로디를 모두 잡는 일은 정말 쉬운 일이 아닌데 조 새트리아니는 타고난 재능과 노력으로 그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다. 세상은 그래서 그를 기타의 거장(Virutuoso)이라 부른다.


2017년 2월10일. 그런 ‘외계인 기타리스트’ 조 새트리아니가 예스24 라이브홀에서 역사적인 첫 내한공연을 갖는다. 한국 나이로 올해 정확히 환갑을 맞아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더 늦기 전에 내한하는 것이라고 달리 생각해보면 그마저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날 글쓴이도 그 자리에 있을 것이다. 지구상 마지막 분단국가의 수도에서 우주로 떠나는 기타 연주를 부디 더 많은 이들과 함께 즐길 수 있길 바란다. 근작 [Shockwave Supernova]를 들어보았는가. 그에게 나이 60살은 사실 아무 일도 아닌 것이다. 




Not Of This Earth (1986)

조 새트리아니의 공식 데뷔작. 그는 이 앨범을 전문 기타리스트들 뿐 아니라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앨범이 되길 바랐다. 투 핸드 태핑으로만 요리한 ‘The Headless Horseman’ 같은 곡은 조의 말처럼 사람들이 이 앨범을 “되돌아보고, 입을 쩍 벌리”게 만들 만한 이유였다. 내한공연에선 첫 곡 ‘Not of This Earth’가 연주될 확률이 높다.


Surfing With The Alien (1987)

올뮤직으로부터 “80년대 중반 슈레드(Shred) 기타의 영광을 망라한 작품”이라는 극찬을 들은 조 새트리아니의 상징 같은 앨범으로 일렉트릭 록 기타를 지향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카피해봐야 하는 작품이다. 특히 1번부터 5번 트랙이 진국인데 발라드 연주곡 ‘Always with Me, Always with You’와 ‘Satch Boogie’는 내한공연에서도 웬만하면 들을 수 있을 것이다. 타이틀 트랙 ‘Surfing with the Alien’은 앵콜에서 만날 가능성이 높다.


Flying In A Blue Dream (1989)

새트리아니가 앨범 녹음 중에 세상을 등진 부친에게서 강하게 영감 받은 작품이다. 질주하는 하드록 넘버 ‘One Big Rush’는 카메론 크로우 감독의 <금지된 사랑(Say Anything…)>에 삽입되어 따로 인기를 얻었고 명곡 ‘Flying in a Blue Dream’은 라이브에서 반드시 연주되는 레퍼토리 중 하나이다.


The Extremist (1992)

빌보드 앨범 차트 22위까지 찍으며 상업적으로 가장 성공한 작품이다. ‘Friends’와 ‘Cryin’’, ‘The Extremist’가 히트했고 조는 이 앨범을 낸 이듬해 딥 퍼플의 일본 투어에서 리치 블랙모어 대신 기타를 잡기도 했는데 풀타임 멤버로 들어와 달라는 딥 퍼플 측의 제안을 거절, 새트리아니는 소니와 솔로로서 계약 했다. 그가 거절한 딥 퍼플의 공백에는 또 다른 명 기타리스트 스티브 모스가 들어가게 된다.


Time Machine (1993)

98년 라이브 디스크 한 장을 더한 더블 패키지로 재발매된 [Time Machine]은 평단의 칭찬은 받았지만 팬들로부터는 깊게 파고들만한 매력을 전하지 못했다. 고독한 ‘All Alone’이 그나마 빌보드 메인스트림 록 차트에서 21위로 선전했고 밝고 흥겨운 ‘Speed of Light’는 그래미어워드 베스트 락 인스트루멘틀 퍼포먼스 부문에 노미네이트 되는 나름 성과를 올렸다.


Joe Satriani (1995)

새트리아니 자신의 이름을 건 본작은 각종 이펙터와 오버더빙에 기대 빠르고 화려했던 기존 스타일에서 한 발 물러나 고즈넉한 블루스 향을 덧입힌 작품으로 프로듀싱은 레드 제플린, 후, 롤링 스톤즈와 작업한 글린 존스가 맡았다. 인기 라이브 레퍼토리 ‘Cool #9’와 ‘Luminous Flesh Giants’가 수록돼 있으며 5번 트랙 ‘S.M.F.’는 ‘Sick Mother F**ker’를 뜻하는 것이다. ‘Look My Way’에서 드러머 그렉 비소넷이 퍼쿠션을, 포플레이의 네이선 이스트는 단 3곡을 뺀 모든 곡에서 베이스를 연주했다.


