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낳은 스무살 천재 드러머
음악과 별다른 인연이 없던 부모님이었지만 가와구치 센리가 드럼에 맛을 들이기 시작한 건 기계에 관심이 많은 아버지가 딸 장난감 하라고 사온 야마하 전자드럼 DTXPress2 때문이었다. 그렇게 가와구치는 부친의 의도하지 않은 조기 교육에 힘입어 5살 때부터 드럼을 시작, 8살 때엔 손발 빠르기로 유명한 차게 앤 아스카의 정규 드러머 스가누마 코조로부터 본격 사사를 받는다.
타악기 전문지 <Rhythm & Drum>이 주최한 제9회 드럼 콘테스트에서 감투상, 이듬해 10회 대회에선 준 그랑프리를 수상하며 가와구치는 일찌감치 드럼 명인 반열에 올랐다. 이어 스가누마가 멤버로 있는 기타리스트 야보리 코이치의 유닛 프레질(Fragile)에 세션으로 참가한 DVD [Horoscope] 발매 뒤 가와구치는 "낭창한 감성을 표현할 수 있는 수준에 이미 이르렀다"는 평가를 받아 어린 나이를 둘러싼 세간의 입방아에 살며시 종지부를 찍었다.
이 평가는 세계적인 드러머 사이트 <드러머월드(drummerworld.com)> 선정 세계 톱500 드러머에 가와구치가 입성하는 결과로 이어졌고 그는 자국의 대선배 아키라 짐보에 이어 아시아에서 두 번째이자 여성 드러머로서는 아시아 최초로 오마 하킴, 비니 콜라유타 같은 베테랑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Cider ~Hard & Sweet~]는 누가 봐도 천재 드러머인 가와구치 센리의 세 번째 앨범이면서 메이저 데뷔작으로 스가누마로부터 물려 받은 속도와 변칙 플레이('Wupatki'), 곡 흐름을 읽을 줄 아는 감성('Longing Skyline'), 재즈 퓨전 드러머가 반드시 지녀야 하는 푹신한 비트 감각('Am Stram Gram')을 동시에 뽐내고 있는 작품이다. 즉흥과 인터플레이 연주의 홍수 속에서 헤엄치고 싶은 사람이라면 꼭 들어보길 바란다. 레이지 어겐스트 더 머신의 톰 모렐로가 가와구치를 일컬어 "내가 본 드러머 중 최고"라 극찬 한 사실, 그리고 한국 인구 4/5에 이르는 유튜브 조회수(3,700만회)만 보더라도 약관 천재 드러머의 실력 감상을 권할 이유는 충분해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