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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대 Dec 28. 2016

Jeff Beck 인터뷰

‘기타의 신’ 제프 벡이 돌아왔다. 11번째 솔로 앨범. 조금은 정치적인 그러면서도 휴머니즘을 듬뿍 머금은 이번 앨범의 투어 일정에 다음달 22일 한국도 포함됐다. 지난 내한공연 때 노란리본을 가슴에 달고 한국 팬들과 함께 울어준 그가 이번엔 국정농단의 늪에 빠진 대한민국의 서글픈 시국 그 한복판에 서는 것이다. 세계의 불안과 분노를 반영한 앨범을 들고 한국인들의 불안과 분노를 마주하게 될 이 기막힌 사연. 그를 만나 심경을 물었다. 


김성대(이하 '김') 11번째 솔로 앨범 발매를 축하한다. 나는 앨범 중 ‘Scared for the Children’ 을 인상 깊게 들었는데 언뜻 ‘Cause We’ve Ended as Lovers’가 떠오르기도 했다. 어떤 곡인지 설명 부탁한다.

Jeff Beck(이하 ‘J’) 본즈(Bones)의 멤버 로지와 함께 작업하고 그가 보컬을 맡았다. 순수함의 시대가 끝난 것에 대해 곡을 썼다. 알다시피 요즘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안 좋은 일들에 대한 나의 심정이 담긴 앨범이다. 요즘 아이들이 말도 안되는 TV를 보며 세뇌되고 진실이 흐려지는 모습에 대한 나의 코멘트라고 보면 될 것 같다.



김 보컬을 맡은 로지 본즈에 대해 간단히 소개 부탁드린다. 어떤 점이 마음에 들었는지 등에 대한.

본즈는 굉장히 신선하고 창의적인 음악을 한다. 특히 라이브 공연에서 그 매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로지는 에너지가 넘치고 그런 그녀의 음악은 물론 공연을 보는 이들은 그 매력에 빠져들 수 밖에 없다.



 이번 앨범은 음악적인 면(장르, 연주, 사운드 등) 에서 어디에 중점을 두었나?

J 이번에는 기타 리사이틀처럼 풀어내기 보다는 합주자로서 참여해보고 싶었다. 물론 기타로만 이끌고 나가는 건 내게 큰 만족감을 가져다주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내가 진정으로 기타 연주자로서 가장 즐기는 ‘보컬을 동반하는 기타 연주’를 선보이고 싶었다. 이번 앨범은 내가 그 모습을 선보일 수 있도록 도와줬다. 좀 더 부드러운 곡들에서는 잔잔하게 흐름을 따라가고 무거운 곡에서는 미친듯이 연주하고. 보컬을 따라가는 모습은 마치 테니스 매치와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된다.



 늘 그랬겠지만, 이번 앨범도 100 % 만족하진 못할 것 같은데, 아쉬운 점은 없나?

J 사실 녹음을 할 때 나는 내 음악을 잘 듣지 않는다. 왜냐면 작업이 다 끝났을 때 더 잘할 수 있었는데, 또는 내가 생각한 만큼 잘 나오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늘 음반작업은 아쉬운 부분이 있는 것 같다.

 근래 투어 셋리스트에 ‘Lonnie on the Move’ 가 보이는데 이는 지난 4월 세상을 떠난 로니 맥(Lonnie Mack)을 추모하기 위한 것인가? 로니 맥은 당신에게 어떤 존재 였나?

J 로니 맥은 나에게 굉장히 큰 영감을 준 인물이다. 그는 나를 비롯한 많은 기타리스트에게 영향을 끼친 대단한 뮤지션이다.



  한국 팬들은 지난 내한공연 때 가슴에 달아준 노란리본을 잊지 못한다. 사회적 느낌이 드는 이번 앨범 투어에서 한국을 찾는 시점이 마침 또 절망적인 정치 시국과 맞아 떨어지게 되었다. 근래 한국의 대규모 촛불시위에 대하여 혹 알고 있는가.