G3: Live In Concert (1997)

재즈계의 G3(알 디 메올라, 존 맥러플린, 고 파코 데 루시아)가 아닌 록계의 G3는 조 새트리아니가 자신의 제자 스티브 바이와 함께 만들었다. 이 앨범은 에릭 존슨과 함께 한 96년 라이브 실황 음원을 담은 것으로 이후 잉위 맘스틴, 존 페트루치, 로버트 프립, 앤디 티몬스, 울리 존 로스, 마이클 쉥커, 애드리안 렉, 폴 길버트, 스티브 모스, 스티브 루카서 같은 쟁쟁한 기타리스트들이 기꺼이 이 프로젝트에 합류했다.


Crystal Planet (1998)

인기곡 ‘Crystal Planet’이 수록된 새트리아니의 일곱 번째 정규작. 그는 이 앨범에서 처음으로 아이바네즈 유니버스(Ibanez Universe)라 이름 붙인 7현 기타를 썼다. 싱글 ‘Ceremony’가 빌보드 메인 스트림 락 차트 28위까지 오르며 선전했고 ‘A Train of Angels’는 99년 그래미어워드의 부름을 받았다. 올뮤직은 이 앨범을 [Surfing With the Alien] 이후 가장 뛰어난 새트리아니의 인스트루멘틀 성과라고 칭찬했다. 


Engines Of Creation (2000)

유니크하고 직선적이었던 락 인스트루멘틀 스타일에서 살짝 방향을 틀어 일렉트로닉과 테크노를 가미한 실험적인 작품. 새트리아니는 스스로도 완벽한 테크노라며 이 앨범을 정의 내렸다. 신시사이저와 컴퓨터 소프트웨어를 통한 디지털 방식으로 녹음된 본작을 평론가 스티브 휴이는 조 새트리아니의 재충전, 새로운 상상이라고 평가했다.


Strange Beautiful Music (2002)

조 새트리아니가 소유한 출판사 이름을 앨범 타이틀로 썼다. 그에게 12번째 그래미어워드 베스트 락 인스트루멘틀 퍼포먼스 부문 노미네이션을 안긴 싱글 ‘Starry Night’와 60년대 형제 로큰롤 듀오 산토 앤 조니(Santo & Johnny)의 ‘Sleep Walk’ 등이 수록되었다. 특히 ‘Sleep Walk’에는 킹 크림슨의 로버트 프립이 자신만의 테잎 루핑 테크닉인 프리퍼트로닉스(Frippertronics)를 실어 따로 가치를 지닌다. 


Is There Love In Space? (2004)

조 새트리아니가 프로듀싱을 홀로 해낸 10번째 작품. 수록곡 ‘Lifestyle’과 ‘I Like the Rain’에서 오랜만에 그의 노래를 들을 수 있다. 이는 95년 셀프 타이틀 앨범 이후 처음이다. 새트리아니는 이 앨범이 발매되고 4년이 지난 2008년 12월, 콜드플레이의 ‘Viva la Vida’가 ‘If I Could Fly’를 표절한 것이라고 고소했지만 캘리포니아 연방 지방 법원은 그의 주장을 기각했다.


Super Colossal (2006)

조 새트리아니의 중후반 대표작으로 거대한 타이틀 넘버 ‘Super Colossal’과 깔끔한 훵키 트랙 ‘Just Like Lightnin'’, 반반한 멜로디를 지닌 ‘Ten Words’ 등이 수록되어 있다. 혹자는 ‘It's So Good’을 듣고 새트리아니의 89년작 [Flying in a Blue Dream]과 스티브 바이의 90년작 [Passion and Warfare]를 언급했다. 스튜디오와 라이브를 오가며 조와 오랜 기간 함께 해온 드러머 제프 캠피텔리가 건재한 가운데 6~9번 트랙까지는 명 세션 드러머 사이먼 필립스가 스틱을 쥐었다. 마지막 곡 ‘Crowd Chant’의 엔딩 테마는 19세기 프랑스 작곡가 가브리엘 포레의 ‘파반느 올림 바(F) 단조 Op.50’에서 영감 받은 것이다. 


