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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대 Apr 29. 2017

Supersonic

매트 화이트크로스, 2016


지난해 11월 말 국내 개봉 한 ‘슈퍼소닉’은 90년대 비틀즈라 일컫는 영국의 슈퍼 밴드 오아시스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다. 정확히는 노엘 갤러거가 없었던 오아시스의 진짜 시작부터 밴드를 스타덤에 올려놓은 명반 ‘(What's the Story) Morning Glory?’가 발매된 약간 이후, 그러니까 1996년 여름까지를 다루고 있다.

영화는 오아시스 팬들이라면 대략 알고 있을 내용들, 예컨대 노엘이 영국 록 밴드 인스파이럴 카펫츠(Inspiral Carpets)의 크루였다 오아시스에 뒤늦게 합류해 오아시스를 일으켜 세운 일이나 실력이 시원치 않아 스튜디오 엔지니어들과 멤버들 애 깨나 먹이다 밴드에서 쫓겨난 원년 드러머 토니 맥캐롤의 한 맺힌 사연, 어린 시절 아버지에게 상습 구타당한 노엘과 그런 아버지를 증오하는 리암 갤러거의 입장, 그리고 사이가 남보다 시원찮았던 갤러거 형제 간 뿌리 깊은 냉소를 2시간 넘는 시간동안 제법 구체적으로 펼쳐놓는다. 


물론 무엇보다 가슴 뜨겁고 감동적인 건 이들이 음악으로 영국과 미국을 넘어 어떻게 세상을 지배해나갔는지를 목격하는 일이다. 당시 성공한 그들 같았던 가사를 모두 번역해 들려주는 ‘Rock 'n' Roll Star’, 멤버들의 성공에 대한 의심을 시원하게 걷어내준 ‘Live Forever’, 이 영화의 제목이 된 ‘Supersonic’, 역시 번역된 가사 자막과 더불어 보는 이들에게 통 감상의 기회를 준 ‘Cigarettes & Alcohol’ 등 신인이었음에도 히트곡이 즐비했던 공식 데뷔앨범 ‘Definitely Maybe’부터 ‘Wonderwall’과 ‘Don't Look Back in Anger’, ‘Some Might Say’와 ‘Champagne Supernova’를 앞세운 걸작 ‘(What's the Story) Morning Glory?’까지, 밴드를 정식 결성하고 불과 3년 사이에 이들은 영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로큰롤 밴드가 된 것이다. 우리는 그 과정에서 97년작 ‘Be Here Now’에 수록한 대곡 ‘All Around the World’가 노엘이 밴드에 들어온 직후인 92년에 이미 합주된 사실을 알 수도 있다.


앞서 ‘불과’ 3년이라고 했지만 사람에게 실시간 3년은 사실 그리 짧은 시간이 아니다. 리암마저 없던 때 지은 레인(Rain)에서 오아시스(Oasis)로 밴드 이름을 바꾼 에피소드를 포함한 오아시스의 태동에서부터 이 영화는 시작하고 있으니 따지고 보면 91년부터 96년까지 거의 5년 이상 시간을 다루고 있는 셈인데 감독 매트 화이트크로스(와 영화 'Amy'의 제작진)는 수 많은 팩트들의 선택과 배치, 그리고 이야기 흐름에 유연성을 주는 경쾌한 편집으로 그 긴 시간을 효과적으로 압축 전달해내었다. 영화는 그 자체 순수하게 감독의 것(또는 감독의 것이어야 한다는 것)이라는 혹자의 말처럼 역시 좋은 영화는 ‘촉’이 좋은 감독이 있어야만 가능하다는 걸 나는 이 영화를 통해 다시 한 번 깨달았다.



영국 대중음악 역사에서 가장 빨리 팔려나간 데뷔 앨범으로 기록된 ‘Definitely Maybe’와 2016년 7월 기준 영국 대중음악 사상 다섯 번째로 많이 팔린(4,700만장 이상) ‘(What's the Story) Morning Glory?’의 간극은 사실 그리 크지 않다. 두 앨범은 똑같이 밴드 오아시스를 세계 정상으로 이끌었고 똑같이 세계인들 사랑을 듬뿍 받았다. 섹스 피스톨즈와 비틀즈, 티렉스(T.Rex)와 후(The Who)를 버무리면 어떤 음악이 나올 수 있는지 그들은 가장 아름답게 증명해낸 것이다. 당연 그 성공은 노엘 갤러거라는 천재 싱어송라이터와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리암 갤러거의 목소리, 시작부터 함께 해온 폴 맥기언(베이스)과 폴 아더스(기타/키보드), 그리고 앨런 화이트(드럼)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시대를 초월해 세계 최강으로 남은 영국 로큰롤 밴드. 그 평범하면서도 위대한 시작을 꼭 확인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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