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성대 Feb 13. 2017

Kreator [Gods of Violence]


소돔, 디스트럭션, 탱카드(Tankard)와 더불어 독일 스래쉬 메탈 신을 대표하는 밴드 크리에이터가 전작 ‘Phantom Antichrist’ 이후 5년 만에 돌아왔다. 타이틀은 2001년작 ‘Violent Revolution’과 2005년작 ‘Enemy of God’을 합친 듯한 ‘Gods of Violence’. 스래쉬 메탈이라는 장르가 가진 파괴와 분노의 열기는 믿기 힘들 만큼 이번 앨범에서도 여전하다.

밴드 라인업은 ‘Violent Revolution’부터 16년간 이어져온 4인조 그대로다. 크리에이터(Kreator)의 창조주(Creator) 밀레 페트로자(보컬/기타), 페트로자의 단짝 새미 일리-시르니오(Sami Yli-Sirnio, 기타), 베이시스트 크리스찬 기슬러, 그리고 잔인한 그루브를 하염없이 쏟아내는 드러머 벤터(Ventor, 본명은 ‘Jurgen Reil’). 이들은 장엄한 성가대 소리를 입힌 ‘Apocalypticon’부터 아이언 메이든 식 갤로퍼 리듬을 탄 대곡 ‘Death Becomes My Light’로 작품 문을 닫을 때까지 한 순간의 방심이나 흐트러짐도 없는 순혈 스래쉬 메탈을 들려주고 있다.

실질적인 첫 곡 ‘World War Now’와 막판 선방을 책임지는 ‘Side by Side’는 ‘Pleasure to Kill’ 시절부터 써내려간 밴드의 80년대 전성기에도 하등 뒤지지 않는 에너지를 간직했고, ‘Satan is Real’과 ‘Hail to the Hordes’에선 슬레이어에 버금가는 미드 템포 헤비니스를 처절하게 선보인다. 벤터의 살벌한 블래스트 비트 위에 가슴 저미는 멜로디가 떠가는 ‘Totalitarian Terror’, 메탈리카의 ‘Fade to Black’을 닮은 아르페지오 인트로에 테클라 리(Tekla-Li Wadensten)의 하프 멜로디를 뿌린 타이틀 트랙 ‘Gods of Violence’, 시작 후 1분 안에 모든 분위기를 갈아엎는 ‘Army of Storms’ 등 이번 앨범에는 지난해 테스타먼트의 작품에 버금가는, 노련한 중년 메탈 밴드가 간간이 내놓곤 하는 마스터피스의 기운이 넘친다.



그리고 ‘Fallen Brother’. 신작에서 가장 대중적인 리프와 보컬 라인을 가진 이 곡은 페트로자가 사랑했던 헤비메탈/하드록 영웅들을 비롯 프린스와 레너드 코헨, 데이빗 보위 등 먼저 간 음악 천재들, 그리고 에일리언을 디자인 한 기거(H.R. Giger) 같은 예술가들까지 통째로 추억 또는 추모하는 넘버로 모터헤드의 레미로 시작해 레미로 끝나는 공식 뮤직비디오를 보면 총 23명 인물들 사진이 재로 변하는 모습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블랙 뮤직과 일렉트로닉이 대세인 시대에 산소 호흡기를 씌워도 모자랄 정통 스래쉬 메탈을 지금도 들려주는 크리에이터의 뚝심에 박수를 보내며. 하드록/헤비메탈 전문 웹사이트 올 어바웃 더 락(All About the Rock) 필자 프레이저 윌슨의 말처럼 스래쉬 메탈이 태어난 곳은 샌프란시스코 베이 에어리어이지만 그것의 완성은 정말 독일 에센(Essen, 밀레 페트로자의 고향)에서 이루어질 지도 모를 일이다. 크리에이터가 계속 이렇게만 나가준다면 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프로그레시브 록계의 큰 별이 지다, 존 웨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