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earch for Everything: Wave One
2000년대 에릭 클랩튼(Slow Hand Jr.)으로 불리는 존 메이어의 새 EP다. 6집 [Paradise Valley] 이후 햇수로 4년만에 돌아오면서 풀렝스가 아닌 EP를 낸 이유는 다름 아닌 마케팅 전략. 여기에 담긴 4곡은 머지않아 발매될 일곱 번째 작품 [The Search for Everything]에도 그대로 수록된다. 국내 음악팬들에겐 익숙할, 매월 4곡씩 발표하겠다는 이 윤종신적 홍보 방법은 아마도 팬들을 너무 오래 기다리게 했다 느낀 존 메이어가 자신의 미안한 심경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발표 후 3집 [Continuum]과 적극 비교되고 있는 이 새로운 음원집은 메이어의 일곱 번째 앨범이 팝, 소울 기운을 흠뻑 머금은 블루스 기타 앨범이 될 것임을 간접으로 하지만 분명히 들려주고 있다. 'Moving On and Getting Over'의 투명한 톤, 'Love on the Weekend'가 간직한 따뜻한 비트는 확실히 'Gravity'가 대표하는 젊은 블루스 영웅의 전성기에 바짝 다가서 있다. 이글스의 'Wasted Time', 건스 앤 로지스의 'Patience'를 더한 곳에 크리스 마틴식 목소리를 심은 마지막 트랙 'You're Gonna Live Forever in Me' 역시 개인의 사색과 달달한 로맨틱 사운드가 존 메이어 7집 앨범의 심장이 되리라는 걸 천천히 들려준다.
존 메이어 음악은 스티비 레이 본을 듣고 발을 담근 텍사스 모던 블루스의 거친 질감에 낭만의 대패질을 가한 청춘의 팝 블루스다. 세간이 손가락질 해온 그의 여성 편력마저도 이 음악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했을 것 같은 확신이 들 정도로 해당 음악은 여유롭고 또 자유롭다. 예컨대 2분5초부터 낭창한 벤딩을 먹이는 'Changing'의 기타 솔로를 들어보자. 키스 리차즈의 [Talk is Cheap]에 참여했던 스티브 조단(드럼)의 솜사탕 같은 고스트 노트, 디 안젤로의 근작 [Black Messiah]에서 베이스를 주무른 피노 팔라디노의 연주를 박차고 날아오르는 이 섬세한 블루스 릭은 과연 팬들과 평단이 존 메이어를 사랑한 이유, 그에게 기대하는 스타일일 것이다.
이로써 'Wave One'이라는 EP의 전제는 정규작이 아니라는 실망보다 'Wave Two'에 대한 기대감으로 이어질 확률이 더 높아졌다. 그만큼 수록된 4곡이 모두 빼어나기 때문이다. 존의 작곡력은 이미 물이 올랐고 연주와 노래에 대한 자신감은 그의 잘 생긴 이목구비 마냥 뚜렷하다. 해오던 것만 반복하지 않겠다며 새 앨범에서 강렬한 한 방을 약속한 존 메이어. [Continuum]을 닮은 7번째 작품이 [Continuum]을 배신할 가능성도 있다는 사실은 그래서 더 흥미롭고 흥분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