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박정희라는 사람이 18년 동안 집권했던 당시 상황을 겪어보진 못했다. 그래서 나 역시도 보수세력들이 열심히 준비해 둔 박정희 찬양 교육을 어쩔 수 없이 받은 세대이다.
하지만 역사는 그것이 왜곡되거나 미화되는 순간 역사로서 가치와 품격이 절하되는 것임을 떠올려 볼 때 많은 이들이 박정희라는 인물에 대해 가지고 있는 막연한 동경 또는 존경심 같은 것도 결국 교육 과정의 한계에서 왔다는 걸 잊어선 안될 것 같다.
즉, 박정희는 21세기의 풍요로움을 가져다 준 영웅이기 전에 이 땅에 민주주의와 인권 존중의 가치가 뿌리내리지 못하도록 철저히 탄압한 독재자였음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은 박정희가 민족주의자인지 아닌지에 대한 논의 자체가 답이 없는 가설임을 환기시키고 대한민국의 근대화를 이끈 정권의 수장임은 인정하되 그 내막의 오류는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음에 그를 '반동적 근대주의자'로 규정하며 시작하고 있다.
그리고 사람들이 흔히 알고있는 경제개발5개년계획과 새마을운동을 통한 경제발전의 치적을 박정희 한 사람에게 돌린다는 것은 엄연한 역사의 왜곡이라 단언한다. 즉 그것은 70년대 노동자들의 피땀과 미국이라는 경제대국의 지원과 간섭 없이는 이루어질 수 없었던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는 데 무게를 더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이순신을 신격화하고 세종대왕의 황금시대를 국민에게 각인시켰던 박정희의 전통문화복원정책은 그 근본 취지가 이미 자신의 군사주의와 권위주의, 집권 연장의 야욕을 바탕으로 하고 있었기에 (그 문화사의 업적에도 불구하고) 높은 점수를 줄 순 없다는 것이 저자의 입장이다.
요컨대 이 책은 대한민국 현대사의 큰 축이었던 박정희라는 인물에 대한 객관적인 분석을 통해 감상적이고 맹신적인 추종이 아닌 진실을 향한 비판적 역사 성찰로써 왜곡되고 편향된 시각을 바로잡아보자는 데 뜻을 두고 있다. 나 역시 작자의 그러한 의도에 매수되었음을 끝으로 밝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