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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대 Feb 24. 2017

가까운 일상의 로큰롤

빛과 소음 [Irregular]


빛과 소음. 장기호가 이끌던 90년대 퓨전 밴드 빛과 소금이 반사처럼 겹친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장르와 의미에서 빛과 소음은 빛과 소금과 분명한 선을 긋는다. 빛과 소금이 재즈 퓨전 위에 우리말을 싣는 작법을 펼쳤다면 빛과 소음은 팝과 로큰롤, 사이키델릭과 노이즈 위에 한국 정서를 얹었다. 요컨대 비둘기우유의 노이즈와 세이수미의 서프록을 더한 음악이 빛과 소음의 음악이라는 얘기다.


밴드의 메인 송라이터이자 기타, 보컬을 맡고 있는 이태호를 중심으로 2009년 결성된 빛과 소음은 꽤 많은 자작곡을 보유했으면서도 결국 첫 공식 앨범을 EP로 내놓았다. 경계와 완벽을 추측케 하는 이 소극적인 등장은 어쿠스틱 기타로 밑그림을 그린 뒤 밴드 합주로 채색을 시도하는 밴드의 작업 패턴을 닮기도 했다. 일상에서 언제나 접하는 말 그대로 ‘빛과 소음’을 닮아 누가 들어도 가깝게 느낄 수 있는 음악을 추구하는 이들 선택 그 한 편엔 때문에 어떤 고집도 도사리고 있는 느낌이다.


앨범 타이틀과 커버 이미지로 충분히 표현한 앨범 주제(불규칙한(irregular) 규칙 또는 어긋난 직선)의 음악적 경험은 첫 곡 ‘무당’이 책임진다. 드론(drone music)과 사이키델릭을 오가며 일렁이다 찢기다를 반복하는 리프/리듬의 월권행위는 규정을 거부하는 이들 음악의 대변처럼 들린다. 또한 뼛속까지 인천 사람인 이태호가 “야자 재끼고 자주 가던” 월미도에서 추억을 되새긴 ‘월미도 바이킹’과 마지막 곡 ‘에어플레인’은 장르 구분이 무의미한 이들 음악에 왜 팝과 서프록을 굳이 갖다 붙여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이다. 과거 입시에 고통 받는 학생들을 위해 썼던 ‘박제가 된 사슴의 마지막 두 마디’, ‘미적분 소녀’와 달리 이번 앨범 수록곡들은 이처럼 이태호 개인의 경험, 감정, 느낌을 중심으로 쓰여진 것이 대부분이다. 인천 부평구 청천동 영아다방 사거리를 배경 삼은 ‘영아다방’은 그중 가장 직접적인 예이겠다.


인디와 비인디의 개념이 곡해되고 ‘실시간차트’를 둘러싼 갑론을박으로 을씨년스러운 대중음악계에서 아티스트로 살아남아 어필할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은 역시 좋은 음악일 것이다. 이는 여성이 아기를 낳고 아침에 해가 뜨는 것처럼 당연한 얘기다. 강렬하고 비린 혼종 로큰롤 사운드로 덜컥 대중 귀를 덮친 빛과 소음은 그래서 살아남을 확률이 높다. 아니 살아남아야 한다. 장르의 다양성 즉, 대중이 여러 장르에 노출되고 보다 넓은 취향을 만들어 더 다양한 음악을 듣는 환경이라는 한국 대중음악계의 가장 큰 숙제를 위해서라도 빛과 소음의 생존은 반드시 현실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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