Professor Satchafunkilus And The Musterion Of Rock (2008)

수다쟁이를 뜻하는 새트리아니의 별명 ‘Satch’의 오마주 ‘Satchafunkilus’와 그레코 성경에 나오는 ‘Musterion(비밀, 신비라는 뜻)’을 앨범 타이틀로 쓴 통산 열두 번째 정규작. 자신이 휴가를 보내고 있던 네바다 주 레이크 타호(Lake Tahoe)에서 만난 눈보라에 영감 받아 쓴 ‘Come on Baby’를 뺀 모든 곡을 2007년에 썼다. ‘Revelation’은 절친 기타리스트 스티브 모스의 부친 사망이 계기가 된 곡인데 조는 여기서 실제 스티브 모스 같은 연주를 들려주고 있으며 ‘I Just Wanna Rock’은 [Super Colossal] 수록곡 ‘One Robot's Dream’과 로봇의 인간적인 면이라는 같은 주제를 공유하고 있다. [Is There Love in Space?]에서 베이스를 연주했던 조의 아들 지지 새트리아니(ZZ Satriani)는 이 앨범에서 색소폰을 불었다.


Chickenfoot (2009)

하드록을 사랑하는 기타리스트 조 새트리아니는 2009년 밴 헤일런의 전 멤버 새미 헤이거(보컬)와 마이클 앤소니(베이스), 그리고 훵크 록 밴드 레드 핫 칠리 페퍼스의 채드 스미스(드럼)와 함께 치킨풋이라는 하드록 밴드를 결성, 첫 앨범을 발매했다. 하지만 호화 라인업에 비해 결과물은 썩 만족스럽지 못했던 듯 치킨풋 데뷔작을 향한 평단과 팬들의 입장은 범작이라는 비슷한 의견에 머물렀다. 치킨풋은 2년 뒤 두 번째 앨범 [Chickenfoot III]까지 냈지만 이후 5년 동안 소식이 없는 상태이다. 이유는 물론 멤버들이 모두 바쁜 탓이다.


Black Swans And Wormhole Wizards (2010)  

부지런한 조 새트리아니는 솔로로 치면 2년 만, 치킨풋에서 따지면 1년 만에 다시 11곡을 담은 새 앨범을 내놓는다. 언제나 새트리아니의 음악 행보를 주시하고 있는 올뮤직의 대표 필자 토마스 얼와인(Stephen Thomas Erlewine)은 위대한 기타리스트의 성숙한 결과물이라고 본작을 총평한 뒤 “순수 프로그레시브 기타, 꽉 찬 부기(Boogie), SF 신시사이저, 이국적 향취, 그리고 전력을 다하는 오버 드라이브 속 페이저(Phasers)와 플렌저(Flangers)의 향연”이라는 주석을 달았다. 빌보드 앨범 차트 45위까지 올랐다.


Unstoppable Momentum (2013)

오랜 기간 이 기타 영웅의 앨범들을 다듬어 온 마이크 프레이저(프로듀서, 엔지니어)가 새트리아니와 함께 프로듀싱한 통산 14집. 쉰일곱 나이에도 뜨거운 기타 릭들을 폭포처럼 쏟아내고 있는 이 앨범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역시 라인업인데 프랭크 자파와 함께 한 멀티 연주자 마이크 케닐리(키보드), 제인스 애딕션의 베이시스트 크리스 채니, 그리고 재즈와 록을 쉼 없이 오가며 완벽한 드럼 라인을 뽑아내는 비니 콜라유타가 새트리아니의 음악 세계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주었다.


Shockwave Supernova (2015)

‘회춘’이라 부르고 싶을 정도로 잘 빠진 앨범이다. [Super Colossal] 이후 조금씩 내리막길을 걷는 듯 보였던 조 새트리아니의 음악 심줄에 다시 불끈 힘을 불어넣어 준 것은 프로그레시브 락을 하는 수퍼 밴드 아리스토크랫츠(The Aristocrats)의 두 멤버 브라이언 벨러(베이스)와 마르코 민네만(드럼)의 가세였다. 물론 전작을 빛낸 비니 콜라유타와 크리스 채니도 자신들의 이름에 흠집을 내지 않기 위해 몇몇 곡에서 따로 음악 감각을 불태웠다. 대중문화 웹진 [팝매터스] 필자 제드 뷰도인은 “새트리아니(Satch)의 가장 기억할 만한 모험”이라며 이 음반을 반겼다.


* 이 글은 국내최초 MQS 전문서비스, 음악을 듣는 새로운 기준 groovers+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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