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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대 Feb 13. 2017

재즈 스캣의 제왕, 영원히 잠들다

알 재로 별세

생전 그래미상을 받고 기뻐하는 알 재로.

노래를 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진성과 가성, 음색과 바이브레이션, 울음과 웃음 사이 감정 표현, 시를 음에 싣는 행위, 아니 차라리 성대 그 자체를 악기로 볼 수도 있다. 노래는 그 모든 것들이거나 그것들 중 하나 이상을 소환해 타인에게 펼쳐 보이는 것이다.

몸을 깨우고 몸을 열어 다시 다른 사람의 몸 안으로 녹아드는 것. 그것이 노래이다. 노래는 추상적이지 않고 구체적이며 이상보다는 물질에 가깝다. 노래는 오장육부에서 나온다. 몸을 태워야만 노래는 비로소 산화해 듣는 이의 가슴에 정착한다.노래는 쉬운 일이 아니다. 노래는 감정의 희생이며 감성의 앙금이다.


알 재로. 그는 내가 노래를 물질로 느끼게 한 첫 번째이자 거의 유일했던 사람이다. 스캣(scat)의 일인자였던 그는 무형의 노래를 유형의 도자기처럼 빚어낼 줄 알았다. 발성과 음 하나에도 혼신을 쏟아 붓는 ‘spain’ 라이브 영상이나 76년 독일에서 녹화된 데이브 브루벡, 폴 데스몬드의 고전 ‘take five’를 기가 막힌 스캣으로 요리하는 알 재로의 모습을 보면 그 ‘물질의 보컬’이 무엇인지 대략이나마 알 수 있다.

알 재로는 재즈 보컬이지만 그는 당대의 팝 보컬이기도 했다. 플래티넘(판매고 100만장 이상)을 찍은 재로의 성공작 ‘Breakin' Away’(1981)의 ‘We're in This Love Together’와 알앤비, 훵크 비트를 함께 거느린 크로스오버 재즈 앨범‘Jarreau’(1983)의 첫 트랙 ‘Mornin'’은 그 대표곡들이다. 특히 조지 듀크와 데이비드 포스터, 토토의 멤버들(스티브 루카서, 제프 포카로), 그리고 드러머 스티브 갯이 총출동한 ‘Breakin' Away’는 독일에서 신인상을 받은 데뷔작 ‘We Got By’,조지 벤슨과 환상적인 보컬 조합을 들려준 듀엣 앨범 ‘Givin' It Up’과 더불어 반드시 들어봐야 할 그의 대표작으로, 비교적 덜 상업적인 재즈와 상업성을 전면에 내건 팝이라는 만만치 않은 장르 재료를 보컬이라는 제조기에 넣어 어떻게 가공해내는지를 제대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재로도 영원할 순 없었다. 현지 시각으로 어제(2월12일) 재즈 스캣 싱어의 대명사인 그가 향년 76세로 세상을 떠나고 만 것이다. 아무래도 7년 전 프랑스 투어 때 입원이 발단이 된 것 같은데 급기야 이달 초 재로는 더 이상 투어를 돌지 않겠다고 밝혔다. 은퇴 발표는 결국 고인 별세의 예고가 된 셈이다.

1940년 3월12일 미국 위스콘신 밀워키에서 태어나 목사였던 부친의 영향으로 일찌감치 가스펠과 알앤비에 눈 떴던 알 재로. 그는 심리 카운슬러라는 과거 이력을 음악으로 펼치려 한 것인지 언제나 음악 그 자체보다 사람을 치유하고 위로하는 것을 지상 목표로 삼았던 싱어였다. 병상에서 마지막까지 한 간호사를 위해 자신의 출세를 도운 80년대 인기 미국 드라마 주제가 ‘Moonlighting’을 들려준 일은 그래서 더 뭉클하게 다가온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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