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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대 Jan 20. 2017

룩 앤 리슨 - Look and Listen

귀엽고 당당한 펑크

룩 앤 리슨의 말처럼 펑크라는 장르는 일단 꾸밈이 없고 단순한 코드로도 충분히 아티스트가 가진 생각, 처한 입장을 표현할 수 있다는 데서 매력을 갖는다. 이들의 4년 만이자 두 번째 작품인 [Look And Listen]은 그래서 두 말이 필요없는 순도 100% 펑크 앨범이다. 


레퍼런스를 몇 언급해보자면 정민(기타/보컬)과 미숙(베이스/보컬)의 발랄한 트윈 보컬은 일본의 쇼넨 나이프를 떠올리게 하고 'F**K Up' 같은 곡에서는 어쩔 수 없이 레이몬즈나 클래쉬 같은 오랜 펑크 영웅들을 추억하게 된다. 이것은 결국 하이브스 풍 개러지 펑크의 박력('fff')과 바셀린즈 식 팝 멜로디('Time to Go')의 황금비율 즉, 네오 펑크와 올드 펑크의 싱그러운 조화라 아니할 수 없겠다.



4년이 흘러서일까. 이들은 이기 팝 같았던 '19'의 저돌성에서 한 발 물러나 알바와 비정규직에 허덕이는 20~30대 사회인들의 노곤함을 전하고 위로하는데 좀 더 신경을 쓴 눈치다. 가령 아파야 청춘이라는 기성세대의 개똥철학이 제아무리 상황을 미화시켜도 어차피 굴러가는 일상은 '9 to 6'에 열정 페이이므로, 대책없이 미래를 걱정하고 대비하라는 '꼰대'들의 어줍잖은 가르침 따윈 듣지 않겠다(‘I Don’t Hear You’)는 얘기다. 룩 앤 리슨의 두 여성 멤버가 과거 알바 수당으로 장난 친 점주와 퇴직금 없이 해고하려 든 회사를 만났던 비슷한 기억을 공유한 끝에 이런 곡들이 나왔다. '50'의 가사처럼 지금 이 나라는 오늘과 내일만 살기에도 벅찬 세상인 것이다.



'Fight Back'. 세상을 바꾸려거든 세상과 부딪쳐 싸우라는 이 곡의 메시지는 그래서 중요하다. 70년대 영국 젊은 노동자들의 외침(Oi!)이 2017년 한국 젊은 노동자들의 서브 컬쳐가 되는 순간이 룩 앤 리슨의 음악에는 있다. 때문에 이 수줍게 당당한 펑크 트리오는 정의와 평화를 위한 혼돈을 어느 정도 지지하는 듯 보인다. 멀고 막연하지만 가까이 두고 싶은, 세상이 혁명이라 부르는 바로 그것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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