J [LOUD HAILER] 를 통해 요즘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끔찍한 사건들에 대해 내 생각을 전달하고 싶었다. 집회에 나가 큰 소리를 내는 도구를 사용해서 내 생각을 전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이미지가 마음에 들었다. 한국의 정치적 상황과 우연히 맞아떨어지는 것 같은데 나의 음악이 여러 사람들에게 위로와 힘이 되었으면 좋겠다.

 내친김에 예술가들, 특히 뮤지션들의 정치 사회적 참여에 대한 당신의 생각을 듣고 싶다. 한국에선 최근 대중음악을 하는 사람들이 사회 정치 현상에 무심해선 안 된다는 여론 정서가 있기도 하다.

J 사실 나도 이 앨범을 내기 전에는 그닥 정치적인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비극적인 9/11 사건과 그 이후 일어난 사건들 그리고 아직 해명이 되지 않은 부분들 등에 대해 생각하고 알아보고 있었는데, 누군가는 이 비극적인 사건에서 희망의 메세지를 전파해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데이빗 보위(David Bowie)에게 많은 영감을 받았다. 그의 ‘Where Are We Now?’를 들었을 때 큰 감명을 받았다. 지금 우리에게 일어나고 있는 많은 일들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곡이었다. 그래서 표현력이 풍부한 본즈의 두 멤버들을 만나 내가 묻고 싶은 것들과 세상에 외치고 싶은 것들을 구체적인 가사로 표현할 수 있어서 좋았다.



 이번에 ‘You Know You Know’를 당신이 연주할 줄은 아직 모르겠지만, 기타리스트 존 맥러플린(John McLaughlin)에 대한 당신의 평가 또는 느낌을 듣고 싶다.

J 나의 인생에는 도전을 해볼 기회가 많이 주어졌었다. 그래서 많고 많은 도전을 해봤고 그게 항상 소중한 기회가 된 것 같다. 왜냐하면 그걸 통해 언제나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존 맥러플린 같은 소중한 사람들을 만났으니까. 여러 사람들에게는 주어지지 않는 행운이었다.

 셋리스트를 보면 커버곡이 거의 절반을 차지하는데 이유가 있나? 팬들은 당신의 오리지널 곡들을 더 듣고 싶어 할 것 같은데 말이다. 예를 들면 [Wired] 수록곡들 같은.

J 새로 앨범을 냈으니 신곡을 더 선보이게 될 것 같다. 평소 셋리스트에 다양성을 두려고 노력한다.

 대부분의 연주자들이 그렇겠지만 스튜디오 연주와 라이브 공연 때 임하는 자세 또는 느낌이 분명 다를 것 같다. 어떤가?

J 사실 스튜디오 연주는 녹음 중에 잘 듣지 않는다. 왜냐면 늘 아쉬운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라이브 공연 때까지 연주하지도 듣지도 않을 때도 많다. 라이브에서는 관객 분위기 등 여러 요소들이 작용하니까 더 즐길 수 있는 것 같다.



 한국 무대에 같이 설 멤버들을 간단히 소개해 달라

J 나와 투어를 도는 밴드의 보컬 지미 홀(Jimmy Hall), 드러머 조나단 조셉(Johnathan Joseph), 베이스 론다 스미스(Rhonda Smith), 그리고 밴드 본즈의 멤버들 로지 본즈와 카르멘 반덴버그(Carmen Vandenberg)가 함께할 예정이다.

 마지막 질문이다. 일본과 한국에선 당신을 포함해 지미 페이지(Jimmy Page), 에릭 클랩튼(Eric Clapton) 같은 야드버즈(Yardbirds) 출신 기타리스트 세 명을 일컬어 “세계 3대 기타리스트”라고 부른다. 나는 이를 굉장히 편협한 구분 방식이라고 보는데 당신의 생각을 듣고 싶다. 물론 기분은 좋겠지만 ^^

J 감사하고 부담스러운 수식어다. 사실 히트곡 하나 없지만 히트곡 없이도 이 업계에 이렇게 오래 있을 수 있다는 건 절대 무시 못할 일이기도 하다. 그리고 히트곡에 연연했다면 이미 오래전에 미쳐버렸을 수도 있다.  


글, 인터뷰질문작성/김성대 번역/프라이빗커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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